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역대급 명승부가 펼쳐지고 있는 여자프로배구 챔피언 결정전이 이제 마지막 결전만 남겨두게 됐다. 어느 팀이 트로피를 들더라도 사령탑 중 한 명은 '최초'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가운데 마지막 순간 누가 웃게 될지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흥국생명과 한국도로공사는 오는 6일 오후 7시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챔피언 결정전(5전 3승제) 5차전을 치른다. 이 경기 결과로 올 시즌 여자 배구 왕좌의 주인이 가려진다.
최근 분위기와 기세만 놓고 본다면 도로공사가 우위다. 도로공사는 지난 4일 4차전을 세트 스코어 3-1 승리로 장식하고 승부를 5차전까지 끌고 가는데 성공했다.
도로공사는 앞서 인천 원정으로 치른 1, 2차전을 흥국생명에 모두 패하면서 벼랑 끝에 몰렸다. 여자부 챔피언 결정전이 흥국생명의 스윕으로 끝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도로공사는 무너지지 않았다. 안방에서 열린 3, 4차전을 내리 이기면서 챔피언 결정전 전적을 2승 2패로 맞췄다.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들이 승부처 때마다 노련미를 뽐내면서 전력상 우위에 있다고 평가를 받은 흥국생명을 상대로 반격에 성공했다.
역대 V리그 여자부 챔피언 결정전에서 1, 2차전을 모두 패하고 '리버스 스윕' 우승에 성공한 사례는 없었다. 애초에 1, 2차전 연승팀의 우승 확률은 100%였지만 도로공사는 현재까지 이 '100% 법칙'을 유효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김종민 도로공사 감독은 2016-2017 시즌을 앞두고 지휘봉을 잡은 뒤 2017-2018 시즌 팀의 역사적인 창단 첫 챔피언 결정전 우승을 견인했다.
만약 이번 5차전에서도 흥국생명을 꺾는다면 김 감독은 도로공사를 두 차례나 V리그 정상에 올려놓게 된다. 여자 배구 역사상 처음으로 2연패 뒤 3연승 우승이라는 진기록이 써진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이 이끄는 흥국생명은 '100% 법칙'을 믿고 있다. 비록 3, 4차전 패배로 주춤한 건 사실이지만 5차전이 안방에서 열리는 점은 호재다. 홈팬의 열광적인 응원을 등에 업고 구단 통산 5번째 챔피언 결정전 우승을 겨냥한다.
아본단자 감독은 V리그 정규리그가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 2월 부임했다. 흥국생명은 새해 벽두부터 권순찬 전 감독의 석연찮은 경질 이후 사령탑 없이 표류하는 와중에도 배구 여제 김연경을 중심으로 뭉친 선수들의 활약 속에 챔피언 결정전에 직행할 수 있었다.
아본단자 감독은 이탈리아, 튀르키예 등 유럽 주요 리그에서 수차례 우승을 차지한 명장이다. 흥국생명에서는 아직 자신의 배구 색깔을 완전히 입히지는 못했지만 전략 서브 구사 등 경기 운영 능력에서는 승부사의 기질을 종종 보여줬다.
흥국생명이 5차전을 승리한다면 아본단자 감독은 V리그 여자부 최초의 우승 외국인 사령탑이 된다. 남자부의 경우 대한항공의 로베르토 산틸리(2020-2021), 토미 틸리카이넨(2021-2022, 2022-2023) 감독이 팀을 정상에 올려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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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