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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쇼크' 지운 男 배구, 파키스탄 넘어야 '개막식 전 탈락 참사' 피한다

기사입력 2023.09.22 07:00



(엑스포츠뉴스 중국 항저우, 김지수 기자) '항저우 비극'을 겪었던 한국 남자배구가 힘겹게 12강 토너먼트에 올라 금메달을 향한 도전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경기력에서는 여전히 100%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을 보여주면서 불안감을 남겼다.

임도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남자 배구 국가대표팀은 21일 중국 항저우 린핑 스포츠센터 체육관(Linping Sports Centre Gymnasium)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배구 C조 조별리그 2차전 캄보디아와의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0(25-23 25-13 25-15)으로 이겼다.

한국은 전날 인도에 풀세트 접전 끝에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지만 캄보디아를 꺾으면서 C조 2위로 12강행 티켓을 따냈다. 오는 22일 파키스탄과 격돌해 6강 토너먼트 진출을 노린다.

국제배구연맹(FIVB) 랭킹 27위 한국은 전날 73위 인도에게 무릎을 꿇는 참사를 당했다. 에이스 정지석이 허리 부상 여파로 출전하지 못하는 악재가 있기는 했지만 게임 내용이 매우 좋지 못했다. 변명의 여지 없이 '실력'으로 인도에게 승리를 헌납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한국의 경기력은 이튿날에도 빠르게 회복되지 않았다. 1세트 예상외로 고전하면서 25-23으로 힘겹 세트 스코어 1-0의 리드를 잡을 수 있었다. 캄보디아는 FIVB가 세계 랭킹 포인트조차 산정하지 않을 정도로 국제대회 출전이 없을뿐더러 프로 선수들이 즐비하게 출전하는 아시안게임 레벨에서 뛸 경쟁력을 갖출 선수가 없다. 아마추어 수준의 전력을 갖춰 아시안게임 참가에 의의를 두고 항저우에 왔다.

그러나 한국은 1세트 초반 캄보디아를 상대로 쉽게 리드를 잡지 못했다. 외려 공격 범실이 속출하면서 위기를 자초했고 1세트 중반까지 14-16으로 끌려갔다. 

2세트 들어 주축 선수들이 조금씩 컨디션을 회복하면서 셧아웃 승리를 따냈지만 1세트까지만 하더라도 '인도 쇼크'에 악몽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기에 충분했다.



인도는 세터, 리베로 포지션을 제외한 공격수들과 미들블로커들의 평균 신장이 195cm 이상으로 높이에서 한국을 괴롭힐 수 있는 확실한 강점이 있었다. 한국의 공격이 인도의 높은 수비벽을 수차례 넘지 못한 게 패인 중 하나였다.

그러나 캄보디아전 초반 경기력으로 토너먼트를 거쳐 준결승, 결승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는 의문표가 붙는다. 아픈 예방주사를 미리 맞았다고 하기에는 선수들의 호흡과 퍼포먼스가 정상궤도가 아닌 게 마음에 걸린다.

12강에서 맞붙을 파키스탄도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다. FIVB 랭킹에서는 51위로 한국보다 크게 뒤처져 있지만 뛰어난 신체 조건과 탄탄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언제든 이변을 만들 수 있는 저력을 갖췄다고 평가받는다. 주포 무라드 칸과 미들 블로커 압둘 자히르가 205cm의 장신으로 인도처럼 한국을 상대로 높이를 앞세운 전략을 들고나올 가능성이 높다.

임도헌호 전력의 핵 주전 세터 한선수도 "파키스탄, 인도, 태국은 외국인 지도자들이 많이 가면서 유럽 배구의 장점을 많이 습득한다고 들었다"며 "그들이 많이 성장했기 때문에 우리도 더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물론 한국 남자 배구 역사상 프로 선수가 출전한 국제대회에서 파키스탄에게 패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한국은 지난달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파키스탄을 세트 스코어 3-1(26-28 25-20 32-30 25-22)로 이겼던 좋은 기억도 있다.

하지만 과거의 영광이 현재의 승리를 보장하는 건 아니다. 만약 파키스탄에게 덜미를 잡힌다면 오는 23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회식도 전에 남자 배구가 짐을 싸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또 1966년 방콩 아시안게임부터 시작된 한국 남자 배구의 연속 메달 획득 행진도 항저우에서 멈춰서게 된다. 한국 남자배구는 1978년 방콕 아시안게임, 2002 부산 아시안게임, 2006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총 3개의 금메달을 수확했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과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로 체면치레를 했다. 57년 만에 노메달 악몽을 피하기 위해서는 파키스탄전에서 한층 개선된 경기력이 필요하다. 



사진=중국 항저우, 김한준 기자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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