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3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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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레슬러' 타이거마스크(3)

기사입력 2005.01.29 01:01 / 기사수정 2005.01.29 01:01

김종수 기자

[기획시리즈] 격투! 전설과 현실의 경계선에서…

제1부: '전설의 레슬러' 타이거 마스크(3)



WWF의 인기 속에서 등장한 '스카이 레슬러'

부활한 타이거 마스크 또는 타이거 마스크의 추억에 관해 논하고 글을 쓰는 입장에서 절대 빼먹고 싶지 않은 것 중 하나가 90년대 초반 '아이큐점프'를 통해 연재되었던 장태산 화백의 '스카이 레슬러'다.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반은 침체되어있던 프로레슬링의 인기가 잠깐이나마 솟아올랐던 때가 아닌가싶다. 비록 인기의 주역이 국내레슬러들이 아닌 미국무대의 WWF 슈퍼스타들이었다는 점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지금처럼 인터넷이 발달한 시대도 아니었고 단지 위성방송과 일부의 매체를 통해 소개된게 전부인데도 불구하고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는 것은 분명 고무적인 일일 것이다.

80년대 후반 혜성처럼 등장한 만화잡지 '아이큐점프'는 '드래곤볼'이라는 최고의 일본만화를 선봉장에 내세워 국내만화시장의 강자로 떠오르고있었는데 만화 외에 주력아이템으로 서비스를 하던 것이 다름 아닌 WWF에 관한 소식들이었다.

WWF의 인기에 편승해, 당시의 국내만화가들은 앞다투어 WWF 프로레슬링을 소재로 한 만화를 그려대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은 단연 '스카이레슬러'였다.
극화만화의 대가 장태산 화백이 '아이큐점프'를 통해 야심 차게 그려나갔던 이 작품은 많은 매니아층을 형성하며 최고의 인기를 구가해나갔었다.

1982년 '불꽃'으로 데뷔한 장태산 화백은 당시의 시대상이나 인기프로그램들을 만화의 소재로 종종 사용하고는 했었는데 그만이 구사할 수 있는 강렬한 그림체에 영화 같은 전개방식으로 인해 지금까지도 한 시대를 풍미한 대가로 손꼽히고 있다.

이야기가 엉뚱한 곳으로 빠지는 것 같은데, 여기서 잠깐 장태산 화백의 주요작품들을 간략하게 돌아보자.

짧지만 굳은 전개가 돋보였던 무협극화 '귀문도'와 '소림사의 회오리바람' 미국사회의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의 현실과 인종차별, 더불어 교포들의 아픔이 인상적이었던 '야수라 불리는 사나이' 거지왕 김춘삼의 일대기를 다룬 '풍운영웅' 어린이용 인기영화를 만화화한 '애니'와 '또마' 홍콩영화 호소자를 연상시켰던 '나간다 용호취' 추억의 액션영화 매드맥스를 떠오르게 했던 '드래곤 2088'그리고 '83mm.73mm.41.5mm' '넉넉한 털보마차' '도시의 터널' '술잔 속에 핀 하이얀 순백의 꽃' '칭기스칸' '지킬박사와 하이드' '대륙의 꿈' '사이킥' '스피드홀릭' '도시의 이력서' '빈들에 서다' 등등… 그는 결코 제자리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다양한 소재를 찾아가는 흔치않은 스타일의 만화가였다.


되살아난 타이거의 전설 '스카이레슬러' 복면엑스


어린 시절이었던 당시에는 그저 재미에 빠져 읽기만 했던 '스카이 레슬러'였으나 지금 와서 돌아보니 이 작품은 전시대의 프로레슬링만화 '타이거 마스크'를 상당부분 인용한 것 같다.
물론 그림체나 캐릭터, 배경 등이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표절이라는 말은 쓰고 싶지 않고 써서도 안될 것 같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필자는 장태산 화백의 팬이었고 지금도 그분만의 만화세계를 존경하고 있다.

일단 스토리의 굵은 줄기에서 '타이거 마스크'와 '스카이 레슬러'는 무척이나 많이 닮아있다.
먼저 '타이거 마스크'의 줄거리.

전편에서 소개한 것처럼 고아원출신인 소년이 호랑이굴이라는 곳에 들어가 지상세계하고는 차원이 다른 혹독한 수련을 통해 엄청나게 강한 프로레슬러가 되어 바깥으로 나와 고아원을 돕고, 더불어 자신을 배신자로 치부한 호랑이굴의 악역레슬러들과 싸우는 것이 큰 줄기이다.
여기에 당시에 실존했던 프로레슬링계의 스타급선수들이나 인기인들이 가상의 레슬러들과 혼합되어 또 다른 재미를 안겨준다.

