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수원월드컵경기장, 권동환 기자) 2022 월드컵 챔피언 아르헨티나가 차기 대회 남미예선 홈 경기에서 복병 우루과이에 완패한 가운데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는 깨끗하게 패배를 인정했다.
메시가 주장 완장을 찬 아르헨티나는 17일 수도 부에노스 아이레스 라 봄보네라 경기장에서 열린 2026 월드컵 남미예선 5차전 우루과이와의 홈 경기에서 전·후반 각각 한 골씩 내준 끝에 0-2로 완패했다.
아르헨티나는 이날 경기 전까지 남미예선에서 4연승을 달리고 있었으나 기세가 한 풀 꺾였다. 에콰도르와 볼리비아를 지난 9월 각각 1-0, 3-0으로 누른 아르헨티나는 지난 10월에도 파라과이를 1-0, 페루를 2-0으로 꺾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다음으로 남미에서 강팀인 우루과이를 만나 힘을 쓰지 못했다. 아르헨티나는 승점 12를 유지하면서 다행히 선두는 지켜냈다.
우루과이는 지난 달 브라질을 홈에서 2-0으로 완파한 것에 이어 남미 양강 아르헨티나를 적지에서 역시 2-0으로 눌러 2026 월드컵 다크호스로 일찌감치 급부상했다. 남미예선 3승1무1패(승점 10)로 2위에 올라섰다. 아르헨티나를 바짝 추격하면서 2010년부터 5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청신호를 일찌감치 밝혔다.
이날 경기에서 아르헨티나 대표팀을 맡고 있는 리오넬 스칼로니 감독은 리오넬 메시를 필두로 정예 멤버를 모두 투입했다. 지난해 월드컵 최우수 골키퍼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애스턴 빌라)를 문지기로 세운 스칼로니 감독은 백4에 나우엘 몰리나(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니콜라스 타글리아피코(올랭피크 리옹), 크리스티안 로메로(토트넘 홋스퍼), 니콜라스 오타멘디(벤피카)를 세웠다. 중원엔 로드리고 데 폴(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엔소 페르난데스(첼시), 알렉시스 맥앨리스터(리버풀) 등 지난해 월드컵 우승 주역을 모두 집어넣었다. 전방 스리톱은 메시와 훌리안 알바레스(맨체스터 시티), 니콜라스 곤살레스로 짜여졌다.
원정팀 우루과이 라인업도 대단했다. 우루과이는 지난해 월드컵 이후 아르헨티나 출신 명장 마르셀로 비엘사가 지휘봉을 잡고 있다. 세르히오 로체트(인터나시오날) 골키퍼가 문 앞에 섰으며, 세바스티안 카세레스(클럽 아메리카), 로날드 아라우호(FC바르셀로나), 마티아스 올리베라(나폴리), 마티아스 비나(사수올로)가 백4에 자리잡았다. 니콜라스 델라크루스(리버플레이트), 파쿤도 펠레스트리(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막시밀리아노 아라우호(톨루카), 마누엘 우가르테(파리 생제르맹), 페데리코 발베르데(레알 마드리드)가 중원에 포진했다. 전방 원톱은 다르윈 누네스(리버풀)였다.
경기를 주도한 팀은 아르헨티나였으나 아르헨티나 출신 명장으로 지난 5월부터 우루과이 대표팀을 맡은 마르셀로 비엘사 감독의 역습 전술이 빛났다.
우루과이는 전반 41분 아르헨티나 수비진영 오른쪽에서 비나가 상대 수비수 몰리나를 강하게 압박해 볼을 빼앗은 뒤 반대편으로 크로스, 아라우호의 오른발 대각선 슛으로 선제골을 터트렸다.
반격에 나선 아르헨티나는 후반 12분 메시가 페널티지역 오른쪽 바로 앞에서 얻은 프리킥을 감각적인 왼발 킥으로 시도했으나 볼이 크로스바 맞고 나가며 땅을 쳤다.
우루과이는 후반 42분 메시의 볼을 빼앗아 역습 감행하던 델라크루스가 하프라인에서 질주하던 누네스에 빠르게 볼을 뿌렸고 이를 잡은 누네스가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상대 문지기 마르티네스의 다리 사이로 오른발 슛을 쏴 2-0을 만들고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가로채기 당한 메시의 실수가 우루과이 2번째 골로 연결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아르헨티나는 월드컵 남미예선에서 25경기 만에 패했다. 아르헨티나가 월드컵 남미예선에서 가장 최근 패했을 땐 2017년 3월28일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예선 볼리비아 원정으로, 당시 아르헨티나는 해발고도 3600m에 달하는 상대팀 수도 라파스에서 경기하다가 0-2로 졌다.
이후 러시아 월드컵 예선 4경기 연속 무승을 기록한 뒤 2022 카타르 월드컵 남미예선 전 경기를 11승6무로 질주하며 무패로 본선에 올랐던 아르헨티나는 2026 월드컵 예선에서도 4연승을 달리다가 25경기 만에 처음 무릎을 꿇었다.
메시는 이날 한 차례 슛이 크로스바를 맞는 등 운도 따르지 않았지만 전체적으로 부진했다. 양팀 선수들 몸 싸움 땐 우루과이 선수 멱살을 잡는 등 과격한 신경전까지 벌였다.
다만 메시는 경기 뒤 부진을 인정하고 우루과이를 축하했다.
메시는 "어떤 경기를 하게 될지 알았고 예상대로 어려웠다"며 우루과이의 거친 신경전, 빠른 역습을 예상했음을 알린 뒤 "우루과이는 강하고 피지컬이 뛰어나다. 또 빠르다. 우린 편안함을 느끼지 못하며 경기했다"고 했다.
이어 "우루과이 대표팀에서 비엘사 감독의 손길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이 이기고 우리가 진 결과가 합당하다. 하지만 이런 일은 일어날 수 있다. 다시 일어나서 다음 브라질전에서 좋은 경기를 하겠다"고 했다.
남미예선은 오는 22일 지구촌 축구팬들의 시선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22일 오전 9시30분 축구의 성지로 불리는 브라질 리우 마라카낭에서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격돌하기 때문이다.
브라질 역시 17일 콜롬비아 원정에서 0-2로 져 승점 7로 10개국 중 5위까지 내려간 상태다. 브라질은 지난 달 홈에서 베네수엘라와 비기더니 우루과이 원정에서 0-2로 지면서 체면을 구겼다. 이어 콜롬비아 원정에서도 참패하며 남미 예선에서 2연패 늪에 빠지는 보기 드문 장면을 연출했다. 지난달 우루과이전에서 다친 간판 스타 네이마르는 인대 부상으로 이번 명단에서 빠졌다. 브라질 축구 성지 마라카낭에서 격돌하는 가운데 두 팀이 사력을 다해 싸울 것으로 보인다.
메시는 브라질전 승리 각오를 잊지 않았다. 그는 "브라질과의 경기엔 많은 역사가 있다"며 "그들을 존중하지만 우리가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며 승리를 다짐했다. 두 팀 중 패하는 팀은 월드컵 본선행을 향한 가시밭길이 불가피해 벼랑 끝에서 절박한 심정으로 싸울 수밖에 없게 됐다.
◆ 2026 월드컵(캐나다·멕시코·미국 공동 개최) 남미 예선 5라운드 전적
볼리비아 2-0 페루
베네수엘라 0-0 에콰도르
우루과이 2-0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2-1 브라질
칠레 0-0 파라과이
사진=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