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신임 감독 밑에서 첼시가 최악의 시즌 출발을 보이고 있다.
영국 매체 '디 애슬레틱'은 25일(한국시간) "첼시의 끔찍한 데이터는 시즌 시작부터 그들이 좋지 않다는 걸 반영한다"라며 "현재 첼시를 둘러싸고 있는 끔찍한 수치는 그들의 상황을 말해주고 있다" 보도했다.
첼시는 지난 24일 영국 런던에 위치한 스탬퍼드 브리지에서 열린 애스턴 빌라와의 2023/24시즌 프리미어리그 6라운드 맞대결에서 수적 열세 끝에 0-1로 패했다.
전반전을 0-0으로 마친 첼시는 후반 17분 수비수 말로 귀스토가 다이렉트 퇴장을 받으면서 10명으로 빌라와 싸우게 됐다. 귀스토가 빌라 수비수 뤼카 뒤뉴 발목을 향해 위험한 태클을 가자하, 심판은 즉시 옐로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러나 곧바로 비디오판독(VAR)이 진행됐고, 심판도 VAR실 요청에 따라 직접 터치라인 밖으로 이동해 귀스토 태클 장면을 다시 확인했다. 영상을 유심히 본 심판은 경고로 끝날 반칙이 아니라고 판단해 옐로카드를 취소하고, 레드카드를 꺼내면서 귀스토한테 퇴장 명령을 내렸다.
수적 열세 속에서 빌라를 상대하게 된 첼시는 끝내 후반 27분 역습 상황에서 공격수 올라 왓킨스한테 결승골을 허용해 0-1로 패배하면서 홈경기임에도 빌라한테 승점 3점을 내줘야 했다.
첼시 원정 경기에서 승리를 챙긴 빌라는 리그 6위(4승2패·승점 12)로 도약했지만, 첼시는 6경기 동안 승점을 단 5점(1승2무3패)밖에 얻지 못하면서 14위에 위치했다.
시즌 개막 후 첼시는 벌써 리그 6경기에서 3패를 기록했다. 첼시가 이번 시즌 유일하게 거둔 리그 승리는 승격팀 루턴 타운 상대로 3라운드에서 3-0으로 승리한 경기로, 이후 빌라전을 포함해 리그 3경기에서 1무2패를 거두며 최악의 시즌 초반을 보내고 있다.
지난 시즌 첼시는 리그 12위로 마감하면서 유럽대항전 진출에 실패한 것은 물론이고 순위도 10위권 밖으로 나가면서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2022/23시즌 첼시는 토마스 투헬 감독의 경질을 시작으로 감독을 두 번이나 바꾸면서 분위기 반전을 꾀했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브라이턴을 성공으로 이끌었던 그레이엄 포터 감독을 야심 차게 데려왔지만 성적 부진으로 계약 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경질했고, 소방수로 부임한 구단 레전드 프랭크 램파드도 팀의 부진을 끊는데 실패했다.
두 번의 실패를 원치 않는 첼시는 새 시즌을 앞두고 선수단과 코칭스태프를 탈바꿈했다. 먼저 프리미어리그 경험이 풍부한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포체티노 감독은 과거 사우샘프턴과 토트넘 홋스퍼를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특히 2018/19시즌에 토트넘을 구단 역사 최초로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결승전까지 올려놓으며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2021년 1월부터는 파리 생제르망(PSG)를 지휘하기 시작했는데, 2022/23시즌을 앞두고 지난해 7월 경질되면서 1년간 휴식기를 가진 뒤 첼시 지휘봉을 잡아 다시 현장으로 복귀했다.
포체티노 감독을 선임한 후 첼시는 천문학적인 이적료를 투자하면서 힘을 실어줬다. 영국 '스카이스포츠'에 따르면, 첼시가 이번 여름 영입생 12명에게 지출한 이적료 총액은 무려 4억 1900만 파운드(약 6953억원)에 달한다. 에콰도르 미드필더 카이세도를 영입하기 위해 1억 1500만 파운드(약 1908억원)를 지출하면서 프리미어리그 이적료 신기록까지 세웠다.
