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미드필더 알레한드로 가르나초가 본의 아니게 팀 동료한테 인종차별이 의심되는 행위를 하면서 징계를 받을 위기에 처했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지난 26일(한국시간) "맨유의 알레한드로 가르나초는 SNS에 안드레 오나나 사진에다 고릴라 이모티콘을 사용하면서 잉글랜드축구협회(FA)로부터 제재를 받을 수 있다"라고 보도했다.
맨유는 지난 25일 영국 맨체스터에 위치한 올드 트래퍼드에서 열린 FC코펜하겐과의 2023/24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A조 3라운드 맞대결에서 후반 27분에 터진 해리 매과이어의 헤더 결승골에 힘입어 1-0 신승을 거뒀다.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3위를 차지해 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성공한 맨유는 조별리그 추첨에서 바이에른 뮌헨(독일), FC코펜하겐(덴마크), 갈라타사라이(튀르키예)와 함께 A조에 편성됐다. 코펜하겐전에 앞서 맨유는 지난 조별리그 2경기 뮌헨 원정(3-4)과 갈라타사라이와의 홈경기(2-3) 모두 패하면서 승점을 챙기지 못해 A조 최하위에 위치했다.
승리가 간절한 맨유를 구해낸 건 키 194cm, 체중 100kg 거구 수비수 매과이어와 카메룬 국가대표 수문장 오나나였다. 먼저 매과이어는 후반 27분 페널티 박스 안에서 크리스티안 에릭센의 크로스를 머리에 맞춰 골망을 흔들면서 헤더 선제골을 터트렸다.
0의 균형을 깨고 리드를 잡은 맨유는 후반전 정규 시간이 끝날 때까지 매과이어 선제골을 지켜내는데 성공했지만 후반 추가시간 페널티킥을 내주면서 무승부 위기에 처했다. 박스 안에서 미드필더 스콧 맥토미니가 공을 걷어내기 위해 발을 높게 들었는데, 맥토미니 발이 코펜하겐 선수 얼굴에 맞으면서 페널티킥이 주어졌다.
승리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무승부를 거둘 위기에 처한 가운데 오나나가 환상적인 선방으로 맨유의 승리를 지켰다. 페널티킥 방향을 완벽하게 읽은 오나나는 오른팔로 슈팅을 쳐내면서 코펜하겐의 동점골 기회를 무산시켰다. 오나나가 환상적인 선방으로 팀을 구해내자 맨유 선수들은 모두 오나나한테 달려가 그의 선방을 축하했다.
코펜하겐이 페널티킥을 실축한 이후 곧바로 경기가 종료되면서 맨유는 조별리그 3경기 만에 첫 승을 챙기면서 16강 진출에 대한 희망을 유지하는데 성공했다. 현재 A조 1위는 3경기 전승 중인 뮌헨(승점 9)이 차지 중이며, 2위엔 승점 4(1승1무1패)인 갈라타사라이가 위치했다. 맨유는 승점 3(1승2패)이 되면서 A조 3위로 올라섰고, 승점 1(1무2패)인 코펜하겐이 A조 4위로 내려갔다.
경기가 끝나고 팀의 승리를 지킨 오나나한테 많은 칭찬이 쏟아진 가운데 가르나초가 오나나한테 인종차별을 하면서 징계를 받을 수도 있다는 소식이 전해져 눈길을 끌었다.
코펜하겐전이 끝나고 가르나초는 SNS에 동료들이 오나나를 둘러싼 사진과 함께 고릴라 이모티콘을 게시했다. 가르나초는 오나나의 강인함을 칭찬하기 위한 의도로 고릴라 이모티콘을 사용했지만, 고릴라를 비롯한 영장류 동물은 아프리카 출신 선수들을 비하할 때 주로 사용되기에 인종차별 의심을 불러일으켰다.
'가디언'에 따르면, 자신이 쓴 SNS글이 인종차별로 보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가르나초는 곧바로 게시글을 삭제했지만, FA는 해당 사건을 인지하면서 조사를 위해 가르나초와 연락을 취했다.
팀 동료가 인종차별로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상황에 처하자 오나나는 SNS로 "사람들은 내가 무엇에 화를 내야 할지 선택할 수 없다"라며 "난 가르나초가 무슨 의미로 썼는지 알고 있다. 힘과 강인함. 이 문제는 더 이상 진행되서는 안 된다"라며 가르나초를 옹호했다.
다만 당사자인 오나나가 옹호했음에도 가르나초는 SNS 지침 위반으로 FA로부터 기소될 가능성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맨유에서 뛰었던 우루과이 공격수 에딘손 카바니는 2020년 11월에 자신을 응원한 팬에게 감사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SNS에 '그라시아스 네그리토(Gracias Negrito)'라고 작성했다가 징계를 받은 적이 있다.
'Gracias'는 카바니 모국어인 스페인어로 '고맙다'라는 뜻이며, 'Negrito'는 '검다'라는 형용사 '네그로'(negro)에 축소 접미사 'ito'를 붙인 것이다. 이후 '네그리토'가 인종차별적 표현이라는 주장이 제기됐고, FA는 바로 조사에 들어갔다.
카바니는 우루과이에서 애칭으로 널리 쓰이는 표현이기에 인종차별 의도가 없었다며 재빨리 문제의 글을 지우고 사과했으나, FA는 "모욕적이고 부적절한" 표현이었다며 카바니에게 3경기 출전 정지와 벌금 10만 파운드(약 1억6400만원) 징계를 내리기로 결정했다.
맨체스터 시티 미드필더 베르나르두 실바도 2019년 9월에 팀 동료인 뱅자맹 멘디를 검은색 초콜릿 과자 캐릭터와 비교하는 SNS글을 작성해 1경기 출장 정지 징계와 벌금 5만 파운드(약 8200만원) 징계를 받은 바 있다. 심지어 사건 당사자인 멘디가 실바를 옹호하는 편지까지 썼음에도 실바는 징계를 피하지 못했다.
사진=AP, EPA/연합뉴스, 가르나초 SNS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