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너희가 정말 자랑스럽다. 우리는 포스트시즌에서 가장 많이 이긴 팀이니까 고개를 들어라."
홍원기 키움 히어로즈 감독은 지난 8일 한국시리즈 6차전 패배로 팀 우승이 좌절된 뒤 올 시즌 마지막 팀 미팅을 소집했다. '졌지만 잘 싸웠다'라고 만족하기에는 너무 아쉬운 준우승 속에 침울해 있던 선수들을 격려하고 내년 시즌 또 다른 도전을 준비하자고 다독였다.
선수 한명 한명과 악수를 나누던 홍 감독은 눈물을 글썽이던 내야수 신준우, 김휘집이 이튿날에도 마음에 걸렸다. 자신들의 실수로 팀이 패했다며 자책하고 있는 선수들을 보면서 목이 메어 오는 걸 힘들게 참아냈다.
홍 감독은 9일 '엑스포츠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신준우와 김휘집이 어린 나이에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던 것 같다"며 "본인들 때문에 팀이 졌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눈물을 쏟더라. 나도 울지 말라고 얘기하기는 했지만 뭉클했다"고 말했다.
키움은 올 시즌 개막 전 한화 이글스와 함께 최하위권 전력으로 분류됐다. 팀의 상징이었던 '국민거포' 박병호가 KT 위즈로 FA 이적했고 마무리 투수 조상우까지 군입대로 이탈했다.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외국인 타자 야시엘 푸이그를 영입했지만 5강 다툼은 언감생심처럼 보였다.
하지만 키움은 홍 감독의 지휘 아래 정규시즌 3위에 오르는 한편의 드라마를 썼다. 특히 비시즌 기간 홍 감독이 구상했던 '골든글러브 유격수' 김혜성의 2루수 전환이 성공적으로 이뤄진 가운데 2002년생 내야수 김휘집이 1군 풀타임 유격수로 성장할 수 있는 경쟁력을 보여줬다.
포스트시즌에서도 영웅군단의 질주는 멈출 줄을 몰랐다. 준플레이오프에서 디펜딩 챔피언 KT 위즈, 플레이오프에서 정규시즌 2위 LG 트윈스를 차례로 꺾고 3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구단 역대 최강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2019 시즌보다 더 값진 성과를 얻어냈다.
그러나 김휘집, 신준우에게 2022년 가을은 쓴 경험이 더 컸다. 한국시리즈에서 김휘집은 3실책, 신준우도 5차전 결정적인 순간 1실책으로 고개를 숙였다.
홍 감독은 어린 선수들이 받을 상처가 걱정이다. 올 한해 잃은 것보다 얻은 게 더 많은 핵심 유망주들이 더는 자신들의 실수로 마음 아파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홍 감독은 "이제 스무살을 갓 넘긴 어린 친구들이 정말 잘해줬는데 마지막에 결과가 안 좋다고 자책하는 모습이 너무 가슴 아팠다"며 "자식 같은 친구들인데 많은 중압감을 버텨내고 잘 왔다.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생각하고 올해 경험을 계기로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거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 "올해 우리 키움 선수들이 정정당당하게 너무 멋있게 잘 싸워줬다. 내가 이 선수들의 감독이라는 게 너무 자랑스러웠다"며 "지난 2월 전남 고흥 스프링캠프부터 힘든 여건 속에서도 주장 이용규를 중심으로 전부 다 잘해줬다. 정말 원팀으로 거듭났던 1년이었다"고 치켜세웠다.
이제 홍 감독과 키움은 2020년대 시즌2를 준비한다. 홍 감독은 팀을 한국시리즈 준우승으로 이끈 공로를 인정받아 오는 2025 시즌까지 계약기간 3년, 총액 14억 원에 재계약을 맺었다. 올해 멋진 투혼을 보여준 영웅군단과 새로운 비상을 위해 내년 시즌 개막 전까지 구슬땀을 흘릴 예정이다.
홍 감독은 "구단은 물론 주위에서 많은 도움을 주신 덕분에 올해 많은 고비를 넘기고 시즌을 잘 마친 것 같다"며 "짧은 휴식을 취하고 유망주 위주로 진행되는 강원도 원주 마무리 캠프를 방문해 선수들을 지켜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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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