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부산, 김지수 기자) 롯데 자이언츠의 전설 이대호가 선수로서 마지막으로 밟는 사직 그라운드에서 투수로 깜짝 등장해 팬들에게 잊지 못할 선물을 안겼다.
이대호는 8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정규시즌 최종전에 4번타자 겸 1루수로 선발출전했다.
이날 경기를 끝으로 유니폼을 벗는 이대호는 후회를 남기지 않으려는 듯 첫 타석부터 힘차게 방망이를 돌렸다. 0-0으로 맞선 1회말 2사 1루에서 선제 1타점 2루타를 때려내며 사직야구장을 가득 메운 2만 3000명의 홈팬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다.
이대호의 활약은 계속됐다. 롯데가 3-2로 앞선 7회초 수비 시작과 함께 1루가 아닌 마운드로 향해 어깨를 풀었다. 롯데 벤치는 투수를 최준용에서 이대호로, 전준우를 지명타자에서 1루수로 바꾸는 이벤트를 선보였다.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이 게임 전 "스페셜 이벤트가 있다"고 예고한 가운데 이대호의 투수 등판이 성사됐다. 이대호는 2001년 경남고를 졸업하고 롯데 입단 당시 포지션이 투수였지만 부상 영향 속에 타자로 빠르게 전향했다.
연말 이벤트 매치인 '야구 대제전'에서 경남고 소속으로 출전해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적은 있지만 1군 공식 경기에서 직접 타자를 상대한 건 이날이 처음이다.
이대호의 피칭에 사직야구장은 떠내려갈 듯한 함성으로 가득 찼다. 이대호의 투구 하나하나에 모든 시선이 쏠렸고 마치 역전 만루홈런이 터진 듯 환호했다.
LG 벤치도 이대호가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발 빠르게 움직였다. 야수 대신 투수 고우석이 타석에 들어서 이대호와 맞붙었다. 류지현 LG 감독은 경기 전 "최고의 타자가 투수로 나오면 최고의 마무리 투수가 타석에서 상대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취재진에 귀띔한 대로 고우석이 방망이를 잡았다.
결과는 이대호의 승리였다. 이대호는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2구에도 공격적으로 승부했고 고우석의 파울을 이끌어냈다. 3구째 유인구가 볼이 됐지만 4구로 투수 앞 땅볼을 유도하면서 고우석을 더그아웃으로 돌려보냈다.
8회말 롯데 공격이 진행 중인 가운데 롯데가 3-2로 앞서가고 있다. 이대호는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은퇴 경기에서 투수로 홀드를 수확하게 됐다.
사진=부산, 김한준 기자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