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롯데의 경기 내용을 보면 이런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불협화음을 일으키는 마운드와 답답한 타선.
특히 찬스를 맞이하고도 무기력하게 물러나는가 하면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힘을 못쓰며 전형적인 약팀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물론 아직 시즌 초반이라 성급한 면이 없지 않지만 지금의 롯데는 극약처방이 뒤따르지 않으면 올시즌도 꼴찌로 주저앉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지금이 바로 구체적인 문제점은 무엇이고 변화가 필요한 점은 어디인지 찾아봐야할 때다.
[리더가 없다]
롯데가 4년연속 꼴찌를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중 하나로 무기력한 공격력을 들 수 있다. 라인업의 짜임새 부족과 찬스메이커 부재가 답답한 야구를 부채질했다. 그나마 위안을 삼을 수 있었던 것은 중심타선만큼은 제 몫을 다했다는 이유 하나 뿐.
그러나 이젠 믿었던 그들마저 배신을 때리고(?) 있다. 페레즈의 공백도 컸지만 3-4번을 맡은 라이온과 이대호의 타격감이 너무 무뎌졌다. 찬스때 폭발할 수 있는 공격의 리더가 사라진 것이다.
페레즈가 돌아온다는 가정을 세워도 지금의 답답함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페레즈는 리더 체질이라기 보다 묵묵히 제 역할만 하는 타입에 가깝기 때문에 팀의 분위기 전환을 위해서 하루 빨리 화끈한 용병을 물색해야한다. 이럴수록 말썽꾸러기 호세에 대한 향수만 커지고 있다. 또 뜬금없이 박정태와 마해영이 그리워진다. 라인업이 젊은 선수들 주축이라면 베테랑이 리더로 나서는 게 적격이다.
그렇다면 꼭 중심타선에서 리더가 나와야 할까? 반드시 그렇진 않지만 지금 롯데를 봐선 다른 타순도 심각한 건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중심타선에 수술을 시도하는 게 가장 현실적이라고 생각된다.
혹자는 리드오프 정수근이 공격의 선봉에 서서 베이스를 휘젓고 다닌다면 리더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명백한 오산이다. 정수근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두산 시절 그는 국내 최고의 바람잡이였다. 그가 나가면 우즈, 김동주 등 막강한 화력을 자랑하는 중심타선에서 그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두산은 상하위타선의 활약이 고른 덕분에 선두권을 질주할 수 있었다. (물론 지금은 멤버들의 변화가 있었지만 타선의 조화는 여전하다.)
그래서 LG와의 시즌 1차전 경기가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8회말 타석에 들어선 정수근은 안타를 치고 나가 분위기를 끌어올리는데 성공한다. 이 때 2루도루를 시도, 위험했지만 가까스로 세이프되며 순식간에 동점 찬스로 승화시켰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갑자기 3루로 달려 횡사하고 만 것이다. 누가봐도 무리수였다. 본인의 발을 감안하면 안타 하나로 충분히 동점이 될 수 있었고 상대포수는 조인성이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었다.
물론 본인이 해결해야한다는 사명감이 있었겠지만 ─ 400도루에 대한 욕심도 있었다 ─ 조금 더 한 발 앞서가는 생각과 동료에 대한 믿음이 부족한 것이 아쉬웠다. 리더의 필요성이 느껴지는 한 대목이었다.
엑스포츠뉴스 윤욱재 기자
사진 / 구단 홈페이지
윤욱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