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상연맹의 음주운전 '솜방망이 처벌', 법원이 대신 심판하나

(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대한빙상경기연맹의 ‘솜방망이 징계 논란’에도 불구하고 차기 올림픽 출전 가능성을 열어놓은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김민석이 사법기관 철퇴에 따라 선수 생활 기로에 놓였다.

충북 진천경찰서는 지난 24일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민석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 송치했다. 김민석은 지난 7월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내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자신의 승용차를 운전하다 보도블럭 경계석에 충돌하는 사고를 낸 혐의를 받고 있다.

김민석은 사고 당일 선수촌 인근 식당에서 동료 선수 3명과 술을 마신 사실이 확인됐다.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도 면허취소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선수촌 내부가 도로교통법상 도로는 아니지만 음주운전 행위에 대한 형사 처벌은 가능하다고 경찰은 전했다.

대한빙상경기연맹 스포츠공정위원회는 지난 8월 김민석에게 음주운전 사고 및 음주 소란 행위, 체육인 품위 훼손 행위 등을 적용해 선수 자격정지 1년 6개월의 징계를 결정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아시아 최초로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 입상(동메달)을 일궈낸 그는 같은 대회 남자 팀추월 은메달, 그리고 지난 2월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남자 1500m 동메달을 따내는 등 한국을 넘어 아시아 빙속 중거리 간판으로 성장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 징계 수위에 관심이 쏠렸는데 김민석은 일단 1년 넘게 선수로 각종 대회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을 맞았다.

하지만 체육계 일각에선 징계 당시부터 ‘솜방망이 아니냐’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징계 수위가 무겁게 비칠 수도 있으나 오는 2024년 2월이면 김민석이 다시 선수로 복귀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25년 가을로 예상되는 국가대표 선발전 참가 후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출전에 문제가 없다. 지난 몇년간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여론이 매우 곱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빙상연맹이 에이스급 선수의 올림픽 출전 가능성을 허용해 일탈 행위에 느슨한 징계를 내렸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그러나 김민석이 형사처벌을 받는다면 빙상연맹의 징계와 무관하게 대한체육회 국가대표 선발 및 운영규정에 따라 자연스레 태극마크를 달 수 없게 된다.

대한체육회는 지난 2020년 이사회를 통해 음주운전 등 관련 행위로 도로교통법 제148조 2의 처벌을 받아 500만 원 이상 벌금형을 선고받은 뒤 3년이 지나지 않았거나 500만 원 미만 벌금형 선고 후 2년이 지나지 않았을 경우 국가대표로 뛸 수 없도록 하고 있어서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 취소 수준인 0.08% 이상이면 1년 이상 2연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상 1000만 원 이하에 벌금에 처한다. 0.2% 이상일 경우에는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상 2000만 원 이하 벌금이 적용된다.

빙상연맹은 검찰의 기소 여부와 기소 시 재판부의 판결 등을 지켜본 뒤 최종 결론 이후 국가대표 결격 사유에 해당하는지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가대표 결격 사유 규정이 최근 들어 갑자기 추가된 것이 아닌 만큼 연맹 공정위가 이를 모르고 있을 가능성은 높지 않았다.

결국 빙상연맹의 ‘솜방망이 처벌’을 사법기관이 떠안아 다시 심판하는 보완해야 하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졌다.

빙상계 관계자는 "그간 빙상대표팀 선수들에 대한 봐주기 징계가 한 두번이 아니었는데, 이번에 검찰 기소를 통해 김민석의 음주운전은 물론 연맹의 징계 방식까지 심판대에 오르게 됐다"고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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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