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인천, 유준상 기자) 15년간 대표팀을 위해 헌신했다는 걸 모두가 인정한다.
그 어떤 선수가 태극마크를 반납한다고 했을 때보다 팬들이 느끼는 감정이 달랐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랬던 '대표팀 에이스'가 생각하지도 못한 논란에 휩싸였고, 스스로 잘못을 인정했다.
SSG 랜더스 베테랑 투수 김광현은 1일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시즌 6차전이 펼쳐지기 전 취재진 앞에 섰다.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회 기간 도중 심야 음주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 사과하기 위해서다.
앞서 한 매체는 지난달 30일 유튜브 채널 방송을 통해서 "WBC 국가대표 선수들이 1라운드 첫 경기 전날부터 3일 연속으로 현지 룸살롱에서 술을 마셨다"고 보도했고, 이튿날 한국야구위원회(KBO)가 곧바로 조사에 돌입했다.
이튿날 KBO는 "(WBC에 출전한 28명 중에서) 3명을 제외하고 선수들은 대회 공식 기간 중 3월 13일 중국전 이전까지 유흥업소 출입 사실이 없다고 9개 구단이 사실 확인서를 통해 밝혔다. 경위서를 면밀히 검토해 국가대표 운영 규정에 어긋남이 있는지 여부를 조사해 후속 조치를 결정할 예정이다"고 발표했다.
3개 팀이 제출한 경위서에는 유흥업소 출입이 없다고 적혀 있었으나 3명의 선수가 대표팀이 오사카에서 도쿄로 이동한 지난 3월 7일, 휴식일 전날이었던 3월 10일 두 차례에 걸쳐 스낵바에 출입한 점, 식사와 함께 술을 마신 점을 인정했다.
이후 1일 해당 선수들의 공식 사과를 통해 논란의 중심에 선 선수들이 김광현, 이용찬(NC 다이노스), 정철원(두산 베어스)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WBC 기간 음주를 한 선수는 내가 맞다"고 입을 연 김광현은 "WBC 대회 기간에 불미스러운 행동을 해서 사과의 말씀을 전달하고 싶어서 미디어분들과 자리를 마련하게 됐다"며 "국가대표로서 대회 기간에 생각 없이 행동을 했다는 점에 대해 야구를 사랑하는 모든 분들, 미디어분들, 야구계 선후배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팀의 베테랑으로서 생각이 너무 짧았고, 내가 컨트롤 할 수 없었다는 것에 대해 정말 후회를 많이 하고 있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나와 같이 연루된 후배 선수(안산공고 후배 정철원)에게도 미안하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 진짜 앞길이 창창한 야구 인생에 낙서를 한 것 같아서 그 선수에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미안하다고 얘기하고 싶다"며 "(현재 상황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으시겠지만 지금 KBO의 조사가 진행 중이고, 충실히 조사를 잘 받고 거기에 대해 나온 결과는 겸허히 받아들이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불과 3달 전만 해도 김광현은 '태극마크'의 책임감을 안고 대표팀 마운드의 한 축을 맡았다. 어김없이 이번에도 한일전 선발 중책은 김광현의 몫이었고, 결과와 관계없이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다하려고 했다.
대회가 끝난 직후엔 자신의 SNS를 통해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당시 김광현은 "대표팀을 하면서 많이 성장했고 많이 배웠다. 가슴에 태극기를 달고 경기에 임했을 때의 심정, 금메달을 목에 걸고 애국가를 제창하던 그 모습은 평생 자랑거리이자 자부심이다"며 "성적이 안 좋을때도 있었지만 실망하지 않고 계기로 삼아 더욱 더 강해질수 있었던 것 같다. 이렇게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이제는, 후배들에게 넘겨줘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더 잘할 수 있었는데 너무나 아쉽고 분통하다"며 먹먹한 심정을 전해 팬들의 '폭풍 지지'를 받았다.
팬들 사이에서는 김광현 없는 대표팀을 생각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고, 젊은 투수들로 세대교체를 해 나가야 하는 한국 야구 입장에서는 큰 과제를 떠안게 됐다. 김광현의 태극마크 반납이 갖는 의미가 여러모로 컸던 이유다.
김광현의 이야기대로 아직 KBO의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심야 음주를 한 부분을 인정한 만큼 비난을 피해가기 어려워 보인다.
그 누구보다도 대표팀이라는, 또 태극마크가 주는 무게감을 잘 아는 선수였기에 야구 팬들의 허탈함을 더 클 수밖에 없다.
사진=인천, 유준상 기자/엑스포츠뉴스 DB, 김광현 SNS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