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인천, 김지수 기자) 2위 키움 히어로즈에게 지난 12일 1위 SSG 랜더스전 3-7 역전패는 뼈아팠다. 3연승이 끊긴 것은 물론 선두 SSG와의 격차가 3.5경기로 벌어졌다.
경기를 내주는 과정도 좋지 않았다. 마운드 운영은 결과론이지만 키움 벤치의 선택이 아쉬웠다. 키움은 2-1로 앞선 6회말 시작과 함께 우완 루키 이명종을 투입했다. 선발투수 에릭 요키시가 5회까지 93구를 던지면서 투수 교체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승부처를 이명종에 맡겼다.
최근 2경기 연속 실점과 함께 페이스가 좋지 못했던 이명종은 SSG 타선에 고전했다. 선두타자 김성현을 볼넷으로 출루시킨 뒤 이재원의 희생 번트로 1사 2루의 위기에 몰렸다. 오태곤을 좌익수 뜬공으로 잡기는 했지만 배트 중심에 맞아나가는 타구를 허용해 불안감을 노출했다.
SSG 타선이 추신수-최지훈으로 이어지면서 좌투수 투입을 고려할 만도 했지만 홍원기 키움 감독은 이명종 카드를 밀어붙였다. 이명종은 추신수를 볼넷으로 1루에 내보낸데 이어 곧바로 최지훈에 1타점 2루타를 맞고 2-2 동점을 허용했다.
문제는 다음 장면이었다. 계속된 2사 2·3루의 추가 실점 위기에서 최정의 타석 때 키움 벤치는 승부를 택했다. 1루가 비어 있고 다음 타자가 좌완에게 약했던 한유섬인 점을 고려하면 투수를 교체한 뒤 최정을 거르고 한유섬과 붙을 수도 있었지만 키움 벤치는 뚝심을 발휘했다.
하지만 이명종은 최정을 이겨내지 못했다. 역전 3점 홈런을 맞고 고개를 숙였다. 키움 벤치는 모든 상황이 끝난 뒤에야 한유섬의 타석 때 좌완 이영준을 올렸다. 이영준이 한유섬을 1루 땅볼로 잡아냈지만 큰 의미는 없었다.
반면 SSG 벤치는 내일을 생각하지 않고 경기를 반드시 잡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7-2로 앞선 8회초 1사 만루의 고비에서 마무리 서진용을 조기 투입하는 초강수를 뒀다. 서진용은 2사 후 밀어내기 볼넷으로 흔들리기는 했지만 홀로 아웃 카운트 5개를 책임지고 SSG의 승리를 지켰다.
이번 전반기 마지막 3연전은 미리 보는 한국시리즈로 기대를 모았다. 평범한 페넌트레이스 중 한 경기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 건 분명했고 SSG는 첫 경기부터 총력전을 펼쳤다. 키움이 게임 전 플랜에만 지나치게 집착했던 것과 대비됐다.
홍 감독은 이튿날 "게임 계획 자체가 요키시가 5회까지만 던질 경우 6회말 하위타선은 이명종, 상위타선은 이영준을 투입하는 쪽으로 세웠고 계획대로 운영했다"고 밝혔다. 올 시즌 내내 불펜투수의 이닝 중간 교체를 지양하고 가급적 1이닝을 맡기고 사전 계획 대로 운영하는 원칙을 고수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모든 건 계획 대로 되지 않고 때로는 급히 방향을 틀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키움은 12일 임기응변, 유연함이 부족했고 결과는 패배였다. 전반기 SSG, 키움, LG의 3강 체제가 굳어진 가운데 지난해처럼 정규시즌 마지막 날 최종 순위가 결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1위 경쟁 중인 팀에게 당한 1패는 더 타격이 크다.
키움은 더구나 2013, 2014 시즌 단 0.5경기 차이로 플레이오프 직행과 정규시즌 우승을 놓친 기억이 있다. 올 시즌 꼴찌 후보 평가를 뒤엎고 1위 경쟁을 펼치고 있는 건 분명 대단한 성과지만 '대권 도전'이 명확한 목표가 된 상황에서 계획, 원칙에 대한 지나친 집착은 독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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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