(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맨체스터 시티가 엘링 홀란의 프리미어리그 통산 50번째 득점으로 리드를 잡았으나 동점을 내주면서 승점 1점에 만족했다.
맨시티는 25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에 위치한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리버풀과의 2023/24시즌 프리미어리그 13라운드 맞대결에서 전반 27분 엘링 홀란의 선제골로 앞서갔으나 후반 35분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한테 동점골을 허용하면서 1-1 무승부를 거뒀다.
프리미어리그 우승 후보 간의 맞대결이 무승부로 끝나면서 맨시티와 리버풀은 사이 좋게 승점 1점을 나눠 가지면서 현 순위를 유지했다. 맨시티는 승점 29(9승2무1패)로 리그 선두를 지켰고, 리버풀도 승점 28(8승4무1패)로 2위 자리를 그대로 유지했다.
이날 홀란은 프리미어리그 통산 50번째 득점을 누구보다 빠르게 달성하면서 다시 한번 프리미어리그 역사를 새로 썼지만, 후반전에 동점골을 내주면서 빛이 바랬다.
홈팀 맨시티는 3-2-4-1 전형을 내세웠다. 에데르송이 골문을 지켰고, 네이선 아케, 후벵 디아스, 카일 워커가 백3를 구성했다. 3선은 로드리와 마누엘 아칸지가 지켰고, 2선에 제레미 도쿠, 베르나르두 실바, 훌리안 알바레스, 필 포든이 배치. 최전방에서 '괴물 공격수' 엘링 홀란이 리버풀 골문을 노렸다.
원정팀 리버풀은 4-3-3으로 맞섰다. 알리송 베케르가 골키퍼 장갑을 꼈고, 코스타스 치미카스, 버질 판데이크, 조엘 마팁,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가 백4를 형성했다. 중원에서 커티스 존스, 알렉시스 맥앨리스터, 도미니크 소보슬러이가 호흡을 맞췄고, 최전방 3톱 라인엔 디오구 조타, 다르윈 누녜스, 모하메드 살라가 이름을 올렸다.
이날 홀란과 살라가 나란히 선발 명단에 오르면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경쟁자 간의 맞대결이 형성됐다.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홀란이 현재 13골로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프리미어리그에서 득점왕만 3번을 차지한 살라가 10골로 2위에 올라 바짝 추격 중이다.
경기에 앞서 홀란이 A매치 기간 중 발목 부상을 입어 경기에 나설 수 있을지 물음표가 붙었지만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회복을 마치는데 성공했다. 홀란은 지난 17일 노르웨이와 페로 제도 간의 친선전에서 발목 부상을 입어 대표팀에서 하차한 뒤 리버풀전이 열리기 전까지 치료에 전념했다.
이 경기는 세계 최고의 명장인 펩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과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 간의 지략 대결이기도 해서 큰 주목을 받았다. 두 감독은 각각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에른 뮌헨과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를 이끌 때부터 치열한 맞대결을 펼치면서 라이벌 관계가 형성됐고, 국내 축구 팬들은 두 감독 간의 대결을 '펩클라시코'라고 불렀다. 상대 전적은 12승5무11패로 클롭 감독이 약간 앞섰다.
두 감독 모두 경기 전 상대를 경계함과 동시에 의욕을 불태웠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사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뒷공간이 넒은데, 리버풀은 믿기 어려운 질주를 보여주는 루이스 디아스, 다르윈 누녜스, 모하메드 살라가 있다"라며 "지금은 도미니크 소보슬러이와 라이언 흐라번베르흐도 있다"라며 선수들한테 주의사항을 전달했다.
이어 "공수 전환 때문이라도 이는 그들에게 유리하다"라며 "리버풀은 환상적인 팀이고, 환상적인 다리를 갖고 있다. 의심할 여지가 없이 최고의 측면이다"라며 라이벌 클럽을 칭찬했다.
