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SSG 랜더스의 첫 시즌은 기대했던 끝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뒤를 돌아보면 얼마나 험난한 길이었는지 그제서야 보인다. 잘 버텼다, 앞으로의 발걸음은 더 가벼우리라 위로하고 자신해도 괜찮다.
SSG는 66승14무64패를 기록하며 정규시즌을 마무리했다. 더 긴 시즌을 바라봤지만,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가을야구 탈락이 결정됐다. 마지막 경기에서 지지만 않았어도, 무승부가 된 경기 중 한 경기만 이겼어도,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다음 시즌을 위해 마음에 새기고 목표로 삼아야 할 부분이다.
■ 시작부터 예상 밖의 나날이었다
시즌 전 9년 만의 외부 FA로 최주환을 영입, 김상수를 사인 앤 트레이드로 데려오며 이번 시즌에 품은 팬들의 기대는 남달랐다. 그런데 스프링캠프를 떠나기 일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구단의 새 주인이 정해졌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캠프 막바지에는 추신수의 SSG 합류 소식이 전해졌다. 그렇게 팀의 이름이 바뀌었고, 유니폼이 바뀌었고, 또 새 식구가 생겼다.
■ 악재 뒤의 악재,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원형 감독이 딱 한 번 등판했던 신인 김건우의 연령별 대표팀 차출에 아쉬운 소리를 해야 했던 이유는 간단하게도, 선발 구멍을 메울 이가 없어서였다. 올 시즌 선발로 뛴 선수만 17명. 잦은 더블헤더를 고려하더라도 선발 로테이션이 고정적으로 돌아간다면 나오기 어려운 인원이다. 올 시즌 선발 등판 선수가 단 9명이었던 KT와 비교하면 그 숫자는 더 크게 다가온다.
토종 에이스가, 그것도 둘이나 한꺼번에 이탈한다는 시나리오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었다. 그게 외국인 선수가 빠져 있는 직후라는 건 더 말이 되지 않았지만, 그 가혹한 일이 일어나는 팀도 있었다. 이제 막 예열이 됐다고 느꼈을 5월, 3경기를 던지고 부상으로 빠져 있던 르위키가 복귀하자마자 다시 통증을 호소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박종훈의 팔꿈치 수술이 결정됐고, 그로부터 사흘 후에는 문승원마저 수술을 위해 떠났다. 순식간에 세 자리, 그것도 도합 30승 이상을 기대했던 세 자리가 빠졌다. 1위를 달리던 SSG의 순위가 내려앉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가까스로 4위에 안착해 전반기를 끝냈다.
2년 차 오원석은 르위키가 이탈한 직후부터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했고, 막바지에는 구원을 오가면서 굵직한 일과 궂은 일을 모두 도맡았다. 빠듯한 일정 탓에 힘이 떨어지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지만 그마저도 이겨냈다. 오원석에게는 큰 자산이 됐을 시즌, 오원석이 곧 팀의 자산이기도 하다.
대체 선발들의 연이은 부진과 부상으로 감행한 불펜 이태양의 선발 전환은 틀리지 않은 선택이었다. 단 몇 이닝이라도 맡아줄 선발이 급한 가운데 긴 이닝을 책임졌고, 어린 선발들을 살피는 역할까지 했다. 후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선발로 나선 군필 자원 최민준도 7이닝 무실점 '인생투'를 보여주는 등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 찾았다, 현재이자 미래
오원석, 최민준과 함께 불펜에서는 장지훈이라는 걸출한 신인이 자신의 등장을 알렸다. 평균자책점은 3.92로 누군가에게는 평범하게 보일 수 있는 기록이지만 누적 80⅓이닝, 순수 불펜 소화만 77⅓이닝으로 리그 최다를 기록하며 팀에 헌신했다. 데뷔 첫해 필승조로 자리매김한 스토리도 장지훈의 능력을 증명한다.
김택형은 클로저로 다시 태어났다. 9월부터 마무리를 맡아 7세이브. 팀의 결말은 완벽하지 않았지만, 10월 28일 김택형이 48구를 던지고 정규시즌에서 가장 중요했던 경기를 잡은 그 순간은 SSG 팬들에게는 가장 빛나는 가을로 기억될 터였다.
야수 쪽에서는 단연 박성한의 존재감이 컸다. "나도 이렇게 잘 칠 줄은 몰랐다"는 박성한은 시즌 타율 0.302를 기록하며 '3할 유격수' 타이틀을 지켰다. 만 23세의 군필 3할 유격수. 그간 구단이 내야 센터라인을 놓고 골머리를 앓았던 역사를 생각하면, 박성한의 발견에 함박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다.
풀타임 2년 차인 최지훈은 데뷔 첫해였던 작년과 대부분의 지표에서 비슷하거나 나은 성적을 기록했다. 지독한 슬럼프를 딛고 만든 결과라 더 의미가 있다. 데뷔 시즌부터 팬들의 희망이었던 최지훈은 한 해 반짝이 아님을 증명했고, 한 단계를 올라서 또 다른 기대를 하게 한다.
■ 추신수의 존재, 최정의 건재
'형님'들은 몸을 아끼지 않는 허슬로 팀을 이끌었다. 만 39세의 나이로 KBO 무대를 밟은 첫해 추신수는 20홈런-20도루, 100볼넷 등 리그의 갖가지 대기록을 '최고령으로' 다시 썼다. 김강민은 여전한 빠른 발과 수비를 자랑했고, 마운드에 오르는 일도 주저하지 않았다. 이들의 영향력이 끼친 곳은 비단 그라운드뿐이 아니었다고 선수단은 입을 모아 말한다.
최정이 살아야 팀이 산다는 말은 팀 이름이 바뀌어도 여전했다. 최정은 시즌 35홈런을 기록하며 통산 400홈런 고지를 밟았고, 경쟁자들의 매서운 추격을 뿌리치고 4년 만에 홈런왕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한유섬도 시즌 막판 귀중한 홈런을 몰아치며 31홈런으로 시즌을 마감하며 그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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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