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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샤전 벼르는' 맨유, 2년 전에는 왜 패했나

기사입력 2011.05.26 11:20 / 기사수정 2011.05.26 11:20

박시인 기자


[엑스포츠뉴스=박시인 기자] 2년 전 로마 혈투에 이어 2년 만의 재회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바르셀로나는 오는 29일(한국시각) 런던 웸블리에서 열리는 '2010/11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유럽 최강자의 타이틀을 놓고 양보없는 한판 승부를 펼친다. 

2009년에는 바르셀로나의 2-0 완승으로 막을 내렸다. 선발 출전한 박지성도 뚜렷한 인상을 남기지 못한 채 후반 20분 디미타르 베르바토프와 교체돼 아쉬움을 남겼다. 맨유와 박지성 모두 2년 전 패배를 되갚으려는 의지가 강하다. 

당시 경기 분석을 통해 29일 결승전을 예상해 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일 듯싶다. 

맨유와 바르샤, 무시할 수 없는 공백

바르셀로나는 다니엘 알베스, 에릭 아비달이 각각 경고 누적과 퇴장으로 결승전에 나서지 못해 공백이 우려됐었다. 그러나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카를레스 푸욜을 오른쪽 수비로 돌리고 수비형 미드필더 야야 투레를 센터백으로 내리는 고육지책을 썼다. 이미 첼시와의 준결승 2차전에서 시험 가동한 적이 있어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는 판단이었다.

반면 퍼거슨 감독은 4-3-3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맨유는 중원의 핵 대런 플레처의 경고 누적 결장이 치명적이었다. 결국 퍼거슨 감독은 중원에 마이클 캐릭-안데르손-라이언 긱스를 포진시키고 최전방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축으로 좌우에 웨인 루니와 박지성을 내세웠다.

초반 실점, 경기 흐름 반전

맨유는 예상을 깨고 초반부터 공격적인 전술을 시도했다. 당황한 바르셀로나는 흔들리는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초반 흐름을 이어가지 못한 게 화근이었다. 맨유의 박지성, 호날두가 결정적인 기회를 살리지 못한 반면 바르셀로나는 전반 10분 찾아온 한 번의 찬스를 골로 연결하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이후 맨유는 급격하게 페이스를 잃은 채 주도권을 내줘야 했다. 리오넬 메시는 오른쪽 윙포워드가 아닌 중앙으로 자리를 옮겨 프리롤을 맡았다. 맨유의 포백 라인과 미드필드 사이 공간을 오가며 전방으로 침투패스를 찔러줬고 기회가 되면 개인 드리블 돌파로 공격을 풀어나갔다. 페널티 박스 오른쪽에서 볼을 터치한 뒤 개인 돌파를 시도하거나 '원투 패스'로 수비를 무너뜨리는 평상시 메시의 동선과는 판이한 움직임이었다. 맨유로선 제대로 허를 찔린 셈이었다.

넓은 공수 간격, 중원 장악 실패

앙리와 에투가 최전방에서 쉴 틈 없이 스위칭을 시도하자 맨유의 수비 라인은 좀처럼 위로 올라가지 못했다. 맨유는 중원에서 폭넓게 활동하는 메시 봉쇄에 어려움을 겪으며 고전했다. 1차적으로 좁은 간격 유지를 통한 바르셀로나의 패스 플레이를 차단하지 못한 점은 아쉬움이 남았다. 맨유의 최전방 공격수들은 애매한 위치에서 우왕좌왕했다. 또 간격을 적절히 유지하지 못하며 상대의 패스 플레이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넓어진 공수 간격 탓에 미드필더의 부담은 한층 가중됐다. 바르셀로나의 패스를 저지하려면 기동력과 압박이 뒷받침되야 한다. 하지만 캐릭 정도를 제외하고 안데르손, 긱스 등은 이 대목에서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다.

바르셀로나는 사비, 이니에스타의 영리한 경기 운영으로 맨유를 서서히 침몰시켰다. 사비가 정확한 패스 배분을 통해 중원 사령관 역할을 수행했다면 이니에스타는 드리블 돌파를 앞세워 볼 점유율을 높이는 데 힘을 보탰다. 바르셀로나는 맨유의 압박에서도 흔들림없이 경기를 풀어갔고 사실상 지배했다.

퍼거슨의 전술 변화, 상황을 악화시키다 

퍼거슨 감독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필승 카드를 꺼내들었다. 부진한 안데르손을 빼고 카를로스 테베스를 교체 투입했다. 테베스-호날두를 투톱에 놓는 4-4-2 포메이션으로 변화를 꾀했지만 이는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켰다.

중앙 미드필더 숫자를 줄인 채 루니를 왼쪽 미드필더로 내린 퍼거슨의 판단은 성공적이었다고 볼 수 없었다. 루니는 메시와 달리 제한된 공간에서 움직인 탓에 기량을 십분 발휘하지 못했다. 활동량이 강점인 루니의 측면 배치는 바르셀로나전에서는 매우 비효율적이었다.

후반 25분 메시가 헤딩골을 터뜨리며 승부의 쐐기를 박았다. 추가골까지 내준 맨유는 의욕을 상실한 듯 급격히 기동력이 떨어졌다. 분위기를 반전시킬 힘이 맨유에겐 없었다. 

두 팀 모두 슈팅 수와 볼 점유율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바르셀로나는 전술에서 맨유를 앞도했다. 전체적인 경기 운영 능력과 효율성, 집중력에서 모두 우위를 점한 바르셀로나는 우승할 자격이 충분했다.

[사진 ⓒ 맨유 공식 홈페이지 캡처]



박시인 기자 cesc@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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