클롭 감독도 경기 전 인터뷰에서 "맨시티전은 지난 몇 년 동안 세계에서 가장 강한 팀을 상대하는 중요한 날이라는 것에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들은 매우 강하다"라며 "맨시티를 약하게 만드는 건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니지만 그들이 그라운드에서 힘들게 만들어야 한다. 우리의 축구를 해야 한다"라며 맨시티를 치켜세우면서 전의를 불태웠다.
전반 초반 맨시티는 홈경기라는 이점과 특유의 패스 플레이로 점유율을 높이면서 기회를 엿봤다. 전반 10분까지 맨시티의 공 점유율 67%에 육박했다. 다만 리버풀이 조직력 있는 수비로 슈팅 공간을 내주지 않으면서 맨시티의 공격을 차단했다.
이날 첫 슈팅은 전반 11분. 리버풀 수문장 알리송의 어이없는 실수로 인해 나왔다. 페널티 박스 안에서 후방 빌드업을 하던 알리송은 패스를 범하며 맨시티 윙어 포든한테 공을 넘겨줬다.
이때 포든이 공을 잡은 위치가 박스 안이라 맨시티는 선제골을 터트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포든의 왼발 슈팅이 골키퍼 정면으로 향하면서 알리송이 안전하게 공을 잡아 자신의 실수를 만회했다.
리버풀도 전반 16분 첫 슈팅을 가져갔다. 왼쪽 측면에서 살라가 왼발 크로스를 올렸고, 이를 박스 안에서 우루과이 공격수 누녜스가 머리에 맞추며 헤더 슈팅으로 연결했다. 공이 정확하게 머리에 맞으면서 선제골로 이어질 수 있었지만, 맨시티 수호신 에데르송이 동물 같은 반사신경으로 공을 쳐내면서 선방에 성공했다.
양 팀이 한 번씩 주고 받으면서 경기가 조금씩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전반 22분 맨시티 신성 도쿠가 왼쪽 측면에서 돌파에 성공한 뒤 골문 앞에 있던 홀란을 향해 컷백 패스를 시도했다. 연결됐다면 득점으로 이어질 수 있었지만, 공이 홀란 발에 닿기 전에 알리송 골키퍼가 먼저 손으로 건드리면서 실점 위기를 넘겼다.
전반전 팽팽한 균형을 깬 건 맨시티 에이스 홀란이었다. 전반 27분 알리송 골키퍼의 킥이 부정확해 맨시티한테 공 소유권을 넘겨줬다. 이후 공을 잡은 아케가 멋진 드리블 돌파로 리버풀 선수들을 제친 뒤 홀란한테 패스했고, 홀란의 왼발 슈팅이 알리송의 손을 뚫고 그대로 골대 안으로 들어다면서 선제골로 이어졌다.
리버풀전 선제골로 홀란은 리그 14호골을 달성하면서 득점 2위 살라(10골)의 추격을 떨치는데 성공했다.
또 홀란은 지난 시즌 리그 36골에 이어 14골을 더 추가하면서 프리미어리그 통산 50골 고지에 올랐다. 특히 불과 48경기 만에 50골을 달성하면서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가장 빠르게 기록을 달성한 선수로 등극했다. 종전의 기록은 앤디 콜(65경기 50골)이 갖고 있었다.
리버풀은 동점골을 만들기 위해 분투했으나 좀처럼 골문을 열지 못했다. 오히려 전반 42분 맨시티 역습 상황에서 추격골을 허용할 뻔했다. 완벽한 역습이 진행되면서 맨시티가 수적 우위까지 가져갔지만 마무리 단계에서 알바레스 슈팅이 부정확해 맞아 골대 밖으로 나갔다.
전반 44분 포든이 측면에서 안쪽으로 들어와 박스 바로 앞에서 왼발 중거리 슈팅을 날렸는데, 이 슈팅은 낮고 빠르게 골대 구석으로 향했지만 알리송 골키퍼가 왼팔로 쳐내면서 선방했다.
