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SSG 랜더스 이태양은 정규시즌 최종전 팀의 마지막 투수였다. 정규시즌을 4위로 마감할 수도 있고 가을야구에서 탈락할 수도 있는 중요했던 그 경기에서, 이태양은 3-8로 사실상 승기가 기운 9회초 등판해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그는 "그래도 그 시간은 절대 돌아오지 않는 순간이니까 스스로 잘 마무리를 하고 싶었다. 1이닝이지만 열심히 했던 기억이 있다"고 돌아봤다.
올해 불펜에서 선발로, 시즌 막바지에는 선발에서 다시 불펜으로 보직으로 옮긴 이태양은 40경기에 나서 103⅔이닝을 던졌고, 5승 10패 4홀드 평균자책점은 5.73을 기록했다. 누군가는 평범하다고 할 수도 있는 기록이지만 이태양마저 선발 한 자리를 채우지 않았다면 가뜩이나 험난했던 SSG의 시즌은 더 갈피를 잡기 어려웠을 지도 모른다.
이태양은 지난해 6월 1대1 트레이드를 통해 팀을 옮겼다. 여러 가지 적응을 하다 한 해가 갔고, 사실상 올해가 온전히 새로 시작하는 첫해였다. 이태양은 "팀명이 바뀌기까지 했으니 이 팀에서 첫 시즌이나 다름이 없었는데, 나를 트레이드로 잘 데려왔다는 평가를 받고 싶어서 준비를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원래 시즌을 마치고 나면 잘했든 못했든 아쉬움이 없을 수 없는 해는 없다. 우연치 않게 선발로 가면서 좋았던 적도 있고, 안 좋았던 적도 있는데, 불펜에서 옮겼는데도 안 아프고 잘 마무리한 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준비 없이 시작한 선발이라고 해도 분명 아쉬움은 남는다. 마지막 경기에서 가을야구 탈락이 결정되었으니 그 아쉬움은 더 클법했다. 이태양은 "지나고 보니 대량 실점 경기들이 아쉽더라. . 잘했다고 생각하면 잘했지만, 가을 냄새라도 맡았어야 했다. '내가 1패만 덜 했으면'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마 나뿐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그런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래도 분명 자신이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간들이 있었다. 6월 16일 광주 KIA전에서 올린 이태양의 선발승은 무려 1459일 만의 선발승이었다. 이태양은 "기록을 보니 정말 오랜만에 선발을 했구나 싶었다. 마지막 공을 유심히 보고 있다 끝나자마자 내가 회수해 기록을 써달라고 부탁했다. 대체 선발이니 언제 또 할지 모른다는 생각이었다"며 웃었다.
이태양은 "아쉬워도 다시 선발도 해보고, 좋은 기억들이 많다. 재미있었던 시즌이었던 것 같다"고 돌아보며 "잘 관리해 어떻게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지 생각하면서 내년 준비를 잘해야 한다"고 전했다. 다음 시즌 이태양이 어떤 보직을 맡게 될지는 아직 모른다. 그게 어디든, 이태양은 팀의 필요대로 움직일 수 있는 투수라는 걸 올 시즌 증명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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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