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혹사의 아이콘' 중 한 명인 파블로 가비가 결국 탈이 났다. 소속팀부터 대표팀 A매치까지 강행군을 달리다 결국 전방십자인대 파열로 최대 8개월간 결장하게 됐다.
스페인 아스는 20일(한국시간) "가비는 1차 메디컬 테스트 결과 전방 십자인대가 파열됐다. 최소 6개월에서 8개월 동안 출전하지 못할 것"이라며 "유럽선수권대회는 물론 2024 파리 올림픽에도 출전하지 못한다. 소속팀 바르셀로나에게도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가비가 심각한 장기 부상을 당했다고 전했다.
가비는 유럽 축구를 대표하는 혹사의 아이콘이었다. 2021/22시즌 바르셀로나 1군에 데뷔한 후 지난 시즌부터 붙박이 주전으로 활약하며 수많은 경기에 출전했다. 뿐만 아니라 스페인 대표팀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되면서 쉼없이 달렸다.
데뷔 첫 시즌 리그 34경기에 출전해 2326분을 뛴 가비는 지난 시즌에도 리그 36경기에서 2543분을 뛰었다. 이번 시즌에는 12경기에 출전해 943분을 소화했다. 스페인 대표팀으로는 올해 열린 유럽선수권대회(유로 2024) 예선에서 출전한 6경기 모두 선발로 나섰다. 이번 시즌에만 21경기를 치렀고, 뛴 시간은 1600분 이상이다.
경기 수도 많지만 활동량 자체가 많다. 후방과 전방을 오고가며 경기당 평균 13km에 육박하는 활동량을 기록한다. 이번 시즌 라리가에서 경기당 12.367km를 뛰며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지난달 포르투와의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는 무려 13.12km를 뛰었다. '2개의 심장'으로 불렸던 박지성이 11km 정도를 뛰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엄청난 수치다.
휴식 없이 혹사 수준으로 뛴 가비가 결국 탈이 났다. 20일 열린 조지아와의 유로 2024 예선 최종전서 선발 출전했다가 전반 26분 만에 교체 아웃됐다.
아스에 따르면 스페인 대표팀 주치의인 오스카르 루이스 셀라다는 "가비의 몸 상태가 매우 걱정된다"라며 심각한 부상임을 알렸다. OK 디아리오는 SNS를 통해 경기 후 목발을 짚고 떠나는 가비의 모습을 포착해 공유했다.
최근 경기 수 증가로 선수들의 부상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가비까지 전방 십자인대 파열 부상을 당하면서 루이스 데 라 푸엔테 스페인 감독을 향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미 유로 2024 본선 진출을 확정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가비를 선발 출전시켰다는 비판이다.
앞서 데 라 푸엔테는 "가비는 매우 활동적인 선수다. 쉬는 걸 원하지 않는다. 에너지가 있기 때문에 그렇게 많이 뛰고도 잘 플레이하는 것이다. 좋은 선수들은 쉬지 않는다"라고 가비의 출전을 강행했다. 가비가 다친 뒤에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부상이다. 우연하고도 불행한 사고였다. 가비는 다른 선수들처럼 출전하기에 적합한 몸상태였다"라고 변명했다.
이에 스포르트 소속 기자 조셉 카프데빌라는 "19세 선수가 중요하지 않은 경기에서는 쉴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데라 푸엔테 같은 감독들이 욕심 때문에 축구를 망치고 있다"고 비판했고, 문도 데포르티보는 "가비의 부상 소식에 바르셀로나가 크게 분노했다"라며 가비의 출전을 강행하기로 한 연맹의 결정에 분노했다고 전했다.
가비 외에도 이번 시즌에만 많은 선수들이 부상으로 쓰러지고 있다. 아스널에 입단한 유리엔 팀버 또한 십자인대 부상으로 아웃됐고, 맨체스터 시티 미드필더 케빈 더브라위너는 햄스트링을 다쳐 올해 안에 복귀가 어렵다. 레알 마드리드 공격수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도 최근 브라질 대표팀 경기 후 복귀까지 2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근육 부상을 당했다.
한국 축구도 남의 일이 아니다. 바이에른 뮌헨에서 휴식 없이 출전하고 있는 김민재도 국가대표 A매치까지도 쉼없이 달리고 있다. 아직까지는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언제 큰 부상을 당할지 모를 일이다.
사진=EPA, AP/연합뉴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