전반 추가시간이 1분 주어진 가운데 양 팀 모두 득점을 올리지 못한 채 전반전 종료 휘슬이 울리면서 맨시티가 1-0 리드한 채 전반전을 마쳤다.
전반전 동안 맨시티는 92%에 육박한 패스 정확도를 살려 점유율 63%를 가져가며 경기를 주도했다. 슈팅 숫자는 5 대 4로 근소하게 앞섰지만, 리버풀이 슈팅 4개 중 유효슈팅을 1개만 기록하는 동안 유효슈팅을 4개나 성공시키면서 날카로운 결정력을 과시했다.
후반 7분 맨시티가 도쿠의 유연한 드리블 돌파에 힘입어 좋은 기회를 만들었지만 전반전 때 부정확한 슈팅으로 기회를 무산시켰던 알바레스가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 돌파에 성공한 도쿠의 컷백 패스를 알바레스가 허공으로 날리면서 리버풀의 골킥으로 이어졌다.
알바레스 슈팅이 라인 밖으로 나간 이후 리버풀은 교체 카드 2장을 사용했다. 포르투갈 공격수 조타가 그라운드에 주저앉으면서 부상이 의심되자 리버풀 벤치는 콜롬비아 윙어 루이스 디아스를 투입했다. 동시에 미드필더 존스를 불러들이고, 라이언 흐라번베르흐를 넣었다.
교체가 진행된 약간 혼란스러운 틈을 타 선제골 주인공 홀란이 발을 높이 들어 왼발 발리 슈팅으로 추가골을 노렸지만, 골대 위로 날아가면서 유효슈팅이 되지 못했다.
후반 20분 관중석에서 한 남성이 중계 카메라에 잡혔는데, 다름 아닌 리버풀 윙어 디아스의 아버지 루이스 마누엘 디아스인 것으로 확인돼 관중석에서 환호성이 쏟아졌다.
리버풀과 콜롬비아 대표팀에서 주전 멤버로 활약 중인 디아스는 최근 부모님이 납치를 당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됐다. 각종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아버지 루이스 마누엘 디아스와 어머니 실레니스 마룰란다는 콜롬비아의 한 주유소에서 괴한들에 의해 납치를 당했다.
디아스의 부모님은 콜롬비아 중부에 위치한 로스 올리보스로 가기 위해 소유하고 있던 밴으로 약 600km의 거리를 운전해 가던 중 주유소에 들렀다. 이때 무장한 두 남성에 의해 납치됐는데, 어머니 마룰란다는 신변에 이상이 없는 상태로 발견됐으나 아버지는 그대로 납치범들에게 끌려갔다.
납치범들의 정체는 민족해방군(ELN) 좌익 반군인 것으로 밝혀졌다. 자국 축구스타의 가족이 납치되는 초유의 사건에 콜롬비아가 공권력을 동원해 디아스 아버지 수색에 나서자 반군은 석방을 위한 협조를 요청했고, 디아스 아버지는 헬기에 탑승해 납치 사건 후 12일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아버지와 무사히 재회한 디아스는 가족들을 영국으로 데려가기로 결정했다. 11월 A매치 기간 동안 콜롬비아에서 디아스와 함께한 가족들은 리버풀이 마련한 전세기를 타고 영국으로 넘어와 디아스의 경기를 지켜봤다.
후반 23분 맨시티 코너킥 상황에서 수비수 디아스가 리버풀 골망을 흔들면서 추가 득점을 올리는 듯했지만, 맨시티의 반칙이 선언돼 득점이 인정되지 않았다. 알리송 골키퍼가 코너킥을 잡기 위해 높이 뜬 상태에서 아칸지한테 밀려 공을 놓쳤고, 이를 디아스가 골대 안으로 집어넣었다. 심판은 골키퍼의 캐치를 방해한 아칸지의 반칙을 선언하면서 리버풀한테 프리킥을 줬다.
