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 김덕중 기자] 일본 격투기가 출범 이래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K-1, 맥스, 드림 등의 모회사인 FEG가 자금난을 겪고 있고 주요 격투 대회는 시청률 하락과 선수 이탈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지난 3월 동북부 대지진에 따른 경제 불황까지 더해지면서 스폰서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본과 뗄레야 뗄 수 없는 한국 격투기도 위기다. 지난 2003년 출범한 스피릿MC는 꾸준히 성장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격투 대회로 자리잡는가 싶었으나 2008년을 마지막으로 문을 닫았다. 많은 선수들이 파이터의 꿈을 접었다. 일부 정상급 선수만이 외국 단체의 문을 두드렸다.
강남 차병원 사거리에 '토탈 스포츠클럽'을 오픈한 윤동식을 지난 1일 만났다. 2000년대 초반까지 세계무대를 호령했던 유도 선수였고 2005년 일본 격투기 무대에 진출해 수많은 명승부를 만들어냈다. 39살의 나이에도 드림이 재개하면 언제든 출격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그에게 국내 격투기가 처한 상황에 대해 물었다.
"일본과 한국 모두 위기다. 국내에선 격투기 이미지도 좋지 않다. 지나치게 폭력적으로 보시는 분들이 많다. 그런데 난 생각이 조금 다르다. 과격한 일부 규정만 완화하면 일반인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실제로 격투기 보다는 복싱이 더 위험하다. 복싱 글러브는 두꺼워 제대로 타격이 됐을 경우 충격이 훨씬 크다. 복싱 글러브 10대와 격투 글러브 100대의 충격을 비슷한 수준으로 보면 된다. 인식의 변화가 필요할 것 같다.”
윤동식이 '토탈 스포츠클럽'을 오픈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곳은 웨이트트레이닝, 골프, 스쿼시, 종합격투기, 유도 등을 배울 수 있는 500평 규모를 자랑한다. 윤동식은 특히 국제규격(7x7m) 링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격투기 초보를 위한 배려 차원에서 링 옆에는 운동 전 몸을 풀 수 있게 인조잔디를 깔아놓았다.
“격투기를 배우러 오는 회원들의 직업군이 다양하다. 평범한 일반 회사원, 공무원은 물론이고 한의사, 의사, 판사 등 전문직종에 몸 담고 계시는 분들도 있다.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많은 모양이다. '박부장'을 외치면서 펀치를 날리고 킥을 한다. 선수 못지 않게 꺾고 조르고 뒹군다. 누군가를 완벽하게 제압한다는 게 격투기의 가장 큰 매력이다. 또 요즘 사회는 여성의 목소리가 높은 시대 아닌가. 남성분들이 격투기를 통해 잠들었던 야성을 깨우는 것 같다(웃음).”
윤동식은 전문 격투기 선수를 육성하고 싶은 바람도 숨기지 않았다. 격투기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저변이 확대되면 경쟁력을 갖춘 선수들이 나오는 법이다. 그는 또 침체된 국내 격투기 시장을 되살리기 위해 평소 친분이 두터운 최홍만, 추성훈 등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보겠다고 다짐했다.
“우리 센터에서 월 1회 정도 아마추어대회를 열 계획이다. 기량이 우수하면 일본 격투기 단체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일본 격투기 영웅인 사쿠라바 가즈시와도 약속 하나를 했다. 우리 센터에서 유도, 격투기를 수련하는 회원과 사쿠라바 도장 회원간 친선대회를 열 계획이다. 격투기 저변이 더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국내 환경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꿈을 접은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희망이 되고 싶다.”
[사진 = 윤동식 ⓒ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김덕중 기자 djkim@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