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정확히 2년 전, 20년 만에 한국 무대를 밟기로 결심한 추신수의 목표는 분명했다. 우승. 그리고 2년 만에 그 목표를 달성한 그는, 만 40세의 나이에도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이야기한다.
#
우승을 하기 전부터 '울 것 같다'고 얘기했던 추신수는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한 후 여러 번 눈시울을 붉혔다. 자신의 눈에 눈물이 고일 걸 알았으면서도 "없어 보이더라"고 웃은 추신수는 "우승의 순간을 느끼고, 맛을 느껴 보니까 이래서 '우승을 하려고 하는구나, 또 하고 싶다, 또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돌아봤다.
추신수는 "내가 생각한 것 이상이었다. 우승도 우승이지만 나는 그 타이틀이 좋다. SSG 랜더스의 첫 우승이라는 역사는 돈으로도 살 수 없고, 바꿀 수도 없지 않나. KBO 역사에 이렇게 남는다는 게 큰 의미가 있다"고 얘기했다.
이제는 '메이저리거' 추신수보다 'SSG 우승 멤버' 추신수의 이미지가 더 강해졌다. 추신수는 "인천에서 계속 생활을 하다 보니까 가는 곳마다 알아봐 주시고 축하를 해주셨다. 식당에서 계산을 해주고 가신 분도 있었다. 미국에서도 그런 적은 없었다. 그만큼 야구를 좋아하시고, 인천의 우승을 자랑스러워하시는 게 뿌듯했다"고 전했다.
#
2021년 시범경기부터 합류를 했고, 지난해 팔꿈치 수술을 받은 추신수는 올해 처음으로 선수단과 함께 정상적인 스프링캠프를 소화한다. 미국 플로리다 베로비치의 재키 로빈슨 트레이닝 콤플렉스에서 만난 추신수는 이번 캠프의 시설과 환경에 흡족한 마음을 내비쳤다.
추신수는 "그동안 캠프를 정상적으로 치르지 못하다 보니 뭔가 서두르고 급한 게 있었던 것 같다. 올해는 정말 편안하다. 미국에 있었을 때의 느낌과 굉장히 근접하다. 상대적으로 시간적인 여유도 있어서 준비가 잘 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익숙한 환경, 최고참인 추신수는 여유를 가질 법도 하지만 오히려 누구보다 엄격하게 훈련에 임했다. 개인 운동을 시작하는 시간은 새벽 5시 반. 그때 운동을 시작하려면 4시 40분에는 기상을 해야 한다. 후배들도 혀를 내두른다.
그럼에도 추신수는 "미국에 있을 때에 비하면 늦은 편"이라고 얘기했다. 그는 "빨리 자도 12시에 자니까 하루에 4~5시간을 자는 편이다. 잠이 없는 편이긴 한데, 잠은 죽어서 자는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라고 말한다.
추신수는 "나도 사람이다 보니 피곤하고, 피곤하다는 핑계로 더 자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런데 평생을 그렇게 하다 보니 하루라도 안 지키면 내가 선수 생활을 하면서 해왔던 것들이 그냥 '무(無)'로 돌아가는 느낌이 든다. 핑계가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그렇게 선수 생활을 계속했고,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김원형 감독은 올 시즌 추신수의 외야수 출전 비중을 늘릴 계획이다. 일주일 6연전에서 한유섬이 4경기, 추신수가 2경기를 맡는 식이다. 작년에 자신이 수비에 나가지 못하면서 다른 외야수들이 더 많은 짐을 짊어졌단 부채감이 있었던 추신수도 '팀에 도움이 더 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추신수는 "유섬이나 다른 외야수들이 많이 힘들었다. 그걸 알기 때문에 작년에 어린 나이가 아님에도 수술을 받았던 거다. 확실히 나이가 좀 있다 보니 진행 과정이 조금 느리기는 하지만, 차근차근 준비를 잘하고 있다"고 전하며 "올해는 좀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
누군가는 발을 딛기도 어려운 '꿈의 무대' 메이저리그에서 1652경기를 뛰며 반짝였다. 한국으로 무대를 옮겨서도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더 이룰 게 있을까 싶지만, 추신수는 자신이 먼저 선을 긋는 법이 없다.
추신수는 "선수 생활을 하는 동안은 항상 최고의 선수이고 싶고, 잘하고 싶다. 그런 마음이 없으면 내가 유니폼을 입고 있을 이유도 없다. 시간을 때우기 위해 유니폼을 입고 있는 게 아니다. 내가 언제까지 야구를 하게 될지는 모르지만 아직까지 아침에 눈을 떴을 때와 훈련이 끝났을 때, 야구에 대한 나의 감정은 똑같다"고 말한다.
'가능성'이라는 단어는 어린 선수의 것만이 아니다. 몰랐던 자신을 발견하고자 하는 열망은 어쩌면 마흔의 베테랑이 더 클지도 모른다. 추신수는, 자신이 더 발전할 수 있는 선수라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있다.
"나는 어떤 분야에 얼마나 진심이고,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지가 자신감이라고 생각을 한다. 주위에서 어떻게 볼지는 몰라도, 나는 나라는 사람에 대해 자신이 있다. 나는 누구보다 야구에 많은 시간을 썼고, 누구보다 더 자신감이 있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