장편의 마지막부분에서 타이거마스크는 결국 죽고 말지만, 죽어가면서 남긴 타이거가면으로 인해 그의 도움을 받은 고아원소년이 또 다른 '타이거 마스크2세'가 되어 내용을 이어가기도 한다.

그렇다면 '스카이 레슬러'의 줄거리는 어떤가?
갈곳 없는 고아들을 키우며 말없는 선행을 실천하고 있던 프로레슬링 세계챔피언 아놀드파머는 어깨부상으로 인해 링을 떠난다. 그러나 고아들의 양육비가 필요했던 그는 어쩔 수 없이 링으로 돌아와, 이번에는 악역레슬러로 악명을 떨친다. 그러나 프로레슬링계의 떠오르는 젊은 강자의 야비한 술수에 의해 링 위에서 목숨을 잃게되는 비극을 겪고 만다.

졸지에 뿔뿔이 흩어지게된 고아들, 주인공 역시 그들중 하나였고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 일부의 한국인출신 젊은이들이 다시 모이게된다.

주인공을 보고 반가워하는 아가씨와 친구,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똑똑하던 주인공은 바보가 되어있었고 자꾸 엉뚱한 행동만 일삼는다. 그런 주인공의 행동에 주변인들은 속이 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사실 주인공의 정체는 일본만화 '타이거 마스크'에서도 그랬듯 암흑의 레슬링계에서 무서운 비기를 전수 받고 나온 베일에 쌓인 '무적의 복면레슬러' 복면 엑스였으니…

마스크를 쓴채 정체를 숨기는 무적의 레슬러. 화려한 '공중살법'액션, 친한 이들 앞에서는 바보스러운 주인공이나 일단 마스크만 쓰면 180도 변하는 캐릭터, 주인공의 가장 편안한 안식처 고아친구들, 주인공에게 레슬링기술을 가르쳐주었으나 결국은 적이 되고 마는 악의 집단, 평범한 소년이 은인의 아픔에 의해 레슬링 계에 입문하는 과정, 실사캐릭터와 가상캐릭터의 묘한 섞임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유사점이 많은 두 작품이었으나 전혀 다른 그림체와 시대적 배경으로 인해 '스카이 레슬러'는 '타이거 마스크'와는 또 다른 이미지로 팬들에게 다가선 것이 아닌가싶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스카이레슬러'에는 당시 인기를 누렸던 WWF의 슈퍼스타들이 대거출연 한다. 물론 이름은 약간씩 변형된 상태였지만 프로레슬링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팬이라면 누구나 알아볼 수 있을 만큼 거의 흡사한 모습들로 그려졌다.

당시 WWF의 '절대영웅'으로 군림했던 헐크 호건, 생각만큼 전성기는 길지 않았지만 한때 헐크 호건의 인기를 위협할 만큼 훌쩍 커버렸던 '최후의 전사' 워리어, 사나운 경찰관 이미지로 뚜렷한 개성을 자랑했던 빅보스, 실제보다도 훨씬더 강하게 묘사되었던 '죽음의 장의사' 언더테이커, 괴기스러운 이미지로 어필했던 '공포의 2인조' 리전오브돔, 그리고 '살인청부업자'로 불리던 히트 맨(Hit Man)까지, 당시의 WWF들이 대거 등장했으며 심지어는 세계적인 복싱프로모터 돈킹에 마이크 타이슨까지 모습을 보였었다.

연재 당시의 폭팔적 인기를 등에 업고 단행본으로 나오는 등 전성기를 누렸었으나 시간이 흘러서인지 아니면 당시인기를 끌던 WWF슈퍼스타들이 뒤안길로 사라져서인지, 지금은 거의 잊혀져가고 있는 한때의 명작 '스카이레슬러'

인터넷 만화방 같은 곳에서 흔적을 찾을 수는 있으나 어찌된 일인지 19세 이상 관람가인 성인만화로 분류되어있는 모습이다.

현실의 캐릭터를 바탕으로 '타이거마스크'가 부활한 것처럼 국내레슬러 중 누군가가 '복면 엑스'로 변신해 침체에 빠진 프로레슬링계에 새바람을 일으켜주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상상을 잠시 해본다.


(계속…)


이미지제공: 야구, 격투기팬 양지훈님



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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