문제는 막대한 지출에도 불구하고 포체티노 감독의 시즌 초반 성적이 신통치 않다는 점이다. 2023/24시즌 프리미어리그 개막전에서 리버풀과 1-1 무승부를 거둔 첼시는 2라운드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전에서 1-3으로 완패했다. 이후 구단 창단 이래 처음으로 프리미어리그에 승격한 루턴 타운과의 리그 3라운드 맞대결에서 3-0 완승을 거두며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그러나 첼시는 루턴 타운전 승리 이후 기세를 타는데 실패했다. 이후 4라운드 노팅엄 포레시트전에서 0-1로 패한 첼시는 5라운드 본머스 원정에서 0-0 무승부를 거뒀고, 6라운드 빌라전에서 0-1로 패하면서 좀처럼 상위권으로 도약할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현재 첼시 상황을 두고 '디 애슬레틱'는 "끔찍하다"라고 표현했다. 빌라전이 끝나고 매체는 "첼시는 2023년에 들어와 프리미어리그 13경기에서 골을 넣는데 실패했는데, 이는 다른 팀보다 많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포체티노 감독이 이끄는 첼시는 2000/01시즌 이후 처음으로 프리미어리그 개막 이래 6경기에서 단 1승만 거뒀다"라며 "개막전 포함 6경기에서 3패를 당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라고 덧붙였다.
물론 포체티노 감독에게도 현 상황에 대해 변명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 현재 첼시 1군은 2023/24시즌 초반임에도 10명 넘게 부상을 입어 기용할 수 없는 상태라, 포체티노 감독은 시즌 개막 후 첼시 베스트 11을 제대로 가용해 본 적이 없다.
현재 리스 제임스, 웨슬리 포파나, 트레보 찰로바, 크리스토퍼 은쿤쿠 등을 비롯해 많은 1군 선수들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으면서 전력에서 이탈한 상태이다. 최근엔 이번 여름 5800만 파운드(약 966억원)에 영입된 2004년생 벨기에 미드필더 로메오 라비아가 발목 부상을 입었고, 발목 관절 근육 파열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장기 결장할 수도 있는 상황에 처했다.
특히 은쿤쿠의 부상 이탈은 첼시에게 뼈아팠다. 1997년생 프랑스 공격수 은쿤쿠는 지난 시즌 RB라이프치히 소속으로 분데스리가에서 16골을 터트리며 베르더 브레멘에서 뛰던 니클라스 퓔크루크(보루시아 도르트문트)과 함께 리그 공동 득점왕에 올랐다.
분데스리가 득점왕 타이틀을 얻은 은쿤쿠는 지난 6월 이적료 6600만 유로(약 950억원)에 첼시 유니폼을 입으면서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했다. 많은 기대를 받으며 첼시에 입성한 은쿤쿠는 프리시즌 친선전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면서 시즌을 앞두고 팬들의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은쿤쿠는 첼시가 프리시즌 기간 동안 잡은 친선전 5경기에 모두 출전해 총 3골을 터트렸다. 친선전이지만 적응기가 무색할 정도로 날카로운 골 결정력을 보이면서 첼시 팬들은 은쿤쿠가 공식전에선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했다.
그러나 은쿤쿠는 시즌 개막을 앞두고 치른 마지막 친선전인 도르트문트전에서 무릎 부상을 입고 말았다. 지난 8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도르트문트와의 친선전에서 선발로 출전한 은쿤쿠는 전반 19분 왼쪽 무릎을 부여잡은 채 경기장에 쓰러졌다.
곧바로 교체된 은툰쿠는 병원으로 이동해 정밀 검진을 받았다. 팬들과 구단은 큰 부상이 아니길 기원했지만 불행히도 은쿤쿠는 왼쪽 무릎 반월판이 손상돼 수술대에 올랐고, 최대 4개월 가량 전력에서 이탈하게 됐다.
팀 내 주포가 돼 줄 것으로 여겨졌던 은쿤쿠가 장기 부상을 입어 전력에서 빠진 가운데 첼시는 결국 득점력에서 문제점을 드러내면서 부진한 시즌 출발을 보였다. 루턴 타운전 3골을 제외하면서 개막 후 첼시가 리그 5경기에서 넣은 득점은 불과 2골에 불과하다.
골 가뭄이 지속되면서 팀의 부진도 길어지고 있는 가운데 경기가 끝나고 포체티노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경기력을 보여줘야 하기에, 우리는 그들의 자신감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모든 지원을 해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경기력은 훌륭하지는 않지만 좋은 편인데 우린 골을 놓치고 있다"라며 "난 이제 다음 경기를 준비하기 위해 내일 다시 시작할 것이고, 우리가 다음 경기에서 골을 넣을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첼시는 오는 28일 오전 3시45분에 브라이턴 앤드 호브 앨비언과 2023/24시즌 EFL(잉글랜드풋볼리그)컵 3라운드 맞대결을 가질 예정이다. 컵대회를 통해 첼시가 자신감과 골 결정력을 찾아 반등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브라이턴전을 마치면 10월3일 풀럼전, 10월7일 번리전 등 비교적 해볼만한 팀들과 붙는다.
사진=AP, PA Wire, AFP, PA Wire/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