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토트넘 홋스퍼 주장 손흥민이 팬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상승세 비결로 긍정적으로 바뀐 팀 분위기를 꼽았다.
토트넘 20일(한국시간) 구단 SNS와 홈페이지를 통해 약 6년 만에 개최한 팬 간담회 영상을 게시했다. 토트넘 주장으로서 간담회에 참석한 손흥민은 이날 팬들로부터 다양한 질문을 받아 성심성의껏 답변했다.
토트넘은 지난 19일 홈구장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팬 간담회를 개최해 사령탑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과 다니엘 레비 회장을 비롯해 클럽 주요 인사들이 팬 250명과 논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남자축구팀 주장 손흥민도 패널로 참석했으며, 여자대표팀 사령탑 로버트 빌라함 감독과 1군 대표 베서니 잉글랜드도 모습을 드러냈다.
토트넘 팬 간담회는 지난 2017년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행사로, 지난 행사 때 레비 회장은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과 위고 요리스 골키퍼와 함께 참석했다. 요리스는 아직 토트넘에 남아 있지만 주장 완장을 손흥민한테 물려주면서 손흥민이 행사에 참가하게 됐다.
이날 레비 회장이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한 월드 클래스 공격수 해리 케인에 대해 "바이백 조항(전 소속팀이 일정한 이적료를 지불하면 다시 선수를 재영입할 수 있는 조항)이 있다"라고 큰 화제를 모은 가운데 손흥민은 새 시즌을 앞두고 주장으로 선임된 소감과 지난 시즌 성적에 대한 총평 등에 관해 입을 열었다.
2023/24시즌 개막을 앞두고 토트넘은 지난 8월 13일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손흥민이 구단의 주장으로 임명됐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토트넘은 "손흥민은 2014/15시즌 독일 바이엘 레버쿠젠에서 왔다. 2015/16 시즌부터 주장으로 임명된 위고 요리스로부터 이번에 주장 완장을 물려받았다. 제임스 매디슨과 크리스티안 로메로가 부주장으로 임명됐다"라고 소개했다. 요리스가 7년간 맡았던 주장이란 중책을 이제 한국인 공격수 손흥민이 지게 된 것이다.
손흥민은 주장에 임명된 것에 대해 "이 거대한 클럽의 주장이 된 것은 큰 영광이다. 큰 놀라움이고 매우 자랑스러운 순간이다. 나는 이미 경기장 안팎에서 모두가 주장처럼 느껴야 한다고 선수들에게 말했다"라며 소감을 밝혔다.
이어 "새 시즌, 새로운 시작이다. 이 유니폼과 완장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칠 것이다"라며 '캡틴'으로서 토트넘에 열과 성을 다하겠다는 의지도 다졌다.
이로써 손흥민은 지난 1882년 창단된 토트넘의 41번째 주장이 됐다. 그뿐만 아니라 유럽 대륙을 벗어난 국적 선수로는 첫 주장이다.
토트넘은 1882년 보비 버클이 첫 주장으로 선임된 것에 이어 잭 줄, 스탠리 브릭스 등 잉글랜드 선수들이 캡틴을 맡다가 1897년 웨일스 출신 잭 존스가 주장으로 낙점되면서 비잉글랜드 출신 첫 주장이 됐다.
하지만 영국 국적 외 선수들에게 왼팔뚝 완장을 허용한 것은 무려 132년이 지나서였다. 2014년까지 토트넘은 38명이 구단 주장으로 활약했는데 잉글랜드 26명, 스코틀랜드 7명, 웨일스 3명, 북아일랜드 2명 등으로 모두 영국 국적 선수들이었다. 그 만큼 영국 출신이 아니면 팀의 구심점이 되기 어려웠다는 뜻도 된다.
그러다가 지난 2014년 프랑스 국가대표 유네스 카불을 주장으로 낙점하더니 2년 뒤 프랑스 국가대표 골키퍼 요리스에 캡틴을 맡겨 7년간 뛰게 했다. 그리고 손흥민이 비유럽 선수 최초 토트넘 주장이 되는 기염을 토한 것이다. 토트넘은 아시아 출신이 감독과 주장을 모두 맡는 신기원을 펼치게 됐다.
토트넘 41번째 주장으로 팬 간담회에 참석한 손흥민은 한 팬으로부터 "팀의 주장으로서 가장 큰 도전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대해 손흥민은 "꼬마 30명을 매일 같이 돌봐야 하는 게 가장 큰 도전이다"라고 농담했다. 토트넘 1군 선수들을 꼬마 취급하는 손흥민의 농담은 좌중을 폭소케했다.
다만 1992년생 손흥민은 벌써 31세이고, 2015년부터 토트넘에서 뛴 최고참이기에 손흥민 입장에서 웬만한 선수들은 다 아이처럼 보일 수 있다. 토트넘 1군 중 손흥민보다 더 오래 몸담은 선수는 요리스, 에릭 다이어, 벤 데이비스 단 3명 밖에 없다.
농담을 통해 팬들을 웃게 만든 손흥민은 "어려운 건 없다. 다들 프로답고, 열심히 한다"라며 "난 그저 좋은 모범이 되기를 바란다. 선수들이 따라와 주니까 내 일이 매우 쉽다"라며 동료들에게 감사를 드러냈다.
