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1.05.11 09:38 / 기사수정 2011.05.11 09:38
[엑스포츠뉴스=김현희 기자] 지난 2010년 대통령배 전국 고교야구 선수권대회는 그야말로 ‘파란의 장’이었다. 당초 우승 후보로 내정됐던 광주일고가 8강전에서 덜미를 잡힌 데 이어 대통령배 3연패를 노리던 덕수고 역시 결승전에서 무너졌기 때문이었다. 당시 광주일고에는 ‘슈퍼루키’ 유창식(한화)이, 덕수고에는 초고교급 우완 에이스 듀오 김진영(시카고 컵스)과 한승혁(KIA)이 버티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두 학교는 ‘싸움닭 기질’을 선보였던 한 선수에 의해 무릎을 꿇어야 했다. 모교인 휘문고를 대통령배 정상에 올려놓았던 임찬규를 두고 하는 이야기다. 당시 대통령배 대회 다섯 경기에 모두 등판했던 임찬규는 4승 무패, 평균자책점 0.29라는 빼어난 성적을 남기면서 대회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특히 시속 146km에 이르는 빠른 볼로 상대 타자들을 압도했던 것이 주효했다.
대통령배 대회를 시작으로 스스로 가치를 드러내 보인 임찬규는 그 해 캐나다에서 열린 세계 청소년 야구 선수권대회 대표팀으로도 선발됐다. 그리고 8월에 열린 2011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LG 트윈스의 지명을 받았다. 그러나 이때 까지만 해도 임찬규가 1군 무대에서 꾸준히 살아남을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드물었다. 오히려 1라운드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았던 유창식을 주목하는 이가 많았다.
그러나 막상 개막이 다가오자 둘은 서로 다른 위치에서 시즌을 맞이하게 됐다. 유창식보다 임찬규가 1군 무대 데뷔 기회를 가졌기 때문이었다. 이에 임찬규는 한때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며 불펜 투수로서 착실히 내실을 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6일 삼성과의 원정 경기에서는 갑작스럽게 등판을 지시받았음에도 불구하고 4이닝 동안 삼성 타선을 1실점(비자책)으로 틀어막고 데뷔 첫 승을 신고했다. ‘쳐볼 테면 쳐 봐라’라는 마음가짐으로 마운드에서 자신감 있게 공을 던진 결과였다. 고교 시절부터 이어 온 ‘싸움닭 기질’이 그대로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그랬던 첫 승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임찬규는 또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이번에는 홈에서 맞는 한화와의 경기였다. 선발 주키치가 홈런 두 방을 맞으며 흔들리자 즉각 마운드에 오른 임찬규는 3과 2/3이닝 동안 한화 타선을 1실점으로 틀어막고 4일 만에 다시 승리 투수로 이름을 올릴 수 있게 됐다. 특히, 10일 경기에서는 네 개의 탈삼진을 솎아내며 한화 타선을 잠재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10일 경기 직후까지 임찬규는 15경기에 등판하여 2승 무패, 평균자책점 1.83을 기록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2011 신인 자격 요건을 갖춘 선수들 가운데 가장 성적이 좋다. 이쯤 되면, 슬그머니 ‘신인왕’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지 않을 수 없다.
공교롭게도 LG는 1997년 이병규 이후 단 한 명의 신인왕을 배출하지 못했다. 과연 임찬규가 시즌 끝까지 ‘싸움닭 기질’을 잃지 않으며, 2011 신인왕 자리에 오를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임찬규 (C) 엑스포츠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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