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잠실, 김지수 기자) "혹시라도 긴장이 풀릴까 봐 끝까지 참았다."
롯데 자이언츠 우완 나균안은 정규시즌 첫 선발등판이었던 20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완벽한 투구를 펼쳤다. 6⅔이닝 4피안타 1볼넷 5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팀의 4연패를 끊어내며 시즌 마수걸이 승리를 따냈다.
나균안은 승리투수가 된 뒤 "이틀 전 선발투수로 나간다는 얘기를 듣고 내 몫만 열심히 하자고 마음먹었다. 팀이 연패 중이니까 더 잘 던져야겠다는 생각은 안 했던 것 같다"며 "롱릴리프로 던질 때도 선발 보직에 대한 욕심이 없었다. 언젠가는 내게 기회가 올 거라고 생각하면서 현재에 충실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두산전을 앞둔 롯데의 분위기는 딱히 밝지 않았다. 사직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주중 3연전에서 스윕을 당하며 4연패에 빠진 데다 밤새워 버스를 타고 서울로 이동하느라 새벽 3시를 넘겨 숙소로 쓰는 잠실 인근 호텔에 도착해 피로와도 싸워야 했다.
하지만 나균안은 차분하게 선발등판을 준비하고 마운드에 올랐다. 잡념은 모두 걷어내고 마운드 위에서 자신이 해야 하는 역할에만 집중했다. 수훈선수 인터뷰 때도 들뜬 기색 없이 담담하게 소감을 전했다.
다만 롯데가 4-0으로 앞선 7회말 2사 3루에서 김원중과 교체돼 더그아웃으로 들어갈 때 3루 쪽 원정 응원석에서 자신을 향해 쏟아진 박수와 환호에는 큰 감동을 받았다고 밝혔다. "지난달 사직 두산전보다 더 많은 함성이 들려서 기분이 좋았고 소름도 끼쳤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날 나균안을 가장 괴롭혔던 건 팀 연패에 대한 압박감이나 시즌 첫 선발등판에 대한 부담과 긴장이 아니었다. 1회말 투구를 시작하자마자 갑자기 배가 아프기 시작하면서 타자와 승부에 앞서 자신과도 싸워야 했다. 중간중간 화장실에 다녀올 수도 있었지만 등판을 마칠 때까지 참아냈다.
나균안은 "1회부터 배가 너무 아파서 마운드에 올라갈 때마다 너무 힘들었다. 7회말에 교체된 뒤 (김) 원중이 형이 던지는 걸 보지 않고 곧바로 화장실로 향했다"며 "화장실에서 나오니 우리 팀이 공격을 하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어 "오늘 잘 던진 이유도 화장실을 안 가서 그런 것 같다. 투수코치님은 화장실에 갔다 오라고 하셨지만 그러면 긴장이 확 풀릴 것 같아서 끝까지 참았다"며 "내가 구속이 빠른 투수가 아니기 때문에 타자들과 빠르게 승부하려고 했던 부분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나균안의 보직은 이날부터 불펜 롱릴리프 요원에서 선발투수로 격상됐다. 팀 후배 김진욱이 컨디션 저하로 엔트리에서 말소된 가운데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은 나균안을 "대체 선발투수 자원 중 최고의 옵션"이라며 강한 신뢰를 보냈다. 나균안에게 당분간 선발의 한 자리를 맡기겠다고 공표했다.
나균안은 일단 잘 던진 경기를 즐기는 건 등판 당일만이라는 입장이다. 다음 등판에서도 긴 이닝을 최소 실점으로 막는데 초점을 두고 컨디션 관리에 집중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첫승은 오늘로서 만족하고 다음 경기에 포커스를 맞춰 잘 준비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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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