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7.08.24 17:49 / 기사수정 2007.08.24 17:49
[엑스포츠뉴스=이우람 기자] "이근호가 제2의 박지성? 과연 그럴까?"
이근호의 활약상을 인천 유나이티드 2군 시절부터 지켜봤던 기자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뛰는 모습이나 그의 팀에서의 위치를 본다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올 시즌 대표팀과 K리그에서 단연 화두가 되고 있는 선수는 이근호다. 2군 리그에서나 주목받던 그가 일 년 새 '제2의 박지성'이 됐다. 자고 깨니 스타가 된 격. 박지성 역시 그저 그런 선수였다 2002한일월드컵을 계기로 국민적인 영웅이 됐으니 비슷하다 할 법도 하다. 경기장에서 보이는 모습 역시 ‘폭발적인 운동량과 지치지 않는 체력’ 은 비슷하지만 이 점만 가지고 비슷하다하면 장거리 육상 선수끼리 비교하는 것과 별반 차이가 있겠는가.
그러나 한 꺼풀씩 벗겨 볼수록 다른 게 두 선수다.
박지성은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 지금이야 측면 미드필드와 윙포워드로 자리를 완전히 잡았지만, 그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까지만 하더라도 중앙 미드필더 성향이 짙었다. 지난해 독일월드컵에서도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했을 정도로 그는 팔방미인이다.
심지어 실제 데이터 구성과 현실적인 그래픽으로 우리나라에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위닝일레븐’이라는 비디오 축구 게임에서는 그를 측면 수비수로 까지 활용할 수 있을 정도다.
그러나 이런 ‘멀티 플레이어’로서 박지성의 자질은 엄청난 노력 덕분에 가능했던 얘기다. 다시 말해 예전부터 특출나게 잘했던 포지션이 없었다는 반증이 된다.
박지성은 그의 자서전서 “어릴 적 키가 크거나 체격 조건이 좋거나, 그것도 아니면 공격이건 수비건 여하튼 특별히 잘하는 장기라도 있어야 하는데, 난 그런 조건 중의 하나도 맞아떨어지는 것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이근호는 청소년 대표 시절부터 연령대별 대표팀에서 주전 최전방 공격수 혹은 윙 포워드로 확실히 자리를 잡아온 선수다. 덕분에 그는 현재로선 거의 비슷한 포지션에서 자신의 주가를 높이고 있다.
먹이를 낚는 방법이 다르다
박지성을 두고 하는 말 가운데 하나가 "한결같다"는 표현이 있다. 그의 성실성은 크게 빛을 발하지 못하더라도 매 시즌 꾸준한 공격포인트를 올리고 있다. 프리미어리그에서도 마찬가지. 첫 데뷔 시즌에서도 그는 1골 6도움으로 팀에 기여하며 동료에게 기회를 주는 플레이, 그리고 팀 분위기를 끌어올릴 수 있는 선수로 호평받았다.
박지성이 꽃의 줄기라면 이근호는 꽃잎에 가깝다. 도움을 주기보다 자신이 직접 해결하는 데 더 능력을 보이는 선수다. 지난 22일 우즈베키스탄전에서도 가슴 트래핑에 이어 반대로 몸을 틀면서 역전승을 이끌었다. 이 득점 이전에도 직접 골을 노리는 움직임이 훨씬 많은 '멀티플레이어 속의 공격수'가 아닌 '천생 공격수' 이근호였다.
이근호는 현재 K리그에서 컵대회를 포함해 20경기에서 9골(2도움)을 넣으며 토종 공격수 중에서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다. 소속 팀 대구가 약체인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활약이다.
엇갈린 대표팀에서의 활약
박지성과 이근호의 대표팀에서의 활약은 미묘하게 다르다. 박지성이 점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약이 빛날수록 대표팀에서는 기대에 미치고 있지 못하다. 팀에서 주어진 임무가 다르다 보니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이 변하고 있기 때문. 대표팀에서의 박지성은 '해결사'적인 위치에 있어야 하지만 매번 그런 모습을 보이기에는 '맨유의 박지성'은 그렇지 못한 게 사실이다.
이런 다른 점은 두 선수의 공통무기인 '강철체력'의 활용에서도 나타난다. 박지성은 체력을 공격 ‘수단’으로 활용한다. 쉼 없이 움직이면서 수비를 앞에 두고 잦은 방황전환으로 상대방으로 하여금 예측을 힘들게 한다. 이근호는 마치 체력을 무기이자 갑옷처럼 활용한다. 예측이 되더라도 빠른 스피드로 상대를 밀어붙인다. 좀 더 저돌적인 편이다. 성격 역시 조용한 박지성과 달리 이근호는 활기가 넘친다. 그러다 보니 자기 이상의 플레이를 만들라는 의지가 넘친다.
도리어 소속팀의 변병주 감독은 이근호의 활기가 지나치는 면을 걱정할 정도. 변 감독은"사람은 종종 정신력으로 신체적 한계를 극복한다. 그러나 그런 극복이 계속되진 않는다"며 부상에도 불구하고 출전을 강행하려는 그의 의지에 대해 걱정했다.
이근호는 인기예능프로그램 '00도전'의 열성팬으로 그 프로그램에 나온 춤을 따라해 화제가 되고 있다. 박지성이라면 그랬을지 의문이다. 이렇듯 다른 두 선수. 기자는 이근호가 '제2의 박지성'이 아닌 '완소남' 이근호로 단 하나뿐인 대표팀의 보배가 되길 바란다.
한 TV인기프로그램 가운데 '000 도사'라는 코너가 있다. 그 코너의 마무리처럼 "이근호여, 보배가 되어라~!"는 말로 그가 지금보다 더 높은 곳으로 더 밝은 미래를 향해 달려나가길 바란다. 앞으로도 그의 활약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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