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K리그1 최하위로 추락한 수원 삼성의 변화 첫 단추는 감독 경질 및 최성용 대행 체제다.
서울과의 '슈퍼매치'를 앞두고 기존 수석코치에 동반 책임을 묻기보다 소방수로 투입하는 수원 측 생각이 회생의 불씨가 될지, 아니면 더 깊은 나락으로 빠트리는 실수가 될지 기로에 놓였다.
수원은 지난 18일 성적 부진에 대해 책임을 물어 이병근 감독을 딱 1년 만에 경질하기로 결정했다.
오는 22일 3위 서울과의 라이벌전, 25일 2위 포항과의 원정 경기를 앞두고 감독 교체 '충격 요법'을 단행한 셈인데, 후임으로 이 감독을 보좌하던 최 코치를 벤치에 앉히기로 했다.
수원은 "당분간 선수단은 최성용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을 맡아 팀을 이끌 계획"이라며 "구단은 위기 극복을 최우선으로 삼아 팀을 본 궤도에 올리는 데 주력하겠다"라고 밝혔다.
다만 최 코치의 포지션은 확실히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의 감독대행을 맡은 크리스티안 스텔리니처럼 시즌 끝나면 물러나는 형태는 아니다.
수원 측도 문을 열어놓고 최 대행의 리더십을 지켜보겠다는 자세다. 프리미어리그와 달리 K리그1은 이제 시즌 초반이어서 기한을 정하기도 애매하다.
최 코치는 수원에서 선수 및 코치 생활을 하며 구단을 들락날락한, 이른바 '하프블루' 케이스다.
1973년생으로 어느 덧 50살이 된 최 코치는 일본 빗셀 고베를 통해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다 오스트리아 LASK 린츠를 통해 유럽에 진출하기도 했는데 2002 한일 월드컵 엔트리에 속해 4강 신화를 함께 누린 뒤 같은 해 수원에 입단, 2005년까지 뛰었다. 이후 J리그와 울산 등에서 뛰다가 2010년 현역 은퇴했다.
코치 경력도 수원과 다른 구단이 반반씩 섞였다. 강원에서 코치를 처음 하다가 서정원 전 감독따라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수원에서 선수들을 가르쳤다.
서 전 감독이 수원을 떠난 뒤엔 최강희 감독을 따라 중국 다롄과 상하이 선화에 3년 가까이 있었고, 지난해 이 감독 선임과 동시에 수원 수석코치로 1년간 일했다.
지도자 생활을 차근차근 밟아나갔기 때문에 나이, 경력으로 따질 때 감독을 할 상황인 것은 맞다. A매치 65경기를 뛰어 나름대로 한국 축구의 톱클래스 선수로 제법 뛰었다. 올림픽과 월드컵을 모두 경험했다.
1990년대 일본 축구의 간판 공격 자원이었던 마에조노 마사키요, 나카타 히데도시를 꽁꽁 묶는 등 현역 시절 수비적으로 뛰어나 당시 축구팬들은 잘 아는 선수이기도 하다.
다만 감독 경력이 일천하고, 특히 팀이 최하위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소방수로 투입되기에 적합한지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축구계에선 이 감독 시절 수원 선수단 집중력과 응집력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했기 때문이다. 코칭스태프가 팀 장악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말로도 해석될 수 있어 이 감독 아래 있던 최 대행이 얼마나 선수들을 다독이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물음표가 붙는다.
팬과 언론은 이 감독 경질을 지켜보며 한 때 아시아를 호령하던 구단이 2부로 추락하기 직전인 상황을 꼬집어 현 수원 구단 프런트에 대한 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했다.
하지만 최 감독이 부임 초기 괜찮은 성적을 내면 모기업 삼성의 무관심에 대한 비판, 수년간 연이은 부진에 따른 프런트 퇴진론 등이 다시 흐지부지될 수 있다.
'최성용 체제'가 낭떠러지 앞에서 해보는 모험으로 불릴 만한 이유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