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창규 기자) '나는 여기에 있다'로 돌아온 조한선이 20년 넘는 연기 인생을 돌아보며 "후회는 없다"고 전했다.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나는 여기에 있다'(감독 신근호) 조한선과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나는 여기에 있다'는 살인 용의자 규종(정진운 분)과 강력팀 형사 선두(조한선)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그린 통제 불가 범죄 스릴러. 조한선은 과거 살인자를 검거하는 과정에서 칼에 폐를 찔린 후 장기 이식을 통해 기적적으로 살아난 형사 선두 역을 맡았다.
이전까지 형사 역할을 5번이나 맡았다고 언급했던 조한선은 또다시 형사 역할로 돌아온 것에 대해 "사실 제가 '좋은 사람'이라는 드라마를 찍었을 때도 형사 역할을 맡았다. 형사가 갖고 있는 특성이 있는데, 이번 작품을 찍을 때는 기존의 형사들과는 다른 점이 있어서 생소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선두는 폐를 이식받은 인물인데, 장기 이식을 받아보지 않은 입장이어서 어떻게 풀어낼지 고민이 많았다"며 "감독님이 장기 이식을 받으셔야 해서 촬영하면서도 일주일에 한 두번씩 투석을 받으러 다니셨다. 그래서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고, 그걸 토대로 본능에 충실해서 범인을 찾아다니는 캐릭터로 만드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나는 여기에 있다'는 '셀룰러 메모리'라는, 장기를 기증한 사람의 성격이나 습관이 장기 이식 수혜자들에게 전이된다는 설정을 토대로 만들어진 작품.
조한선은 "영화나 다른 매체를 통해 셀룰러 메모리에 대해 접한 적은 있는데, 과학적으로 증명되지는 않은 가설이라고 하더라"면서 "그럼에도 그런 사례들이 없지는 않았던 것으로 안다. 그래서 사실 여부를 떠나 시나리오의 힘을 믿고 가보자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심장과 폐 이식을 받은 사람들이 자기도 모르는 감정에 이끌려서 서로 가까워지는 이야기를 다루지 않나. 저는 이 작품의 부성애, 모성애에 끌려서 선택을 하게 됐다"며 "선두가 부모님이 안 계신데, 자기도 모르게 (장기를) 공여해준 어머니가 자기를 찾아온다. 그 때 선두가 어머니의 정을 느끼게 되는 게 이 작품의 포인트였다고 생각한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이번 작품에서 조한선은 몸을 아끼지 않고 다양한 액션씬을 소화해냈다. 힘들지는 않았냐는 질문에 "나이가 있다보니까"라고 웃었다.
그는 "해가 바뀌어나갈 때마다 몸이 바뀌는 게 체감이 된다. 멍도 잘 들고, 멍이 들면 쉽게 빠지지도 않는다"며 "액션은 육체적, 감정적 힘듦이 함께 섞여야 해서 그게 힘들었던 거 같다. 육체적인 피로는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충분히 휴식을 가진 다음에 찍고 갔으면 좋았을텐데, 스케줄이 허락하지 않아 아쉬운 부분이 많다"고 털어놨다.
힘든 점이 많은데도 액션이 많은 작품을 찍는 이유를 묻자 조한선은 "액션을 선호하는 건 아닌데, 캐릭터가 뚜렷한 작품을 선호하는 편이다. 잘 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인데, 아무래도 그런 캐릭터를 고르다 보면 액션이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된다"며 "또 느와르물을 좋아하는데, 액션이 빠질 수 없지 않나"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조한선은 평소 체력 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을까. 그는 "매일은 아니지만 시간이 날 때마다 운동을 한다"며 "근력 운동도 같이 해줘야 하는데, 근육을 키우면 몸이 너무 커진다. 그래서 유산소 위주로 운동을 하고, 나이가 드니 하체가 약해져 하체 운동을 같이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강직성 척추염을 앓았다는 고백을 하기도 했다. 조한선은 "허리가 많이 아프다보니 주사를 맞은 지 꽤 됐다. 처음에는 병원에서도 원인을 모르더라. 잠을 못 잘 정도로 힘들었는데"라며 "다른 병원에 갔더니 유전자 검사를 해보자고 했고, 검사 결과 강직성 척추염이라고 하더라. 약을 먹고 한 달에 한 번씩 주사를 맞아야 하는데, 주사를 맞은 뒤로부터는 잠을 잘 자고 있다"고 털어놨다.
2002년 '논스톱3'를 통해 배우로 데뷔한 조한선은 어느덧 데뷔 22년차 연기자가 됐다. 이에 대한 소회를 묻자 조한선은 "그 정도로 오래됐다는 생각을 못 하고 살았다. 주변에서 말해주니까 '그 정도 됐구나' 싶더라"고 운을 뗐다.
그는 "어떤 작품을 선택하고 연기를 한 것은 제 선택이기 때문에 후회는 없는데, 지금의 길이 아닌 조금 다른 길로 왔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작품의 숫자는 줄더라도, 조금 더 연기적인 부분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작품에 임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지금이라도 신중하게 나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혼 전과 후의 삶이 완전히 달라지다보니 현실적으로 작품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오더라. 그래서 지금의 노선을 타게 됐는데, 조금만 더 신중하고 여유가 있었다면, 조금 더 기다렸다면, 조금 더 간절했다면 지금과는 다른 노선을 걸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제 선택이기에 후회는 없다. 하지만 아쉬움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코미디에 대한 욕심도 내비쳤다. 조한선은 "저는 제가 웃기다고 생각하는데, 재밌다고 생각하는데 사람들은 재미없다고 하더라. 그래서 좀 코미디에 대한 갈망은 있는데, 일단은 들어올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웃었다.
끝으로 조한선은 "한국영화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출연한 작품인데, 보시는 분들이 '이런 장르의 영화도 있구나' 생각해주셨으면 한다"고 전했다.
한편, '나는 여기에 있다'는 12일 개봉했다.
사진= ㈜미확인 우주선
이창규 기자 skywalkerle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