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인천, 유준상 기자) 4연승까지 4점만을 남겨두고 있던 흥국생명이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이 이끄는 흥국생명은 26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1라운드 정관장과의 맞대결에서 세트스코어 2-3(25-21 28-26 22-25 7-25 16-18)으로 역전패했다. 개막 이후 4경기 만에 첫 패배를 떠안았다.
경기 초반 주도권을 잡은 흥국생명은 1세트와 2세트를 모두 승리로 장식했다. 특히 2세트에는 베테랑 미들 블로커 김수지가 5득점을 올리는 등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고, 모든 선수들이 세 차례의 듀스 접전 속에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문제는 3세트 중후반이었다. 16-17에서 옐레나 므라제노비치(등록명 옐레나)가 득점을 올린 데 이어 염혜선의 범실과 김다솔의 서브 에이스까지 더해지면서 19-17로 역전에 성공했다. 19-18에서는 김미연의 연속 득점으로 두 팀의 격차가 3점 차까지 벌어졌다.
스코어만 놓고 보면 흥국생명이 더 유리했던 건 맞지만, 선수들이 너무 일찍 긴장의 끈을 놨다. 이선우의 득점과 박은진의 연속 블로킹으로 순식간에 21-21 동점이 됐고, 흥국생명은 메가왓티 퍼티위(등록명 메가)의 블로킹과 이선우의 서브 에이스로 분위기를 완전히 넘겨줬다.
그 여파가 고스란히 4세트 초반에도 이어졌다. 시작과 함께 내리 4점을 헌납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두 팀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특히 흥국생명이 4점에 머무르는 동안 정관장은 실점 없이 연속 12득점으로 흥국생명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4세트에 승부를 뒤집는 게 어렵다고 판단한 아본단자 감독은 4세트 도중 세터를 바꾸고 김연경과 옐레나를 웜업존으로 불러들이는 등 주전 선수들의 체력 안배에 초점을 맞췄다. 대신 5세트에서 승점 2점이라도 챙기겠다는 게 아본단자 감독의 계산이었다.
운명의 5세트, 흥국생명과 정관장은 모든 걸 쏟아부었다. 그만큼 두 팀의 주포인 옐레나-김연경, 메가-지오바나 밀라나(등록명 지아)의 부담도 커졌다. 2세트에 이어 다시 한 번 듀스 접전을 펼친 두 팀의 승부는 정관장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이미 경기 초중반 많은 체력을 소모한 옐레나와 김연경은 5세트에만 각각 7득점, 5득점으로 할 수 있는 걸 다했다. 옐레나(26득점), 김연경(25득점) 모두 올 시즌 개막 이후 개인 한 경기 최다 득점을 기록했음에도 두 선수를 받쳐줄 선수가 보이지 않았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시간이 지날수록 세터 이원정이 흔들렸고, 4세트 초반에는 리시브 라인까지 무너졌다. 아무리 팀의 주포들이 100% 그 이상의 기량을 뽐내더라도 팀이 경기를 풀어가는 데 있어서 한계가 있었다.
경기 후 아본단자 감독도 "3세트에 21-18로 앞선 상황에서 뒤집힌 게 컸던 것 같다. 이겼다고 생각하고 긴장이 풀린 것 같다. 1세트나 2세트에는 집중력이 높았는데, 그 이후 집중력이 떨어졌다. 기회를 많이 날린 것 같다"며 "우리 팀의 리시브가 잘 안되는 부분인 것 같긴 하다. 수비가 부족했다. 또 전반적으로 상대가 서브를 잘 구사했다"고 아쉬워했다.
아직 시즌 초반인 만큼 지금의 1패가 주는 영향이 그리 크진 않지만, 눈앞에서 승리를 놓쳤기에 선수들이 느끼는 허탈함은 클 수밖에 없다. 김연경-옐레나 쌍포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사진=인천, 김한준 기자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