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수원, 윤승재 기자) ‘팔 스윙 짧게, 더 짧게’만 생각하고 던졌다. 하지만 너무 자신을 몰아세운 탓일까, 프로 1년차에 입스(yips)가 찾아왔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제대로 되지 못한 송구를 하지 못하게 된 그는 1루수 뒤 관중석에 공을 던지는 등의 심각한 입스를 마주하며 데뷔 해부터 선수 생활 최대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이 때 한윤섭 KT 위즈 퓨처스 수비코치가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매일밤 그를 찾아가 400구씩 공을 던지게 했고, 적절한 보상으로 그의 자신감을 높였다. 한 경기 실책 없이 지나가면 커피 한 잔, 세 경기 연속 완벽하면 피자를 쏘는 등의 방식으로 그를 격려했다. ‘100번 실책해도 좋다. 대신 주눅 들지 말고 더 자신 있게 던져라’는 한 코치의 말에 그 역시 송구 폼 수정과 함께 자신감을 조금씩 회복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KT의 2년차 내야수 유준규는 입스를 극복해갔다. 처음 입스를 경험한 순간 ‘야구를 못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으로 눈앞이 캄캄해졌다는 그는 한윤섭 코치의 도움으로 조금씩 자신감을 회복하면서 마음가짐도 고쳐먹었다. “어떻게 온 프로인데 이거 하나로 헛수고를 만들 순 없었다.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열심히 훈련하고 자신감을 회복하면서 극복하려고 하고 있다”라며 극복의 의지를 단단히 다졌다.
그렇게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유준규는 5월 19일 데뷔 2년 만에 첫 1군 등록과 함께 선발 지명타자 출전이라는 기쁨을 맛봤다. 사실 그가 1군에 올라온 건 수비보단 타격과 주루센스 때문이었다. 올 시즌 2군 24경기서 타율 0.328(67타수 22안타), 8도루로 호타준족의 모습을 보인 그는 “컨택과 주루 센스가 좋다”는 이강철 감독의 칭찬과 믿음 하에 1군 등록과 선발 출전을 동시에 경험했다.
체중 77kg 지명타자의 탄생이었다. 이것도 입단 때보다 13kg를 더 찌운 몸무게다. 보통 지명타자는 타격의 재능이 있어도 거구의 거포들이 맡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이강철 감독은 유준규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지명타자로 선발 투입했다. 그만큼 그의 타격 재능을 눈여겨보고 있다는 뜻. 2군 선수들에게 1군 체험 기회를 주는 ‘빅또리 투어’로 1군에 미리 올라왔던 유준규지만, 1군 훈련에서 감독의 눈도장을 찍으며 꿈에 그리던 1군 그라운드를 밟았다.
처음 1군 등록과 선발 출전 소식을 들은 그는 “떨리면서 설렌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주변 형들의 격려에 조금씩 마음을 다잡아가기 시작했다. 2군서부터 친하게 진했던 권동진은 그에게 ‘잘할 수 있다’라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고, 박경수와 박병호 등 베테랑 선배들도 “쫄지 말고 해라”며 기를 불어 넣어줬다. 특히 “너 잘하는 애야. 넌 할 수 있어”라는 입단 동기 투수 지명성의 응원에 유준규는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그렇게 첫 타석에 들어선 유준규는 그가 자랑했던 ‘이정후 타격폼’으로 2회 상대 선발 임찬규의 직구를 정타로 받아쳐 외야로 공을 날려 보냈다. 비록 안타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확실한 임팩트를 각인시킨 타구였다. 중계 화면에 잡힌 이강철 감독의 표정에도 옅은 미소가 번졌다. 두 번째 타석에선 안타까지 때려냈다. 체인지업을 받아쳐 유격수 키를 넘긴 안타를 생산했다. 1루에 도달한 유준규는 그가 공언한 손흥민의 ‘찰칵’ 세리머니까지 하며 개성까지 뽐냈다.
첫 등장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긴 그. 그는 자신의 타격폼처럼 ‘KT의 이정후’가 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인터뷰 막바지 그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묻자, “처음 1군에 왔는데 모르시즌 분들이 많을 거다. 조금 못해도 악플 대신 응원 부탁드린다”라면서 “언제 내려갈진 모르겠지만, 최대한 1군에서 오래 버텨서 많은 팬들과 인사하고 사인도 많이 할 수 있게 열심히 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라며 각오를 전했다.
사진=KT위즈 제공, 수원 윤승재 기자
윤승재 기자 yogiyoon@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