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잠실, 김정현 기자) FC서울 안익수 감독(56)과 강원FC 최용수 감독(50)의 재회는 얄궂게도 한 팀의 운명을 가르는 경기에서 이뤄졌다. 두 감독의 대화는 경기를 떠나 잠시 10년 전으로 타임머신을 탔다.
28일 FC서울과 강원FC의 하나원큐 K리그1 2021 37라운드 맞대결은 득점 없이 무승부로 끝났다. 승점 4점 차인 10위 서울과 11위 강원은 순위를 그대로 유지했고 서울은 잔류, 강원은 승강PO행을 확정 지었다.
지난 36라운드가 끝이 나고 K리그1 파이널 B는 약 3주 간의 휴식기를 가졌다. 7위 포항 스틸러스가 24일 ACL(아시아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치르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로 출국하면서 35라운드를 파이널A보다 먼저 치르고 한 주 더 쉬었다.
서울은 안익수 감독 체제에서 파이널B 첫 경기 인천유나이티드전을 패한 뒤 2연승을 거둬 잔류를 눈앞에 두고 있었고 강원은 부진에 부진을 거듭하며 결국 4일 김병수 감독을 경질했다. 경질 후 감독 없이 치른 인천과의 36라운드는 1-1로 비기며 그나마 가능성을 봤다. 그러나 어수선한 선수단과 구단 내부 분위기에 대한 우려로 강등이 현실화 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돌았다.
강원은 A매치 휴식기에 결단을 내렸다. 16일 강원은 야인이던 최용수 감독의 선임을 발표했다. 이영표 강원 대표이사가 적극적인 구애를 했고 결국 최 감독이 이를 용인하고 떠났던 현장에서 복귀했다. 운명은 얄궂었다. 최 감독의 강원 복귀전은 친정팀 서울이었다.
최 감독이 상대하는 서울 안익수 감독은 선배 지도자이기도 하다. 특히 최 감독이 은퇴한 후 2010년, 안 감독이 여자대표팀 감독직을 내려놓고 서울 수석코치로 부임하면서 인연이 시작됐다. 넬루 빙가다 감독과 함께 코치진에서 일한 두 사람은 2010시즌 서울의 K리그 우승에 일조했다.
이후 최 감독은 서울의 감독으로 부임하며 서울의 중흥기를 이끌었다. K리그 우승 2회와 ACL 준우승 등 여러 업적을 남겼다. 중국 슈퍼리그 장쑤 쑤닝 감독으로 두 시즌 간 팀을 지도했고 2018시즌 강등 위기에 처한 서울을 잔류시키고 2019년 팀을 리그 3위로 끌어올렸다.
안 감독은 2011년 부산 아이파크와 성남 일화 천마(성남FC 전신), U20 대표팀 감독을 거쳐 2018년엔 선문대학교 감독으로 팀을 3년 만에 강팀으로 바꿨고 지난 9월 강등 위기에 처한 서울 감독으로 돌아왔다.
아주 오랜만에 그라운드에서 만난 두 감독은 반갑게 인사를 나눈 뒤 한동안 이야기를 이어갔다. 최 감독은 “막내 코치 시절 안 감독님께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 파워포인트를 그때 처음 배웠다. 저에게 끊임없이 조언을 해주셨다. 현장에서 만나 옛날이야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옛날 추억이 많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힘든 시기지만 지도자들 간에 서로 대화를 하는 현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차피 우승은 한 팀만 한다. 지도자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현장에 대한 의견도 제시했다.
사진=연합뉴스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