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광주, 유준상 기자) 지난달만 해도 포스트시즌 진출 여부가 불투명했던 두산 베어스가 다시 한 번 흐름을 타기 시작했다. 구단 최다 연승 신기록(11연승)을 세운 7월 못지않게 팀 분위기가 좋다. '초보감독'이 맞나 싶을 정도로 상황에 따른 작전과 대타 기용을 선보이는 이승엽 두산 감독의 존재감도 팀 분위기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두산은 18일 현재 LG 트윈스(145개) 다음으로 많은 도루(110개)를 만들었다. 이미 2021시즌(81개), 지난해(90개)의 기록을 뛰어넘었다. 20도루 고지를 밟은 정수빈과 조수행을 중심으로 발 빠른 선수들이 투수들을 괴롭히는가 하면, 양의지(8개)처럼 발이 빠르진 않더라도 상대의 허를 찌르는 선수들도 적지 않다.
최근에는 벤치의 과감한 대타 기용도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8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팀이 6-7로 끌려가던 9회말 선두타자 김재환이 볼넷으로 출루하자 무사 1루 양석환의 타석에서 이유찬이 대타로 들어섰다. 희생번트를 염두에 둔 교체였다. 결국 두산은 이유찬의 희생번트 성공 이후 계획대로 동점에 이어 역전까지 만들면서 짜릿한 역전승을 맛봤다.
지난주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14일 SSG 랜더스와의 홈경기에서 팀이 0-2로 끌려가던 무사 1·2루 김재환의 타석에서 또 이유찬이 대타로 나왔고, 희생번트 지시가 떨어졌다. 물론 2루주자가 3루에서 포스아웃되면서 결과적으로 작전은 실패했지만, 벤치는 확실하게 주자들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 컸다.
선수 시절 수많은 경험을 했던 이승엽 감독은 17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 앞서 대타 기용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상황에 따라서 번트를 대야 할 상황이라면 번트를 잘 댈 수 있는 타자를 대타로 내보내야 한다"라며 "지난 경기(14일 SSG전)에서는 선행 주자를 진루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은 실패이긴 했다"라며 "이제는 우리 팀이 좀 더 짜내고 한 점 한 점을 소중하게 여겨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고 강조했다.
선수들도 이런 부분을 이해한다. 8일 경기에서 이유찬과 교체됐던 양석환은 "결과론적으로 우리 팀이 그 경기를 이겼기 때문에 감독님의 선택이 맞았다고 생각하고 내가 (양)의지 형처럼 더 큰 존재감을 내는 선수였다면 교체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감독님을 원망한다기보다는 스스로에게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감독님의 선택을 따르는 게 선수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흔쾌히 받아들였던 것 같다"고 전했다.
물론 단순히 작전 수행을 위한 대타 기용만 있었던 건 아니다. 15일 KIA전에서는 5-6으로 끌려가던 8회초 대타 박준영이 최준영을 상대로 동점 솔로 아치를 그렸고, 9회초 1사 만루에서는 또 한 명의 대타 김인태가 밀어내기 볼넷으로 역전을 일궈냈다. 벤치의 노림수가 정확히 맞아떨어진 셈이다.
이 감독은 "(대타 상황에서 고려하는 건) 우선 투수의 유형이 왼손인지 오른손인지 봐야 한다. 박준영이 나간 상황도 좌완 최지민이 마운드에 있지 않았나"라며 "대타 1순위는 김인태다. 대타 성적이 좋았기 때문에 웬만해선 변수가 없다면 김인태가 대타로 나가지만, 그날은 좌투수이기도 했고 박준영의 컨디션이 나쁘지 않아서 기용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돌아봤다.
잔여 경기가 점점 줄어들수록 1점의 가치가, 또 1승의 중요성이 부각되기 마련이다. 그 소중함을 아는 '이승엽호'는 포스트시즌이라는 목표만을 바라보며 남은 경기에서의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