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서귀포, 조은혜 기자) 지난 시즌 김원형 감독이 선발진의 어린 투수들과 이태양에게 한 주문은 완전히 반대였다. 신진급 선수들이 조금 더 볼을 줄이고 공격적인 투구를 하길 바랐다면, 이태양에게는 '가끔은 볼을 던질 줄도 알아야 한다'고 얘기했다. 지난 시즌 규정이닝 70% 이상을 던진 투수 중 이태양의 타석당 투구수는 3.61개로 리그에서 가장 적었다.
작년 팀 마운드 사정으로 불펜에서 선발로 이동했던 이태양은 올해는 처음부터 선발로 시즌을 준비한다. 실전을 치르기 전까지의 준비는 작년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김원형 감독이 말했던 것처럼 '볼을 쓸 줄 아는 투수'가 되는 법을 중점적으로 염두하고 훈련하는 중이다.
이태양은 "작년에는 갑자기 선발을 하다 보니까 적은 투구수로 이닝을 길게 던져야겠다는 생각을 되게 많이 했다. 그러다 보니 가운데로 던지다가 홈런을 많이 맞기도 했다"며 "지금은 오히려 구석구석 볼을 더 많이 던지려고 한다. 볼넷은 잘 안 주는 편이고, 투수라면 스트라이크는 언제든지 던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바깥쪽 직구를 던질 때도 포수에게 스트라이크존보다 조금 더 빠져서 앉아달라고 하고, 변화구도 웬만하면 변화구로 던지려고 한다"고 전했다.
물론 선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선발로 시작하지 못할 수도 있고, 박종훈과 문승원이 돌아오면 선발로 뛰다 불펜으로 이동하는 시나리오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태양은 "선발로 준비하고 있지만 보직이 모든 선수가 결정된 게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을 준비 잘하고, 누가 로테이션 들어갈 지 모르지만 잘해서 들어가게 된다면 좋은 시즌을 만드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불펜을 몇 년 했지만 작년에 다시 선발에서 경쟁력을 보여준 거 같아서 그 기회에 감사함을 느꼈다"는 그는 "예전에는 경쟁의식이 심했다면, 이제는 '살아남아야지'가 아니라 다 같이 잘했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바뀌더라. (오)원석이, (최)민준이 이 친구들이 선발 경쟁을 하고 있다는 건 그만큼 능력이 있고 가능성이 많다는 거다. 그런 친구들이 다 잘하면 우리 팀 투수진이 좋아지는 거니까 내가 굳이 선발을 안 하더라도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것 같다"고 얘기했다.
올 시즌을 정상적으로 마치면 FA 자격을 얻는 이태양은 며칠 전 딸이 태어나면서 책임감도 더 커졌다. "공 하나에 분유 한 통이다 생각하고 던져야 한다"고 웃은 이태양은 "결혼을 해서도 책임감이 생기는 건 당연하지만 아기가 태어나고 키운다는 게 쉽지는 않을 일이더라. 개인적으로도 이제 정말 어른이 된 것 같고, 성숙해진 것 같다"고 말한다.
그는 "야구 외적으로는 아내와 아기가 건강한 게 제일 첫 번째고, 야구적으로는 내가 올해 안 아프고 오래 해야 나도 좋고 가족들도 좋을 거라고 본다. 내가 잘하면 팀에 보탬이 된다는 거니까, 팀 성적도 좋아지지 않을까. 그게 제일 이루고 싶은 일"이라고 올 시즌의 모습을 그렸다.
사진=SSG 랜더스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