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잠실, 유준상 기자) 데뷔전의 기억이 너무 강렬했던 탓일까, '개막전 끝내기 홈런'을 제외하면 딱 떠오르는 장면이 없다. 팀도, 팬들도 느끼는 바가 같다. 호세 로하스(두산 베어스)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두산은 7월 첫 경기를 시작으로 무려 11연승을 달리면서 2000·2018년 10연승을 뛰어넘고 구단 역사상 최다연승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중위권 사수도 위태로웠던 두산의 순위는 3위까지 상승했다. 한때 선두권 팀들도 위협을 받을 정도로 페이스가 만만치 않았다.
여러 선수들의 활약이 빛났지만, 가장 돋보였던 건 로하스의 성적이다. 11연승 기간 동안 로하스는 33타수 11안타 타율 0.333 1홈런 8타점 OPS 1.067을 기록 지난 세 달의 부진을 씻어내는 듯했다. 1할대와 2할대를 오갔던 시즌 타율도 0.228까지 올랐다.
그러나 로하스가 무안타로 침묵한 26일 잠실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팀의 11연승이 멈춘 데 이어 이튿날에도 두산은 1-9로 패배했다. 이날 로하스는 세 타석 동안 단 1개의 안타도 때려내지 못하고 물러났다. 결과적으로 완전한 반등은 아니었던 셈이다.
LG 트윈스와의 주말 3연전에서는 존재감 자체가 드러나지 않았다. 시리즈 첫 날이었던 28일 경기에서 첫 타석을 소화한 로하스는 허리 미세 통증으로 두 번째 타석을 앞두고 외야수 홍성호와 교체됐다. 이튿날 병원을 방문한 로하스는 단순 근육통 진단을 받으면서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29일과 30일 경기 모두 교체로도 출전하지 못했다. 그 사이 팀은 28~30일 경기를 모두 지면서 시리즈 스윕패와 함께 시즌 첫 5연패 수렁에 빠졌다.
나올 수 있는 몸 상태이기는 한 걸까. 이승엽 두산 감독은 30일 경기에 앞서 "얼굴을 본 지 오래됐다"며 "(훈련에) 안 나왔고, 아마 실내에서 있을 것이다. 쉬고 나면 1일 한화 이글스전부터는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고 로하스의 몸 상태를 전했다.
문제는 7월 초에 비해 사이클이 내려왔다는 점이다. 몸 상태를 끌어올려도 정상 궤도에 진입할지 장담하기 어렵다. 결국 그 공백을 메워야 하는 건 양의지와 양석환 등 주축 타자들의 몫인데, 이들이 시즌 내내 잘할 수도 없는 법이다.
더구나 LG와의 3연전에서 로하스가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한 반면 LG의 외국인 타자 오스틴 딘은 13타수 4안타(1홈런) 3타점 1볼넷을 기록했고, 28일 경기에서는 경기 초반 리드를 잡는 선제 투런포를 쏘아 올렸다. 외국인 타자의 활약 여부에 두 팀의 희비가 엇갈렸다.
'시즌 첫 5연패'라는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결국 누군가는 해결사 역할을 해야 하고, 이왕이면 로하스가 남은 타자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두산은 딜런 파일 대신 브랜든 와델을 데려오면서 외국인 선수 교체 카드를 한 장 소진했지만, 외국인 타자를 교체하진 않았다. 카드가 한 장 남았음에도 믿음을 유지했다. 쉴 시간도 충분히 줬다. 8월에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면서 팀의 선택에 화답해야 하는 로하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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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