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태승 기자) 토트넘 홋스퍼 간판 스트라이커 해리 케인이 지난 여름 독일 바이에른 뮌헨으로 떠났지만 공격력 공백이 크게 보이질 않는다. 영국 언론에서 케인 빈 자리에 손흥민이 들어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등장한 가운데 히트맵 등을 통해 그가 과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처럼 진화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23일(한국시간) 영국의 스포츠 중계채널 '스카이스포츠'는 "해리 케인 이적 이후 손흥민이 어떻게 빈 자리를 메꾸고 있는지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며 자사 축구 전문가 아담 베이트의 글을 공개했다.
베이트는 "케인의 이적 뒤 손흥민 역할이 측면에서 중앙으로 이동했다"며 "이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양상과 비슷하다"고 전했다.
포르투갈 출신으로 리오넬 메시와 함께 21세기 축구 선수를 대표하는 호날두는 데뷔 초기엔 윙어로 활동했고, 이를 눈여겨 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17살일 때 스카우트했다. 측면에서 드리블 돌파를 통해 기회 창출에 더 비중을 둔 그는 맨유에서 2009년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뒤 포지션 변화를 취하기 시작했다.
호날두는 커리어 최전성기를 맞은 레알 마드리드에서 측면에 있다가 중앙으로 파고들거나, 투톱 체제에서 한 자리를 꿰차는 등 전천후 공격수로 거듭났다. 이후 나이가 조금씩 들어가면서 완전히 스트라이커로 포지션을 굳힌 뒤 주로 쓰는 오른발과 약한 발인 왼발을 가리지 않는 정확한 슈팅과 파괴력 있는 드리블을 통해 직접 골을 해결하는 것으로 플레이스타일을 계속 바꿨다.
손흥민 또한 윙어로 커리어를 출발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속도가 줄기 시작했다. 손흥민은 올해로 만 31세로 과거의 빠른 속도를 살려 측면을 상대를 파괴하는 플레이가 점점 힘들 것이란 분석이 적지 않다. 때 마침 지난 여름 케인이 떠나며 중앙 자리가 비었고,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손흥민을 호날두처럼 중앙으로 옮겨 '손톱'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베이트는 "손흥민은 아직도 빠르지만 31세라는 나이를 고려했을 때 중앙으로의 포지션 변화는 이해할 수 있는 결정"이라고 전한 뒤 "몸싸움을 잘 버텨줄 수 있는 6피트(약 183cm) 신장을 보유하고 있다. 또 양발로 마무리가 용이한 게 손흥민의 특징"이라고 전하며 호날두와 손흥민의 비슷한 양상을 전했다.
베이트는 '손톱' 전술의 이점으로 득점 생산을 꼽았다. 그는 "이번 시즌 토트넘의 모든 득점은 전부 페널티박스 안쪽에서 나왔다"며 "9월부터 손흥민보다 더 많은 골을 넣은 선수는 없다"고 전했다. 즉, 손흥민의 중앙으로의 이동이 팀 전체의 페널티박스 내 결정력 상승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다.
'스카이스포츠'의 자료에 따르면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손흥민을 중앙에 배치함으로써 손흥민이 상대 페널티박스 내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다.
손흥민의 시즌별 히트맵(경기장 내부의 선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도표)을 확인해보면 손흥민은 시즌이 지날수록 상대 골대와 가까운 위치로 이동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손흥민이 양발을 사용해 득점할 수 있다는 이점을 활용한 전술의 결과로 간주된다.
게다가 페널티박스내에서 공을 점유하는 비율도 이번 시즌 급상승했다. 베이트는 "(최근 몇시즌 간)10% 보다 낮았던 손흥민의 박스 내 공 점유율이 이번 시즌 20%에 가까운 수치로 급상승했다"며 전했다.
또한 베이트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선호하는 공격수 모습을 생각해봤을 때 케인보다 손흥민이 더 적합하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상대 수비를 바쁘게 움직이게 만드는 공격수를 좋아한다"며 "케인 또한 해당 전술을 잘 수행할 수 있지만 손흥민은 현재 리그 내 침투 움직임 횟수가 5위에 위치하고 있다"고 했다.
손흥민은 현재 리그에서 맨체스터 시티의 엘링 홀란, 첼시의 니콜라스 잭슨, 아스턴 빌라의 올리 왓킨스, AFC 본머스의 도미닉 솔랑케 다음으로 수비진 침투 횟수가 많다.
게다가 전방 압박도 우수하다.
베이트는 "손흥민이 전방 압박을 가하며 달린 거리는 리그 내에서 1위"라며 "그의 운동 능력은 여전히 대단하다"고 호평했다. 때문에 토트넘이 전방에서부터 경기를 풀어나가기가 용이하다는 이야기다.
포스테코글루 감독 또한 지난 9월 2023/24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4라운드 번리전에서 손흥민이 해트트릭을 성공시키며 팀을 5-2 승리로 이끌자 "손흥민은 측면과 중앙을 가리지 않고 잘 뛸 수 있다"며 "현재 토트넘 전술에 매우 적합하다"고 전했다. 베이트는 "포스테코글루의 답변은 전방 압박을 의미한다"며 손흥민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팀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렇기 때문에 베이트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케인의 대체자가 당장 필요하지 않다고 분석한다.
베이트는 "토트넘은 골을 넣거나 공간을 만드는 등 이타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는 스트라이커(손흥민)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전술에 알맞다"라고 정리한 뒤 "따라서 케인의 판매는 토트넘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부여하고 있다. 손흥민에게도 긍정적이다"라고 전했다.
케인이 뮌헨으로 가며 토트넘에게 1억 파운드(약 1750억원)를 넘겨줬기 때문에 토트넘의 재정 상태 또한 튼튼하다. 손흥민의 다재다능함이 계속 유지된다면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다른 포지션에 투자할 수 있는 돈을 번 셈이다.
특히 현재 이적시장의 흐름으로는 공격수 몸값이 타 포지션에 비해 높은 편이다. 유럽무대에서 통할 수 있는 스트라이커 한 명 살 돈으로 미드필더와 수비 자원을 보강해 스쿼드 깊이를 더한다면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를 비롯한 유럽 클럽대항전에서의 좋은 성적도 보장할 수 있게 된다.
사진=연합뉴스, 스카이스포츠
이태승 기자 taseau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