후반 34분 맨시티는 다시 한번 알리송의 벽을 넘지 못하면서 추가골에 실패했다. 도쿠가 또 리버풀의 왼쪽 무너뜨리면서 돌파에 성공한 뒤 컷백 패스를 시도했고, 이 공을 홀란이 발에 맞추는데 성공했지만 알리송이 슈팅 방향을 읽으면서 막아냈다.
맨시티가 점수 차를 벌리지 못하는 동안 리버풀이 후반 35분 드디어 동점골을 만들었다. 동점골 주인공은 리버풀 유스 출신이자 월드 클래스 라이트백 중 하나인 알렉산더-아놀드였다.
높은 위치까지 올라온 알렉산더-아놀드는 살라의 패스를 받아 박스 안으로 들어간 뒤 반 박자 빠른 슈팅을 날렸다. 먼 포스트를 노린 아놀드의 슈팅은 그대로 골망을 가르면서 리버풀의 천금 같은 동점골로 이어졌다. 동점골을 터트린 후 알렉산더-아놀드는 관중석으로 다가가 '쉿 세리머니'를 펼쳤다.
경기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가운데 양 팀은 총공세를 펼쳤다. 후반 28분 소보슬러이를 빼고 코디 학포를 투입했던 리버풀은 후반 40분 맥앨리스터와 누녜스도 뺀 뒤 엔도 와타루와 하비 엘리엇을 투입하면서 교체 카드 5장을 모두 소진했다.
반면에 과르디올라 감독은 경기가 막판으로 흘러가고 있음에도 교체 카드를 단 한 장도 사용하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이날 맨시티가 최근 부상자가 속출해 교체 명단 9자리를 다 채우지 못해 8명만 벤치에 앉혔고, 심지어 일반적으로 한 명만 넣는 후보 골키퍼를 2명이나 넣었다.
경기가 점점 막바지로 흘러가는 가운데 후반 41분 맨시티 코너킥 공격 상황에서 알리송을 공을 잡은 채 그대로 골라인 안으로 들어가 눈길을 끌었다. 알리송이 공을 잡은 순간 아칸지가 그를 몸으로 밀었기 때문에 득점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직전 코너킥 상황에서도 몸으로 부딫히면서 수비를 방해했기에 알리송은 심판한테 불만을 드러냈다.
후반 추가시간은 무려 8분이나 주어졌다. 과연 극적인 결승골이 터질지 주목된 가운데 추가시간이 6분 흐른 시점에 알리송이 허벅지 뒤쪽을 부여 잡으면서 부상이 의심됐다. 이미 리버풀은 교체 카드 5장을 다 썼기에 긴장감에 사로잡혔지만, 알리송은 경기 종료까지 얼마 남지 않았기에 통증을 참고 경기에 임했다.
추가시간도 다 흘러가 경기 종료까지 단 1분을 남겨두고 홀란이 코너킥 상황에서 감각적인 헤더로 득점을 노렸으나, 슈팅이 아슬아슬하게 골대를 벗어났다. 홀란의 회심의 헤더 슈팅이 골로 이어지지 않자 과르디올라 감독은 온몸으로 아쉬움을 드러냈다
결국 양 팀 모두 끝내 침묵하면서 1-1 무승부로 경기를 마무리. 승점 1점을 나눠가지며 현 프리미어리그 순위를 유지했다. 경기가 끝나고 양 팀 선수들과 코치들은 인사를 나눴는데, 돌연 벤치에 있는 리버풀 공격수 누녜스가 과르디올라 감독과 언쟁을 벌였다.
두 사람 간의 말다툼이 격렬해지기 전에 황급히 클롭 감독이 누녜스를 진정시키면서 대체 어떤 사유로 언쟁을 벌이게 된 건지 궁금증을 자아냈다.
사진=AP, PA Wire, EPA/연합뉴스, 맨시티, 리버풀 SNS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