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잠실, 김지수 기자) 두산 베어스 우완 영건 정철원이 프로 데뷔 후 가장 많은 이닝과 공을 던지는 투혼을 불사르며 팀과 친구의 승리를 지켜냈다.
두산은 2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시즌 14차전에서 4-2로 이겼다. 전날 1-6 패배를 설욕하고 kt 위즈에 패한 5위 KIA 타이거즈와의 격차를 5.5경기로 좁혔다.
두산은 이날 선발투수로 나선 곽빈이 6⅓이닝 6피안타 2볼넷 6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하며 승리의 발판을 놨다. 최고구속 154km를 찍은 직구와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 다양한 변화구를 적절히 섞어 던지면서 LG 타선을 압도하고 시즌 4승을 따냈다.
곽빈의 4승 달성에는 1999년생 친구이자 입단 동기 정철원의 지분도 컸다. 정철원은 두산이 4-2로 앞선 7회말 1사 1·2루의 위기에서 곽빈의 뒤를 이어 구원등판했다.
장타 하나면 두산의 리드와 친구의 승리투수 요건이 날아가는 상황. 엄청난 압박이 느껴질 법도 했지만 정철원은 '강심장'이었다. 리그 최고의 리드오프 홍창기를 얕은 외야 뜬공으로 처리한 뒤 박해민을 스탠딩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8회말 1사 만루 위기에서도 공격적인 투구로 실점을 허락하지 않았고 9회말 문보경을 내야 땅볼, 이재원과 홍창기를 연이어 삼진으로 잡고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1군 무대에서 가장 많은 41개의 공을 던지면서도 지친 기색 없이 날카로운 구위를 과시했다.
정철원은 경기 후 "빨리 집에 가서 쉬고 싶다"고 농담을 던진 뒤 "8회를 무실점으로 막고 내려왔는데 (홍) 건희 형이 몸 상태가 좋지 않아 9회에도 던져야 한다고 했을 때 부담도 들었지만 더 집중했더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 "위기 상황에 올라가도 긴장을 하지 않는 편이다. 다만 제 친구인 곽빈의 승리를 꼭 지켜 주고 싶었다"며 "9회에 건희 형 대신 내가 마무리 해야 했을 때도 어떻게 보면 99년생 둘이서 팀의 승리를 이끈 것 같아 너무 기분이 좋았다. 매 이닝 다른 느낌으로 던졌던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정철원은 특히 친구 곽빈을 향한 강한 애정을 드러냈다. 곽빈은 정철원과 교체된 뒤 더그아웃에서 정철원이 아웃 카운트를 잡을 때마다 환한 미소를 지었다.
정철원 역시 곽빈의 밝은 얼굴을 보면서 피로가 싹 가셨다. "불펜투수의 매력은 선발투수의 승리를 지켜줬을 때 그 사람의 웃는 표정을 봤을 때가 가장 크다"며 뛰어난 입담을 과시했다.
친구의 승리를 지켜낸 보상은 또 있다. 곽빈은 두산의 승리가 확정된 뒤 정철원에게 멋진 식사를 대접하기로 약속했다. 정철원 지난 5월 12일 또 다른 친구 박신지의 시즌 첫승 때 홀드를 기록했을 당시 '닭한마리'를 얻어 먹었지만 곽빈은 더 비싼걸 사줘야 한다고 미리 선수를 쳤다.
정철원은 "곽빈이 이번에는 비싸고 좋은 걸 사줄 거라고 믿는다. 한우나 장어구이가 먹고 싶다고 말하려고 한다"고 웃었다.
사진=잠실, 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