또한 손흥민은 라커룸과 경기장 분위기가 매우 긍정적으로 바뀌었다고 말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그는 "예시로, 오늘 도핑 검사를 받았는데 도핑 검사관이 '와우, 작년엔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았는데, 이번엔 되게 밝아졌다'라고 말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손흥민은 "이러한 분위기는 우리가 기대했던 것"이라며 "그래야 플레이를 할 때도 자신감 있게 할 수 있고, 퍼포먼스도 좋아진다"라고 밝혔다.
손흥민이 말한 대로 지난 시즌에 비해 토트넘 팀 분위기와 경기력은 크게 바뀌었다. 토트넘은 지난 시즌 리그 8위로 마무리해 유럽 대항전 진출에 실패했지만, 새 시즌 개막 후 리그 5경기에서 4승1무 무패행진을 달리면서 리그 2위에 올랐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토트넘은 지난 시즌에 비해 완전히 달라졌다.
팀 분위기와 경기력을 바뀐 배경엔 손흥민의 공로가 적지 않았다. 팀의 고참이자 주장으로 손흥민은 선수들 사기를 끌어 올리기 위해 분투했고, 그 결과 다시 한번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위해 상위 4위권 진입을 노릴 수 있게 됐다.
손흥민은 힘겨운 2022/23시즌에 대한 질문도 받았다. 토트넘은 지난 시즌 리그 8위를 차지하며 힘겨운 한 해를 보냈지만, 손흥민도 개인적으로 부상과 부진으로 인해 쉽지 않은 1년을 보냈다.
2021/22시즌 리그에서만 23골을 터트리며 생애 첫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오른 손흥민은 많은 기대를 받으며 새 시즌을 시작했지만 리그 8라운드 레스터 시티전에서 교체로 나와 해트트릭을 기록하기 전까지 리그에서 7경기 동안 침묵하는 극심한 골가뭄을 겪었다.
결국 손흥민의 2022/23시즌 리그 최종 성적인 10골 6도움. 프리미어리그 통산 100호골 달성과 7년 연속 프리미어리그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하며 나쁘지 않은 한 해를 보냈지만 직전 시즌에 비해 매우 아쉬운 성적을 거둔 건 분명했다.
손흥민의 성적 하락엔 시즌 중 안와 골절 부상과 스포츠 탈장까지 입어 컨디션이 100%가 아닌 게 큰 영향을 줬다. 특히 손흥민은 스포츠 탈장으로 인해 경기를 뛸 때마다 통증을 느꼈음에도 팀과 팬을 위해 수술을 시즌이 끝나고 받기로 결정하는 뛰어난 프로의식과 책임감을 보여줬다.
지난 시즌에 대해 손흥민은 "다른 이유들로 힘든 시간이었지만, 이는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라고 주장했다.
이아 "이제 난 경험이 많은 선수이다. 지난 시즌은 아마 내가 맞이한 시즌 중 가장 힘들었던 한 해일 텐데, 내가 18살일 때보다 더 많이 배웠다"라며 "이는 내게 놀라운 일이었다. 나를 다시 더 강하게 만들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물론 힘들었지만 이는 내 삶의 일부이고, 선수이자 인간으로서 나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라며 지난 시즌 고난을 이겨내고 선수로서 한 단계 더 발전했다고 밝혔다.
한층 더 성숙해진 손흥민은 팀의 새로운 주장으로 2023/24시즌 상승세를 달리고 있는 토트넘의 주역 중 하나로 활약 중이다. 손흥민의 리더십을 통해 하나로 똘똘 뭉친 토트넘은 개막 후 리그 4경기에서 3승1무를 기록했는데, 1992년에 프리미어리그가 출범한 이후 토트넘이 개막 후 리그 5경기에서 승점을 13점이나 챙긴 건 이번 시즌이 처음이다.
특히 리그 4라운드 번리전에서 해트트릭을 터트리며 5-2 대승을 이끈 경기와 2-1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5라운드 셰필드 유나이티드전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한 히샤를리송이 팬들의 환호를 독점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준 장면은 손흥민이 왜 토트넘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선수인지를 보여준다.
클럽 주장으로서 라커룸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고 있는 손흥민은 팬 간담회를 마치면서 이제 중요한 2연전을 준비해야 한다. 토트넘은 오는 24일 오후 10시 영국 런던에 위치한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아스널과 2023/24시즌 프리미어리그 6라운드이자 최고의 라이벌 매치 중 하나인 '북런던 더비'를 가질 예정이다. '북런던 더비'를 치른 이후엔 10월 1일 리버풀과 리그 7라운드 홈경기를 가져야 한다.
상승세를 달리고 있는 토트넘이 기세를 유지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가운데 손흥민이 득점을 터트려 팀의 무패 행진을 이어나가게 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렸다. 특히 손흥민은 번리전에서 3골을 터트리며 유럽 통산 200호골까지 단 3골만 남겨둔 상태이다.
손흥민이 클럽 주장으로서 치르는 이번 시즌 첫 '북런던 더비'에서 득점을 터트리며 대기록에 한 발자국 더 다가설 뿐만 아니라 팀의 5연승을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토트넘 SNS, 홈페이지, PA Wire, EPA, AP/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