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이란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고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정부 시위를 지지하는 의미에서 국가 제창을 거부했다.
이란은 21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에 위치한 칼리파 국제경기장에서 열린 잉글랜드과의 2022 FIFA(국제축구연맹) 카타르 월드컵 B조 1차전에서 2-6으로 대패했다. 이란은 전반전에만 3골을 허용했고, 후반전에 2골을 만회했지만 추가로 3골을 더 내주면서 패배를 면하지 못했다.
한편, 이란의 경기는 경기 결과보다 경기 중 벌어졌던 일들이 화제가 됐다. 이란 대표팀 선수들은 경기 전 애국자 제창을 해야 함에도 침묵으로 일관했고, 일부 관중들은 'WOMAN LIFE FREEDOM'라는 문구가 새겨진 팻말이나 티셔츠를 입은 채 관중석에 모습을 드러냈다.
선수들과 관중들이 이런 행동을 보인 이유에는 최근 이란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정부 시위와 연관돼 있다. 지난 9월 16일 마사 아미니가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간 뒤 숨진 채 발견되자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고, 9월 27일 시위대에 참가했던 하디스 나자피가 시위 중 히잡을 벗자 그 자리에서 보안군에게 총살 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후 이란 내에서는 반정부 시위가 매일같이 격렬하게 펼쳐지고 있는데, 영국 매체 BBC는 22일 "인권 운동가들에 의하면 이란 보안군이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400여 명이 사망했고 16,800명이 체포됐다"라고 보도했다.
이어 "잉글랜드 전에서 이란 팬들은 페르시아어로 '불명예'를 뜻하는 'Be-Sharaf'라는 단어를 연호했고, 이란 대표팀 주장 에산 하지사피는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시위대와 함께하고 있으며 지지하고 있고 공감하고 있다'라고 발언했다"라고 덧붙였다.
BBC MOTM 진행자 게리 리네커도 "정말 강력하고 의미 있는 행동들이다. 축구는 그 힘을 선함을 위해 사용하려고 하고 있다"라며 지지를 표했다.
경기 후 '이란 인터내셔널'은 SNS을 통해 "이란 선수들이 애국가 제창을 거부하고 팬들이 애국가나 연주되는 동안 고함을 지르고 엄지손가락을 내리는 모습들 모두 이란 국영 TV에 의해 검열됐다"라고 전했다.
사진=EPA/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