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부산, 김지수 기자) 롯데 자이언츠를 누구보다 사랑했던 故 캐리 마허 전 영산대학교 교수가 구단의 배려 속에 사직야구장과 작별 인사를 나눌 수 있게 됐다.
롯데는 오는 20일 오전 마허 교수의 발인 시간에 맞춰 사직야구장을 개방한다. 마허 교수의 빈소가 야구장 인근 아시아드 장례식장에 마련된 가운데 운구행렬은 고인이 생전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냈던 장소에서 시작될 예정이다.
마허 교수의 장례를 맡고 있는 지인들은 "성민규 단장께서 발인 당일 고인이 마지막으로 사직야구장을 찾을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셨다"며 "구단 관계자들도 예를 갖춰 교수님의 마지막 길을 함께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미국 출신인 마허 교수는 6.25 전쟁 참전 용사인 부친의 영향 속에 2008년 처음 한국 땅을 밟았다. 사직야구장을 찾아 롯데 특유의 열정적인 경기장 분위기와 선수들의 플레이에 빠져 들었고 2011년 영산대 교수로 임용되면서 부산에 정착했다.
마허 교수는 10년 넘게 롯데의 사직 홈 경기 대부분을 관람하는 것은 물론 대구, 대전, 광주, 서울까지 원정 응원도 마다하지 않았다. 푸근한 인상에 트레이드 마크였던 긴 수염으로 '롯데 할아버지'라는 친근한 별명도 얻었다.
2020년 초 다발성 골수증 발병으로 건강이 악화된 상황에서도 롯데 사랑을 꺾을 수는 없었다. 지난해 투병 중에도 롯데의 사직 홈 경기를 모두 '직관'했다. 지난달에는 지인들의 만류에도 지팡이를 짚고 야구장을 찾아 롯데를 응원했다.
소통에도 거리낌이 없었다. 야구팬들의 사진 촬영 요청에 언제나 미소를 띤 얼굴로 흔쾌히 응했다. 국내 거주 기간 동안 수많은 한국 친구를 사귀면서 국경을 넘는 끈끈한 우정도 나눴다.
지난 16일 향년 68세로 별세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전한 것도 고인이 한국에서 머물며 가까워진 지인들이었다. 8명이 상주를 자청하고 나섰고 빈소를 사직야구장과 가장 가까운 곳으로 정했다.
마허 교수의 뜻에 따라 장례식장 분위기는 최대한 밝게 꾸며졌다. 빈소 곳곳을 롯데를 비롯한 여러 구단의 유니폼과 응원 도구로 장식했고 고인이 생전 즐겼던 음식과 담배가 영정 사진 앞에 놓여 있었다.
롯데 구단도 장례물품과 음료 및 주류를 지원하는 것은 물론 이석환 대표이사를 비롯한 프런트가 조문과 함께 조의금을 전달했다. 지난 17일 두산과의 경기 전에는 고인을 추모하는 묵념을 진행하고 마허 교수가 생전 자주 앉아 경기를 지켜봤던 테이블석에 추모 공간을 조성해 올 시즌 끝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팬들의 애도 행렬도 끊이지 않고 있다. 7일 저녁에는 롯데팬뿐 아니라 원정 두산팬들도 빈소를 찾아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문규현 수석코치, 라이언 롱 타격코치, 투수 서준원도 두산에 8-6으로 승리한 직후 조문에 나섰다. 롯데 출신인 NC 손아섭, 조성환 한화 이글스 수비코치도 조화를 보내 조의를 표했다.
사진=부산, 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