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살면서 받은 선물 중 가장 비싼 선물을 받은 것 같습니다."
KBO 최고 포수 양의지의 두산 베어스 복귀가 결정됐던 지난 22일. 연락이 닿은 이승엽 두산 감독의 목소리에는 숨기려 해도 숨길 수 없는 기쁨이 느껴졌다. 취임식에서 포수 보강의 필요성을 밝혔던 가운데 구단이 확실하게 지원에 나섰다.
이 감독은 '엑스포츠뉴스'와의 통화에서 "양의지 선수가 오면서 내년 시즌을 준비하는 폭이 넓어졌다"며 "두산이 더 단단해지고 강팀으로 가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크게 줄어든 것 같다. 양의지 영입은 구단에서 아주 좋은 선택을 해주셨다. 살면서 받은 선물 중에 가장 비싸고 좋은 선물을 받았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두산은 6년 총액 152억원이라는 초대형 계약과 함께 4년 전 NC 다이노스로 떠나보내야 했던 양의지를 다시 데려왔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겸 야구단 구단주가 최근 개인 SNS에 양의지, 이 감독과 함께 찍은 사진을 게재하며 '웰컴 백 양사장'이라는 글을 남겨 화제를 모았던 가운데 양의지의 복귀가 성사됐다.
이 감독은 FA 시장이 열린 뒤 양의지의 마음을 얻기 위해 직접 움직였다. 식사 자리를 만들어 함께 뛰고 싶다는 진심을 전했다. 박 회장의 합류는 예정에 없던 일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양의지가 두산을 선택하는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이 감독은 삼성에서 뛰던 현역 시절 두산 베어스 '포수' 양의지를 직접 겪어봤다. 순전히 양의지 때문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일본 생활을 마무리하고 2012 시즌 KBO로 복귀한 이후 2017 시즌 은퇴할 때까지 6시즌 동안 9개 구단을 상대로 두산전 타율(0.269)이 가장 낮았다.
이 감독은 "현역 시절을 떠올리며 "다른 인터뷰에서도 자주 이야기 했지만 양의지는 한마디로 얄미운 선수였다"라고 농담을 던진 뒤 "보통 타자가 특정 상황에서 노림수를 가져가면 3개 중 2개 정도는 예상했던 공이 들어온다. 그런데 양의지가 포수로 앉아 있을 때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볼배합을 가져가서 당황했던 기억이 많다. 당연히 결과도 좋지 못했다"고 돌아봤다.
또 "타자 입장에서 양의지가 포수로 있으면 굉장히 까다롭게 느껴진다. 양의지는 그만큼 영리하다고 봐야한다"며 "그러면서도 아주 대담하게 볼배합을 하고 경기를 운영하는 선수"라고 치켜세웠다.
이 감독은 포수가 그라운드의 사령관 역할은 물론 투수들을 다독이고 끌고 갈 수 있어야 한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다. 현역 시절 삼성에서 진갑용(현 KIA 코치), 일본에서는 요미우리의 레전드 아베 신노스케까지 최고의 포수들과 뛰어본 경험을 바탕으로 내린 결론이다.
양의지라면 두산의 젊은 투수들의 성장을 이끌어내고 여전히 리그 최정상급인 타격 능력으로 중심타선에서 해결사의 면모를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굳게 믿고 있다.
이 감독은 "양의지는 우승 경험도 많고 승리에 대한 열망도 강하다. 후배 포수들의 성장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여러 가지로 좋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다"며 "양의지가 오면서 내년 전력 구상에 무거운 짐을 조금은 던 것 같다. 물론 무거운 부담감은 있지만 이 부분을 이겨낼 생각이 없었다면 감독 자리를 맡지 않았을 것"이라며 2023 시즌 선전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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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