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광주, 유준상 기자) 데뷔 시즌부터 꾸준히 커리어를 쌓아온 KIA 타이거즈 우완투수 정해영은 짧은 시간 동안 자신의 능력을 증명했고, 덕분에 팀의 주축 불펜 투수로 자리잡았다.
정해영은 2021년부터 두 시즌 연속으로 30세이브를 달성하기도 했다. 올해로 네 번째 시즌을 치르고 있는 그는 벌써 82세이브를 수확, 선동열(132세이브)과 윤석민(86세이브)에 이어 팀 내 개인 통산 최다 세이브 3위를 마크하고 있다. 이 흐름이라면 조만간 윤석민을 넘고 이 부문 2위로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난 3년간 안정감을 유지했던 정해영이 올핸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4월 한 달간 12경기 12이닝 3승 1패 2세이브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한 이후 5월 8경기 6⅓이닝 4세이브 평균자책점 4.26으로 흔들렸고, 결국 5월 29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한 달 넘게 1군 경기에 등판하지 않은 정해영은 철저하게 점검을 마쳤고, 7월 8경기 6⅔이닝 1홀드 4세이브 평균자책점 1.35로 이전의 기량을 되찾은 듯했다. 그러나 지난달 8경기 9⅓이닝 1패 2세이브 평균자책점 4.82로 여전히 불안함을 보였다.
그나마 정해영은 지난달 17일 광주 키움 히어로즈전 이후 8경기 연속 무실점 투구로 흐름을 반전시켰으나 가장 최근 등판이었던 15일 두산 베어스와의 홈경기에서 ⅓이닝 1피안타 3사사구 1탈삼진 2실점으로 패전을 떠안았다.
9회초 6-6 동점 상황에서 올라온 정해영은 9회초 1사에서 호세 로하스의 볼넷과 강승호의 내야안타, 허경민의 볼넷으로 스스로 만루의 위기를 자초했다. 김인태와의 승부에서 밀어내기 볼넷을 내준 뒤 마운드를 내려가야 했고, 장현식이 박준영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하면서 정해영의 실점은 더 불어났다. 믿었던 정해영의 부진에 KIA는 한숨을 내쉬어야만 했다.
좋아질 만하면 제자리걸음을 반복하는 정해영의 기복에 사령탑도 안타깝기만 하다. 김종국 KIA 감독은 16일 두산과의 홈경기가 우천으로 취소되기 전 "(타자와) 붙었어야 한다. 어렵게만 하려고 했던 부분이 보였다. 어떻게 보면 안 맞으려고 했던 것 같은데,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예년과 비교했을 때 사사구 개수가 급증한 건 아니지만, 볼넷/삼진 비율이 감소한 점은 분명 복기가 필요해 보인다. 데뷔 첫해 1.33에서 이듬해 1.75로, 또 지난해 2.39까지 증가했던 수치가 올핸 1.31로 뚝 떨어졌다.
그만큼 상대를 압도할 능력을 갖춘 정해영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김종국 감독은 "(타자와) 정면승부를 해서 타자를 제압할 수 있어야 한다. 범타를 유도하거나 삼진을 잡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해영이 사령탑의 주문에 응답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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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