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부산, 김지수 기자) 래리 서튼 롯데 자이언츠 감독은 지난해 5월 지휘봉을 잡은 이후 매 경기 종료 후 코칭스태프와 내용을 복기하는 리뷰(review)의 시간을 가지고 있다. 좋았던 부분도 나빴던 부분도 확실하게 다시 한 번 짚어보고 넘어간다는 게 서튼 감독의 철학이다.
근래에는 이 리뷰 타임에는 부정적인 이야기가 주를 이룰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주축 야수들의 부상 이탈 속에 5할 승률이 무너졌고 최근 10경기 성적은 2승 1무 7패로 승패마진 '-5'를 까먹었다.
2일 사직 LG 트윈스전은 특히나 고통스러웠다. 선발투수 박세웅의 6이닝 1실점 호투를 발판으로 6회까지 2-1의 리드를 잡았지만 7회초 2사 후 믿기 힘든 장면이 연출됐다.
좌완 김유영이 대타 이형종에게 우익수 쪽으로 빗맞은 뜬공 타구를 유도했지만 외야 수비가 좌익수 쪽으로 조금 이동했던 탓에 우익수 고승민이 전력질주 후 포구를 시도했다.
고승민은 라인 선상까지 타구를 잘 쫓았지만 공이 글러브에 들어갔다 나오면서 안타로 연결됐다. 이닝을 마치지 못한 아쉬움은 있었지만 크게 문제 삼을 수 있는 부분은 아니었다.
문제는 고승민이 넥스트 플레이를 이어가지 않은 점이다. 1루심이 고승민이 타구를 놓친 뒤 곧바로 페어 타구라는 점을 수차례 외쳤음에도 고승민은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 외려 스스로 파울이 선언됐다고 단정 지었고 공을 주은 뒤에는 뜬금없이 볼보이에게 공을 건넸다.
고승민의 이 본헤드 플레이 덕분에 KBO 야구규칙 6조 1항 '방해 업스트럭션' d항목에 의도하지 않은 방해의 예시 중 볼보이 관련 내용이 정규시즌 경기에서 처음으로 알려졌다.
외야에 위치한 볼보이의 신체 및 볼보이가 소지한 일체의 장비(의자 포함)에 공이 맞았을 경우 고의 여부를 불문하고 두 개의 베이스가 주어진다. 심판진은 이형종이 안타 후 2루까지 점유한 이후 상황에서 고승민이 볼보이에게 공을 전달했다고 판단하고 이형종의 득점을 인정했다.
서튼 감독은 심판 판정 직후 그라운드로 나와 항의를 이어갔지만 관련 규정을 설명들은 뒤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더그아웃으로 돌아간 뒤 고승민을 곧바로 장두성과 바꿨다. "문책성으로 선수를 교체하지 않는다"고 말해왔던 서튼 감독이지만 고승민을 경기 중 뺀 의미는 누구나 짐작할 수 있었다.
롯데는 동점 이후 불펜 필승조를 모두 동원해 승리를 따내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연장 10회말 무사 만루 기회를 날리면서 허무한 12회 무승부라는 결과를 받아들였다.
경기 종료 후 진행됐을 리뷰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갔을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건 이날 롯데는 득보다 실이 훨씬 더 많았다. 최근 난조를 보였던 박세웅이 구위를 회복한 것을 제외하면 좋게 평가할 요소가 없었다.
LG 코칭스태프의 착각으로 감독 또는 코치의 마운드 방문이 연장 여부와 관계없이 경기당 2회로 제한된다는 것, 고승민의 본헤드 플레이로 볼보이 관련 규칙을 명확히 배운 게 리뷰 내용에 포함됐을지 모르겠다. 쓰지 않아도 됐을 값비싼 수업료를 톡톡히 치르고 주말 3연전을 준비하게 됐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