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한남동, 김지수 기자) '블로퀸' 양효진이 여자 배구 최고 선수로 등극한 날 또 한 번 소속팀 현대건설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자신의 FA 계약을 둘러싼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금전적인 조건보다 현대건설이 먼저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양효진은 18일 한남동 그랜드하얏트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도드람 2021-2022 V리그 시상식에서 여자부 MVP를 차지했다. 기자단 투표 31표 중 28표를 획득, 압도적인 격차로 경쟁자들을 따돌리고 개인 통산 두 번째 MVP의 영예를 안았다.
양효진은 수상 직후 "어릴 때 상을 받는 것보다 이렇게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서 큰 상을 받게 돼 더 기분이 좋다"며 "예전에는 상에 대한 집착이 컸는데 욕심을 버리니 오히려 상복이 생긴 것 같다"고 기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양효진은 지난 시즌 현대건설의 KOVO컵 우승과 정규리그 1위 질주에 중심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비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속출 속에 시즌이 조기종료되면서 챔피언결정전 미개최로 우승의 영광을 맛보지는 못했지만 2020-2021 시즌 최하위로 추락했던 팀이 여자부 역대 최강팀으로 부활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국내 선수 중 득점 7위, 블로킹과 속공 1위 등 V리그 최정상급 센터의 면모를 보여주면서 역시 양효진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시즌 종료 후 FA 시장에서 최대어로 평가받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양효진은 3년 총액 15억 원(연봉 3억 5000만 원, 옵션 1억 5000만 원)에 현대건설에 잔류했다. 지난 시즌 보수 총액이 7억 원(연봉 4억 5000만 원, 옵션 2억 5000만 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낸 뒤 삭감된 연봉을 받고 다음 시즌을 뛰게 됐다.
23억 원인 여자부 샐러리캡과 고예림, 이나연, 김주하 등 함께 FA 자격을 취득했던 팀 동료들의 잔류 과정에서 양효진은 연봉 삭감이라는 받아들이기 힘든 선택을 해야만 했다.
양효진은 "FA 계약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흘러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현대건설이 좋아서 남았다"며 "15년이라는 긴 시간을 한팀에서 보냈고 금전적인 부분보다 어릴 때부터 느꼈던 성취감과 흘렸던 땀을 생각했다"고 잔류 배경을 설명했다.
또 "지금도 (현대건설) 체육관에 가면 신인 때 느낌이 있다. 이걸 쉽게 놓을 수 없었다"며 "여러 방면에서 다른 시선으로 (FA 계약을) 보는 경우도 맞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담담히 말했다.
양효진은 이제 지난 시즌의 영광과 조기 종료의 아쉬움도, FA 계약에 대한 부분도 모두 잊겠다는 입장이다. 2015-2016 시즌 이후 추가하지 못하고 있는 챔피언결정전 우승의 '별'을 유니폼에 새기겠다는 목표만 선명히 하고 있다.
양효진은 "공은 둥글기 때문에 우리가 지난 시즌과 똑같은 멤버로 한다고 해도 무조건 성적이 좋을 거라고 장담할 수 없다"며 "우리가 이번에 독주할 거라고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것처럼 다음 시즌도 어떻게 준비하고 임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다를 거라고 생각한다"고 의지를 다졌다.
사진=한남동, 김한준 기자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