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달보다 값졌던 배구여제의 '라스트 댄스' [올림픽 배구]

(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배구 여제 김연경(33, 상하이)의 마지막 올림픽이 아름답게 마무리됐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여자 배구 대표팀은 8일 일본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배구 여자 동메달 결정전에서 세계랭킹 6위 세르비아와 만나 분투했지만 세트 스코어 0-3(18-25 15-25 15-25) 완패를 당했다. 한국은 최종 4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한국 여자 배구는 1976 몬트리올올림픽 동메달 이후 아직 메달이 없다. 김연경이 본격적으로 나선 지난 2012 런던올림픽에서 4위에 오르며 메달 도전에 실패했던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다시 메달 도전에 나섰지만, 세계적인 강호 세르비아에 가로막혔다. 

김연경은 이번 대회를 마지막 올림픽으로 여기고 훈련에 매진했다. 더욱이 지난 2020년 코로나19로 올림픽이 연기되면서 터키 무대에서 뛰던 김연경은 2020/21시즌 V리그 흥국생명으로 이적해 경기 감각을 유지하려고 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 이다영-이재영 자매의 학창 시절 폭력 논란으로 소속팀은 물론 대표팀도 어수선한 분위기가 됐다. 김연경 역시 흥국에서 최대한의 능력을 발휘했지만, 정규리그 2위에 머물렀다. 챔피언 결정전에서도 GS칼텍스와 만났지만, 준우승에 머물렀다. 

그래도 김연경은 MVP를 차지하며 여전한 기량을 과시했고 시즌 종료와 함께 올림픽 대표팀과 이탈리아 리미니에서 열린 발리볼네이션스리그에서 출전해 조직력을 끌어올렸다. 대표팀은 3승 승점 10점을 따내며 16위 중 15위로 대회를 마감했지만 소중한 경험을 쌓고 올림픽에 출전했다. 

김연경의 리더쉽은 큰 대회에서 더욱 빛이 났다. 올림픽 3회 출전에 빛나는 그녀는 어린 선수들과 함께 큰 무대에서 중요한 경기마다 영향력을 발휘했다. 중요했던 A조 조별리그 3차전 도미니카 공화국과의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1-2로 뒤지고 있었다. 그때 김연경은 선수들에게 "해보자, 후회하지 말고"라고 외치며 독려했다. 대표팀은 힘을 내 내리 두 세트를 따내며 3-2 극적인 역전에 성공했다. 

이어진 한일전과 8강 터키전에서도 대표팀은 풀세트 접전 끝에 승리하며 아시아팀 중 유일하게 4강에 올랐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김연경의 리더쉽이 있었다. 

김연경은 9년 만에 다시 메달에 근접해 소중한 기회를 잡았지만, 강호 브라질과 세르비아에 연이어 패하면서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9년 전과는 달랐다. 그녀는 런던에선 한일전에 패하며 아쉬움에 가득 찬 눈빛을 보였지만 도쿄에선 최선을 다한 선수들을 안아주며 격려했다. 대표팀 선수들 역시 밝은 표정으로 기념사진 촬영을 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김연경은 심판진과 인사를 건넸고 한때 터키에서 함께 뛰었던 세르비아 선수들, 감독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 마지막까지 여한 없이 모든 걸 쏟아낸 그녀의 '라스트 댄스'는 아름답게, 훈훈하게 마무리됐다.

사진=연합뉴스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