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14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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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우한테 내 은퇴식 때 선글라스 쓰라고 했어요" [현장:톡]

기사입력 2022.09.03 06:30



(엑스포츠뉴스 잠실, 김지수 기자) "마지막 경기 때는 선글라스라도 끼고 오라고 해야 할 것 같아요."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는 '선수'로서 두산 베어스를 잠실에서 상대하는 마지막 날까지 환하게 빛났다. 팬들이 자신에게 아낌없이 보내준 응원과 사랑에 보답하는 그랜드슬램을 작렬시키며 큰 선물을 안겼다.

이대호는 2일 잠실 두산전에 3번 지명타자로 선발출전해 5타수 3안타 1홈런 5타점 1득점의 맹타를 휘두르며 팀의 16-4 대승을 이끌었다. 7회초에는 개인 통산 11번째 만루 홈런을 쏘아 올리며 금요일밤 야구장을 찾은 롯데팬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다.

이대호의 방망이에 맞은 타구가 좌측 펜스를 넘어가는 순간 3루쪽 원정 응원석은 떠내려갈 듯 들썩였고 '오! 롯데 이대호!'를 힘차게 외치면서 환호했다. 

이대호는 경기 후 "게임 전에 팬들이 보내주신 커피트럭이 와서 정말 기분이 좋았는데 만루홈런까지 치게 돼 잊지 못할 하루가 될 것 같다"며 "팬들의 사랑이 온몸으로 전해진다. 타석에 들어갈 때마다 응원 소리도 더 크게 느껴지고 매일매일이 즐겁다"고 소감을 전했다.

하지만 점점 다가오는 '선수'로서 마지막 순간을 기다리는 감정은 착잡할 수밖에 없다. 올 시즌을 끝으로 정들었던 유니폼을 벗는 가운데 매 경기 승리가 간절하고 웃으면서 떠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나름대로 의미 있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이제 24경기밖에 남지 않았다"고 말하는 이대호의 얼굴에는 만감이 교차하는 듯 보였다.

가장 걱정되는 건 은퇴식 당일이다. 아직 KBO의 잔여경기 일정이 발표되지 않아 정확한 날짜는 알 수 없지만 이대호는 동료, 팬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는 순간을 미리 머릿속으로 그려볼 때마다 울컥한다.

오랜 기간 동고동락했던 절친한 후배 전준우, 정훈이 자신의 은퇴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치면 이대호의 마음 역시 편치가 않다. 두 사람의 눈을 바라보면 왈칵 눈물을 쏟을 것 같아 시선을 피하고 있다.

이대호는 "내년부터는 무서운 선배가 없으니 내 은퇴를 좋아하는 후배들도 있을 것 같다"면서도 "같이 힘들게 야구를 했던 후배들은 계속 아쉽다고 말을 한다. 특히 전준우, 정훈, 한동희에게는 은퇴식 때 나와 눈을 마주치지 말라고 미리 얘기를 해뒀다"고 설명했다.

또 "서로 눈을 보면 울 것 같으니까 정말 선글라스라도 껴서 나와 눈을 안 맞추도록 미리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고 걱정 섞인 농담을 던졌다.

후배들이 이대호를 가장 멋지게 보내줄 수 있는 방법은 롯데를 가을야구 무대로 이끄는 것이다. 롯데가 3일 현재 5위 KIA 타이거즈에 5.5경기 뒤진 6위에 머무르고 있는 상황에서 분명 쉽지 않은 도전이지만 모두가 합심해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내비치고 있다.

그러나 이대호는 "최선을 다하고 결과는 하늘에 맡기자"라는 이야기를 후배들에게 최근 당부하고 있다. 최선을 다한다고 해서 항상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게 아닌 만큼 일단 한 경기 한 경기에 집중하자는 주의다.

이대호는 "게임에서 졌을 때 왜 결과가 좋지 않았는지 한 번 더 생각하고 복기하는 건 필요하지만 지나간 건 빠르게 잊고 내일을 준비해야 한다"며 "야구선수라면 누구나 잘하고 싶고 이기고 싶어 한다. 요즘 롯데 선수 모두 다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에 칭찬, 격려를 많이 해준다. 열심히 해도 KIA가 더 잘하면 (5위를) 못하는 거니까 우리는 마지막까지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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