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니시우스 향해 "원숭이" 구호→안첼로티 "경기장이 미쳤어"→발렌시아 "우리 팬 모욕한 거 사과해"

(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레알 마드리드) 인종차별 사건이 구단 간의 대립으로 이어졌다.

발렌시아는 22일(한국시간)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레알 마드리드를 이끄는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사건은 22일 스페인 발렌시아에 위치한 메스타야에서 열린 2022/23시즌 라리가 35라운드 발렌시아-레알전에서 비롯됐다.

경기는 1-0 발렌시아의 승리로 끝났지만 이날 비니시우스가 발렌시아 홈팬들에게 인종차별을 당하면서 논란이 됐다.



경기장에 있던 발렌시아 팬들은 비니시우스를 향해 끊임없이 "원숭이"이라고 외쳤다. 이는 흑인을 원숭이와 동일시 여기며 비하하는 엄연한 인종차별적인 행위이다.

결국 분노가 폭발한 비니시우스는 관중들과 신경전을 벌였다. 머리끝까지 화가 난 비니시우스를 말리기 위해 레알 선수들은 물론이고 심판과 발렌시아 선수들도 나서야 했다.

이를 지켜본 안첼로티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에서 "경기장 전체가 '원숭이, 원숭이 원숭이'라고 외치고 있었다"라며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한 사람이 미친 게 아니라 경기장 전체가 미친 것"이라며 "난 경기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인종차별적인 모욕을 하는 걸 본 적이 없다"라며 발렌시아 홈팬들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다만 안첼로티 감독의 발언에 발렌시아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들은 안첼로티 감독이 발렌시아 팬들 모두를 인종차별자로 몰아갔다는 점을 지적했다.

발렌시아는 홈페이지를 통해 "안첼로티가 메스타야에 있던 모든 팬들을 인종차별주의자로 낙인찍은 건 완전히 잘못된 것이며 우리는 이를 용납할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아마 언어 선택에 있어 실수가 있었거나 다른 단어를 잘못 들었던 거 같다"라고 덧붙였다.

또 "우리는 어떠한 종류의 인종 차별적 모욕도 용납하지 않으며 현재 인종차별적인 행동을 한 사람들의 신원을 확인하고 있다"라면서 "그러나 발렌시아 모든 팬들을 인종차별주의자로 낙인찍는 건 말도 안 되기에 클럽은 침묵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발렌시아는 "우리는 안첼로티가 자신이 실수를 저질렀다는 걸 깨달아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안첼로티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인종차별적인 모욕을 반대하기에 그도 자신이 저지른 실수를 사과해야 한다"라며 사과를 요구했다.

비니시우스는 레알과 라리가 최고의 스타이지만 이번 시즌 내내 인종차별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영국 매체 BBC는 지난 3월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는 이번 시즌에만 인종 차별을 5번이나 당했다"라고 전한 바 있다.

또다시 인종차별 이슈가 전하자 비니시우는 SNS을 통해 "라리가에서 인종차별은 아무렇지 않게 일어난다. 마치 정상적인 일로 여기는 것 같다. 호나우지뉴, 호나우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리오넬 메시의 리그는 인종차별자들 손에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스페인은 나를 받아준 아름다운 나라였지만 이제 브라질에서 스페인은 인종차별을 조장하는 나라로 알려져 있다"라며 "긴 싸움이 되겠지만 인종차별에 끝까지 맞서겠다"라고 심경을 전했다.

사건이 커지자 라리가는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라리가 사무국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이번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사진과 정보를 요청한 상태"라며 "조사가 완료되고 범죄 사실이 확인되면 적절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성명을 발표했다.

발렌시아도 비니시우스에게 인종차별을 한 팬들의 신원이 확인되면 경기장 영구 출입 금지와 같은 징계를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AP, EPA/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