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중국 항저우, 나승우 기자) 황선홍 감독의 용병술이 제대로 통하며 한국 대표팀이 에이스들의 체력 부감과 부상 위험 극복, 승리를 모두 챙겼다.
한국은 1일(한국시간) 중국 항저우에 위치한 황룽스포츠센터경기장에서 열린 개최국 중국과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8강전 맞대결에서
이날 황선홍 감독은 에이스 이강인을 선발에서 제외하고 이광연이 골문을 지키고 황재원, 박진섭, 이한범, 박규현이 백4를 형성했다. 중원은 홍현석, 백승호, 고영준, 송민규, 안재준이 호흡을 맞췄고, 최전방에 조영욱이 나섰다.
이강인은 지난 조별리그 3차전 바레인과의 경기에서 이번 아시안게임 첫 경기를 선발로 시작해 관심을 모았다. 다만 이강인은 바레인전에서는 짧은 출전 시간만을 소화하고 경기장을 빠져 나가며 경기력 확인만 했다. 이후 이강인은 키르기스스탄과의 16강전에서도 선발로 나섰다. 이강인은 바레인전보다는 조금 긴 60분가량을 소화했고 바로 교체됐다.
이번 중국전을 앞두고도 이강인의 선발 가능성은 충분했다. 8강 상대인 중국이 굉장히 까다로운 상대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상대전적에서는 중국에 확실히 앞선다. 23세 이하(U-23) 대표팀간 맞대결에서는 대표팀이 17전 13승3무2패로 절대 우세를 기록하고 있다. 다만 최근 맞대결에서 안 좋은 기억이 적지 않았다. 지난 6월 항저우에서 치른 원정 평가전 2차전 당시 중국은 거친 파울로 한국 선수들을 몰아붙였고, 엄원상, 조영욱, 고영준 등이 부상을 당했는데, 특히 엄원상은 발목을 심각하게 다친 사진이 공개되며 팬들을 분노하게 했다. 경기도 0-1로 패했다.
이런 부분을 고려하면 중국을 상대하는 한국 대표팀은 결과와 더불어 부상까지 고민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또한 개최국인 데다 비디오 판독(VAR)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아 오심을 잡아낼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에 이강인을 향한 상대의 거친 압박을 저지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결국 황 감독은 4강 진출이 걸린 어려운 중국전임에도 대표팀의 핵심 전력인 이강인과 정우영을 선발에서 제외하는 강수를 뒀다. 이강인은 팀 내 에이스로 평가받는 자원이며, 정우영은 이번 대회 4경기에서 5골을 기록하며 팀 내 최다득점자였기에 아무리 중국이 한 수 아래 전력이라도 굉장히 과감한 선택이었다.
선택은 적중했다. 한국은 이강인과 정우영 대신 선발로 출전한 홍현석과 송민규가 활약하며 빠르게 앞서 나갔다.
홍현석은 전반 18분 페널티지역 외곽 오른쪽에서 얻어낸 프리킥을 장기인 왼발 프리킥으로 중국 골문 오른쪽 상단 구석을 흔들었다. 다음 차례는 송민규였다. 전반 35분 조영욱이 페널티박스 우측에서 반대편으로 배달한 횡패스가 한자치와 중국 수비수 사이로 파고들었고, 한자치가 패스를 쳐냈으나 송민규 오른발에 닿으면서 볼이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다.
황 감독은 이후 한국이 2-0으로 확실히 승기를 잡고 경기를 주도하던 후반 18분 이강인과 정우영, 엄원상을 투입하며 아껴두었던 에이스들의 경기력을 끌어 올릴 수 있는 기회까지 잡았다.
교체 투임된 이강인과 정우영은 중국 문전 앞에서 날카로운 움직임과 패스를 시도하는 등 경기력을 끌어 올리기 위해 30분 가량을 소화하며 경기력을 점검했다. 두 선수는 짧은 시간임에도 돋보였다. 이강인은 프리킥 상황에서의 날카로운 크로스도 선보였으며, 정우영은 돌파와 수비 뒷공간을 흔드는 움직임으로 에이스인 이유를 증명했다.
중국전에서 체력 부담과 더불어 부상 위험까지 덜어낸 이강인과 정우영은 4강 우즈벡전과 이후 이어질 결승전에서도 활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한편 황 감독의 이번 선택이 주효한 이유 중 하나는 대회 전까지 우려됐던 이강인에 대한 의존도를 극복해냈기 때문이다.
이번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이강인은 차출 시기와 차출 여부 만으로도 큰 화제가 될 만큼 아시안게임 대표팀 내에서 입지가 대단했다. 황 감독도 이강인의 차출 여부 결정이 늦어지자 직접적으로 아쉬움을 표할 만큼 이강인의 차출을 강하게 원했다.
다만 파리 생제르맹에서 맹활약하며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이강인이기에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합류한다면 확실히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이었지만, 이강인 없이 제대로 경기를 펼치지 못한다면 한국을 상대하는 입장에서도 파훼법이 비교적 쉽게 드러날 수 있었다.
또한 이강인은 이번 아시안게임 대표팀의 핵심 전력임에는 틀림없지만, 합류 이후 두 경기에서 활약이 저조했다. 이강인 특유의 드리블과 개인기, 정확하고 날카로운 왼발 패스 등 개인 능력은 역시 이강인 다웠지만, 좀처럼 동료들과 합이나 공격포인트로 이어지는 장면이 나오지 않았고, 상대 수비에 막히는 장면도 적지 않았다.
이강인 스스로도 바레인전 이후 인터뷰에서 "선수들과 처음 호흡을 맞춰봤는데 아직 더 발전해야 할 부분이 많은 것 같다"고 경기력 자체는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았다고 경기를 되돌아봤다.
황 감독은 이번 경기 결과를 통해 지금 부상 등 여러 이유로 폼이 저하된 상태인 이강인을 아끼면서 적절한 상황에 기용할 수 있는 여유까지 얻게 됐다.
에이스 이강인과 정우영을 아끼며 4강전 준비까지 성공한 황 감독의 선택이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어떤 결과로 돌아올지도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중국 항저우, 김한준 기자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