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수원, 유준상 기자) "켈리와 재계약을 하고 싶습니다."
경기를 앞두고 있던 사령탑이 외국인 투수와 1년 더 동행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LG 트윈스 외국인 투수 케이시 켈리가 내년에도 잠실야구장 마운드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자신의 손으로 시리즈를 끝낼까.
염경엽 LG 감독은 11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한국시리즈 KT 위즈와의 4차전을 앞두고 남은 시리즈에서 선발진을 어떻게 꾸릴지에 대해 설명하던 중 "켈리는 5차전에 선발로 나서고, 7차전까지 이어지면 7차전에 다시 힘을 보탤 수 있다"며 "켈리와 재계약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프런트가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중요하지만, 켈리는 팀을 위하는 마음이 깊다. 새 외국인 투수가 오더라도 켈리가 있으면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도 켈리가 팀에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걸 강조한 것이다.
2019년부터 KBO리그 무대를 누빈 켈리는 매년 꾸준한 성적을 올렸다. 2019~2021년에는 3년 연속 170이닝을 돌파하면서 이닝이터로서의 면모도 뽐냈다. 지난 시즌에는 데뷔 이후 한 시즌 최다승(16승)을 달성했다.
올 시즌 성적은 30경기 178⅔이닝 10승 7패 평균자책점 3.83. 표면적으로 본다면 켈리는 데뷔 첫해(180⅓이닝) 이후 가장 소화하며 제 몫을 다해줬다. 하지만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4월 한 달간 6경기 35이닝 1승 2패 평균자책점 5.66으로 부진한 켈리는 5월 5경기 33이닝 4승 1패 평균자책점 2.73으로 반등했다가 6월 이후 다시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7월까지도 돌파구를 찾지 못하자 염경엽 감독은 물론이고 코칭스태프, 프런트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일각에서는 확실하게 팀이 우승에 도전하려면 외국인 투수를 교체하는 게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결국 LG의 선택은 교체가 아닌 '신뢰'였다. 무엇보다도, 선수 본인의 의지가 강력했다. 켈리는 시즌 도중에 사령탑에게 직접 면담을 요청하는 등 끊임없이 팀 동료, 코칭스태프와 대화를 나누면서 돌파구를 찾았다.
그 결과는 성적으로 나타났다. 켈리는 8월 5경기 28이닝 1승 1패 평균자책점 3.21로 나아진 모습을 보이더니 9월 이후 5경기에서 31⅓이닝 2승 평균자책점 1.72로 에이스의 위용을 되찾았다. 한국시리즈 준비를 앞두고 있던 LG는 그대로 켈리를 1선발로 준비시킬 수 있게 됐고, 선수 입장에서는 자신감을 한껏 끌어올렸다.
지난 7일 KT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 선발 등판한 켈리는 6⅓이닝 4피안타 2사사구 6탈삼진 2실점(1자책)으로 KT 타선을 봉쇄했다. 비록 팀은 2-3으로 졌지만, 선발투수로서 해야 할 일을 다했다.
1차전 패배 이후 무너지지 않은 LG는 2~4차전을 모두 쓸어담으면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1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5차전에서 승리한다면 우승 축포를 쏠 수 있다. 더구나 6차전 선발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LG로선 5차전에서 시리즈를 끝내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선발 중책을 맡게 된 켈리가 팀에 한국시리즈 트로피를 안길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
◆켈리 연도 및 시리즈별 포스트시즌 성적
-2019년 와일드카드 결정전(vs NC 다이노스): 1경기 6⅔이닝 3피안타(1피홈런) 1사사구 3탈삼진 1실점
-2019년 준플레이오프(vs 키움 히어로즈): 1경기 6이닝 5피안타 1사사구 5탈삼진 2실점
-2020년 와일드카드 결정전(vs 키움 히어로즈): 1경기 7이닝 3피안타(1피홈런) 1사사구 10탈삼진 2실점
-2021년 준플레이오프(vs 두산 베어스): 1경기 1승 5⅔이닝 5피안타 4사사구 5탈삼진 1실점 비자책
-2022년 플레이오프(vs 키움 히어로즈): 2경기 11이닝 1승 1패 12피안타(2피홈런) 5사사구 2탈삼진 4실점
-2023년 한국시리즈(vs KT 위즈): 6⅓이닝 4피안타 2사사구 6탈삼진 2실점(1자책)
사진=수원, 김한준 기자/엑스포츠뉴스 DB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