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전반기 워낙 못했으니까 팬들이 실망하시는 것도 모두 이해했다."
LG 트윈스 우완 임찬규는 지난 3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 경기 선발투수로 내정된 뒤 SNS 메시지 등을 통해 팬들에게 온갖 쓴소리를 들어야 했다.
이날은 LG의 레전드 박용택의 은퇴식 및 영구결번식이 진행됐다. 선발 로테이션 상으로는 에이스 케이시 켈리가 마운드에 오를 수도 있었지만 류지현 LG 감독은 시즌 전체를 바라보고 미리 등판 스케줄이 잡혀있던 임찬규를 그대로 밀어붙였다.
올 시즌 임찬규를 향한 LG팬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투수조장을 맡아 큰 책임감 속에 개막을 맞이했지만 10경기 3승 5패 평균자책점 5.98로 부진했다. 전완근 통증으로 세 차례나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박용택의 은퇴식을 망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비판의 목소리가 임찬규를 향했다.
하지만 임찬규는 모든 부정적인 시선을 호투로 씻어냈다. 5이닝 3피안타 1볼넷 1사구 3탈삼진 무실점으로 올해 최고의 피칭을 선보이며 LG의 4-1 승리에 발판을 놨다. 승리투수가 되지는 못했지만 다음 등판을 기대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임찬규는 경기 후 "(박) 용택이 형 은퇴식에 내가 선발등판한다는 걸 듣고 처음에는 엄청난 부담을 느꼈지만 나중에는 외려 찬스라고 생각했다"며 "전반기 내게 실망하셨을 팬들을 위로해 드리고 스스로 전화위복할 수 있는 기회로 여겼다. 용택이 형만 생각하고 던졌던 간절함이 통했던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처음에는 내 은퇴식인 줄 알았다. 내가 용택이 형 은퇴식 선발투수로 나선다고 하니까 개인 SNS를 비롯해 난리가 났고 팬들의 DM도 쏟아졌다. 그래서 내 은퇴식이라는 심정으로 단두대에 올라가는 마음으로 던졌다"고 농담을 던진 뒤 "막상 마운드에 올라가서 용택이 형 모습을 보니까 자신감이 딱 생겼다"고 돌아봤다.
전반기 부진은 전완근 통증으로 투구 밸런스가 무너진 탓이 컸다고 고백했다. 트레이닝 파트와 여러 대화를 하면서 몸 상태를 잘 추스른 만큼 점차 좋은 피칭을 보여줄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무엇보다 박용택 은퇴식 선발등판이 올해 큰 터닝 포인트가 됐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부친상을 치른 뒤 직구 스피드가 크게 향상된 이후 "아버지의 선물"이라고 표현했던 가운데 올 시즌은 박용택이 자신의 변화를 이끌어줬다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임찬규는 "전완근 통증으로 자꾸 팔이 안 좋게 나왔는데 원래의 내 모습을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 건강도 좋아졌다. 이제 성적이 좋아질 일만 남았다"고 강조했다.
또 "지난해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도 그렇고 올해는 이렇게 용택이 형이 터닝 포인트를 만들어줬다. 후반기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서 던져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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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