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울산, 김지수 기자) 두산 베어스의 셋업맨 정철원의 2023 시즌 첫 세이브는 말 그대로 천금 같았다. 팀을 위기에서 구해내는 멋진 피칭을 선보인 뒤 포효하며 7월을 기분 좋게 시작했다.
두산은 1일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시즌 7차전에서 2-1로 이겼다. 전날 연장 10회 0-1 끝내기 패배를 설욕했다.
두산은 이날 선발투수 곽빈의 6이닝 무실점 호투로 승리의 발판을 놨다. 1회초 2사 1루에서 터진 양의지의 선제 1타점 2루타와 9회초 2사 후 강승호의 솔로 홈런으로 2-0의 리드를 잡고 쉽게 게임을 풀어갔다. 9회말 마운드에 오른 마무리 홍건희가 선두타자 전준우를 유격수 땅볼로 처리할 때만 하더라도 낙승이 예상됐다.
하지만 롯데의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한동희, 박승욱의 연속 안타로 주자를 모았고 1사 1·2루에서 유강남이 1타점 적시타를 쳐내며 2-1로 따라붙었다.
두산 벤치는 여기서 결단을 내렸다. 정철원으로 투수를 교체하고 실점 없이 경기 종료까지 남은 아웃 카운트 두 개를 책임져 주기를 바랐다.
정철원은 코칭스태프의 기대에 완벽히 부응했다. 첫 타자 김민석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롯데의 추격 흐름을 끊어놨다.
후속타자 고승민의 타석 때는 투 볼 투 스트라이크에서 구사한 포크볼이 원 바운드로 크게 뛰면서 폭투가 나왔고 2사 2·3루로 상황이 악화됐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두산 포수 양의지는 풀카운트에서 또 한 번 포크볼을 정철원에 요구했고 정철원은 폭포수처럼 떨어지는 완벽한 포크볼을 구사하면서 고승민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고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정철원은 경기 후 "이기고자 하는 마음이 정말 컸다. 양의지 선배의 사인 대로 자신 있게 던졌다"며 "포크볼을 너무 낮게 던지려다고 공이 손에서 빠지면서 위기도 있었지만 (고승민 타석 때) 양의지 선배를 믿고 포크볼을 다시 던진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 "어느 상황에 올라가더라도 내게 주어진 임무에 맞게 열심히 던지려고 한다"며 "전날 팀이 아쉽게 졌기 때문에 꼭 이기고 싶었다. 무엇보다 선발투수였던 친구 곽빈의 승리를 축하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두산은 이날 경기까지 시즌 34승 36패 1무로 5위 키움 히어로즈에 승차 없는 6위를 달리고 있다. 4위 롯데와도 2경기 차에 불과해 전반기 잔여 10경기에서 충분히 5강권 진입을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지난 30일 롯데전에 앞서 오는 14일 올스타 브레이크 전 전반기 잔여 경기에서 총력전을 펼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주축 불펜투수들의 3연투도 가능하다고 공표했다.
정철원 역시 "3연투를 할 각오가 되어 있다"며 팀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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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