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구 100배 즐기기> 3. 축구에서 등번호의 의미
축구에서 선수들이 입는 유니폼의 디자인과 색상은 국가별 특징이나 전통을 살리기 위한 디자인과 색상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 바탕 위에 국기 혹은 자국 축구협회 앰블럼 그리고 그 유니폼을 입는 선수의 이름과 등번호를 각각 정해진 자리에 맞게 그려 넣는다.
유니폼에 그린 것들 중에 유일하게 앞면과 뒷면에 두번 아로 새겨진 등번호는 축구에서 번호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1번은 골키퍼를 의미하고 9번은 스트라이커, 10번은 팀의 에이스를 나타내곤 하는데, 단순히 포지션을 가리키는 숫자가 아닌 그 번호의 전통과 역사 그리고 소중한 명예가 함께 들어 있는 것이다.
숫자, 그 이상의 숫자인 등번호의 의미를 알아보도록 하자.
월드컵을 비롯한 모든 국제 경기에서는 정해진 엔트리 내에서 등번호를 결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2002년 한일 월드컵 엔트리가 23명이었다면 등번호는 1~23까지로 제한된다.
유럽과 남미에서는 친선경기같은 단발성 경기에서는 보통 1~11번까지가 주전 번호를 달고 후보들은 12번부터 순서대로 번호를 단다.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고 있는 등번호의 의미들은 대부분 1950년대에 결정된 것으로 1번부터 11번까지가 주전들의 번호다.
1번은 골키퍼, 2~5번은 수비수, 6~9번은 미드필더, 10~11번은 공격수등으로 나뉘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다.
◆ No.1
1번은 전통적으로 G.K의 번호였다. 대부분 국가에서는 주전 골키퍼가 1번을 사용하고, 후보는 21, 31등 뒤에 1번을 붙이곤 한다. 하지만 월드컵 등의 국제대회에서는 엔트리 범위 내에서 번호를 선택해야 하기 때문에 후보의 경우 예비 엔트리의 맨 처음이나 맨 마지막의 번호 12, 16이나 엔트리 마지막 대열인 20, 22등을 받는다.
하지만 프랑스의 주전 골키퍼인 바르테즈는 16번을, 멕시코의 캄포스는 스트라이커의 번호인 9번을 달기도 했다.
1번 대표선수 - 올리버 칸, 부폰, 반더사르, 두덱, 이운재
◆ No.2~5
2번과 3번은 사이드백 쪽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이 번호를 다는 선수들은 막강한 수비력을 기본으로 스피드와 개인기가 탁월한 선수들이 다. 상대의 윙플레이어들의 공격력과 개인기를 방어하기 위해선 뒤지지 않는 개인기와 스피드를 반드시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4, 5번의 경우 각각 대인방어와 몸싸움에 능한 수비의 기둥이 되는 센터백이나 수비형 미들필더 선수들이 맡는다. 하지만 이 번호들은 포메이션에 따라 조금씩 변하기 때문에 소속팀과 대표팀의 등번호가 다른 경우도 있다. 카를로스는 대표팀에선 3번을, 마드리드에서는 6번을 달고 있고 이에로의 경우 대표팀에서는 6번이지만 마드리드에서는 4번을 다는 경우가 그렇다.
2번 대표선수 - 카푸, 야르니, 송종국, 살가도
3번 대표선수 - 말디니, 카를로스, 스탐, 에쉴리 콜
4번 대표선수 - 이에로, 과르디올라, 최진철, 몬테로
5번 대표선수 - 칸나바로, 블랑, 필립멕세, 페르디난드
◆ No.6~9
6번은 미드필더 중 수비를 책임지는 선수에게 주는 번호다. 보통 강한 체력과 투지가 좋은 선수를 기용하는데, 가장 많은 공간을 뛰며 많은 역할을 소화하는 수비형 미드필더들의 리더가 6번을 단다. 7번과 8번은 공격형 미드필더들에게서 많이 찾을 수 있다. 공-수 흐름을 조절하고 경기의 맥을 짚을 수 있는 게임 메이커들이 많은 번호기도 한다.
9번의 경우 현재 포워드란 개념에서 나뉘고 있는 스트라이커로 많이 인식되고 있지만, 처음에는 7번과 함께 윙미드필더의 자리에 서있는 선수에게 부여되는 번호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가장 골결정력이 좋은 팀내 킬러가 이 번호의 주인공이 되고 있다.
수비수에서 이에로와 카를로스의 예 처럼 베컴은 대표팀에선 7번 이지만, 레알 마드리드에서는 라울이 이미 7번을 달고 있었기 때문에 23번의 배번을 달고 뛰고 있다.
6번 대표선수 - 로이킨, 코쿠, 유상철, 엘게라
7번 대표선수 - 피구, 베컴, 피레스, 박지성
8번 대표선수 - 스콜스, 융베르이, 나카타, 바라하, 김두현
9번 대표선수 - 호나우두, 비에리, 설기현, 레예스, 에투
◆ No.10~11
10번은 그야말로 축구를 대변하는 번호라고 할 수 있다. 팀내 에이스를 상징하는 번호기도 한데 이는 축구황제로 추앙받고 있는 펠레와 마라도나 등 최고 스타들의 번호였던 것에서 기인한다. 마술같은 프리킥과 환상적인 드리블, 칼날같은 패스를 할 수 있는 팀내 최고의 테크니션이 이 번호의 영광과 명예를 이어받는다.
11번의 경우 팀내에서 가장 빠른 스피드를 가지고 있는 탁월한 개인기의 선수가 부여받는다. 사이드를 헤집고 돌아다니며 경기를 장악하는 선수들을 보면 11번이 많음을 알 수 있다.
10번 대표선수 - 지단, 토티, 호나우딩유, 반 니스텔루이, 아드리아누
11번 대표선수 - 오베르마스, 라르손, 네드베드, 긱스,
하지만 위 사항들은 축구에서 공통된 패러다임에 불과할 뿐 꼭 지켜야 할 정해진 룰 같은 것은 아니다. 더구나 최근에는 선수 본인들이 선호하는 번호를 위치별 번호와 관계없이 쓰는 선수들도 많이 늘어나고 있다.
(12번-앙리, 7번-라울, 셰브첸코, 22번 카카, 19번 안정환 등)
이제 축구경기를 보면서 선수들이 달고 있는 등번호에 주목해보자. 수많은 의미와 지난 날의 깊은 역사를 담고 있는 등번호에 더 재미있는 축구가 숨어 있다.
손병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