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3 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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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펜→선발' 성공적 변신, 이태양에게는 "모험이었다"

기사입력 2021.07.31 14:00 / 기사수정 2021.07.31 13:21


(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태양은 날마다 떠오른다. 지치지 않고. SSG 랜더스 이태양 역시, 그 꾸준함을 자신의 무기로 삼는다.

이태양은 올 시즌을 불펜으로 시작했다. 5월 중순까지 1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하며 팀의 필승조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 이후 선발투수들이 부상과 부진으로 줄줄이 빠지며 이태양에게까지 선발 기회가 찾아왔다. 필승조 한 명의 이탈을 감수해야 하는 이 상황은, 팀에게는 고육지책이었고 이태양에게도 모험이었다. 

-김원형 감독이 이태양을 선발로 쓰겠다고 얘기했을 때 "하고 싶어 하는 거 같다"고 했다.
▲선발 공백이 생겼고, 대체 선발들이 썩 좋은 성적을 못 낸 게 사실이었다. 감독님이 장난식으로 '태양이 선발 할래?' 물어보시곤 했는데 나는 '시켜만 주세요' 얘기했다. 솔직히 선발을 다시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내가 그렇게 자신감을 피력하니까 기회를 주신 것 같다.

-정말로 선발 준비를 통보받았을 때의 기분은.
▲선발 기회가 갑작스럽게 온 거니까 좋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떨리기도 하고 걱정이 됐던 것도 사실이다. 중간에서 안 좋았던 것도 아니고, 선발로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다. 선발로 첫 단추를 잘 끼우면서 그때 자신감을 얻었다. 

-선발 등판 첫날 어떻게 마음먹었나.
▲정말 오랜만에 선발로 나가는 거였다. '몇 이닝을 던지자', '승리투수가 되자' 이런 게 아니라 그냥 한 타자, 한 타자 상대로 열심히 던지자는 생각이었다. 감독님도 3~4이닝, 70구 정도를 기대하셨고 그렇게만 던지려고 했다. 타선도 점수를 많이 빼줬고, 5이닝까지 던지면서 승리할 수 있었다.

-끝났을 때의 기분은.
▲기분이라기보다, 너무 힘들었다. 기분은 당연히 좋았지만 새벽에 끙끙대면서 잤던 거 같다. 쉬었다 던졌다 하는 게 힘든 일인데, 오랜만인 데다 더블헤더 3시 경기여서 날도 너무 더워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불펜에서 선발 전환이 쉽지는 않은데, 팀 사정상 이태양을 포함해 오원석, 최민준도 모두 그런 케이스다.
▲원석이나 민준이는 캠프 때부터 선발 후보였기도 하고, 내가 봐도 선발 스타일로 가지고 있는 게 좋다. 기회가 왔을 때 어린 선수들이 잘 잡으면 팀에게도 좋은 일이다. 나는 어떻게 보면 모험이었던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오원석, 최민준같이 어린 선수들과 대화하는 모습이 자주 보이는데.
▲나는 처음부터 잘하는 선수가 아니었다. 나는 그 친구들 나이대에 1군에서 던지지도 못했다. 원석이, 민준이뿐 아니라 어린 선수들에게는 내가 겪었던 것들을 얘기해주는 거다. 지금 너희 나이에 1군에서 뛰는 게 대단한 거라고, 형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하면서 '열심히 하면 얼마나 더 좋아지겠냐' 말한다. 정말 하는 만큼 느는 나이다.

-꾸준한 운동의 중요성을 얘기한다고.
▲기술적인 거야 나보다 뛰어난 선수들이 많으니까. 오늘 나온 러닝 스케줄보다 더 뛴다고 공이 빨라지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느려지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그걸 꾸준히 하면 힘이 붙는다. 내가 그랬다. 원석이한테는 '1년 사이에 네가 느끼지 않냐' 얘기하기도 했다. 1년 만에 이렇게 달라졌는데,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더 좋아지지 않겠냐고. 잔소리처럼 들릴까봐 일부러 장난스럽게 말한다. 웨이트도 같이 하고 얘기도 많이 하는데, 다 열심히 하는 선수들이다.

-선발에서는 더 공격적인 투구가 돋보인다. 던질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결과를 생각 안 하고 던진다. 사인 나면 사인대로, 대신 볼카운트나 점수 차, 주자 상황에 따라서 좀 더 신중하게. 실투가 나올 때도 있지만 불펜에서보다는 실투에 대한 두려움 없이 스트라이크존에 많이 던지려고 한다. 너무 제구하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쉽게 쉽게 잡고 던지려고 하는 편이다. 

-이태양에게 볼넷이란.
▲볼넷보다 차라리 홈런을 맞는 게 낫다는 생각이다. 볼넷을 주면 투구수도 많아지고, 홈런을 맞으면 '여기에 던져서 홈런이 됐구나' 느끼는 바가 있는데 볼넷은 답이 없다.

-홈런 5방을 맞고 9실점을 한 날도 투구수는 71구에 불과했다. 점수가 벌어진 덕에 김강민이 투수로 나섰다.
▲내가 강민이 형 꿈을 이뤄준 건가(웃음). 그 나이에도 그런 공을 던질 수 있다는 게 대단하다고 느꼈다. 강민이 형도 볼넷 준 게 더 열 받았다고 하던데. 야수가 투수로 올라가서 그렇게 얘기했다는 건 야수가 뒤에 수비로 서 있을 때 그만큼 볼넷이 야수한테도 안 좋다는 거 아닐까.


-후반기 팀적으로, 또 개인적으로 기대하는 부분은.
▲전반기 어려운 상황에서 4위로 마쳤다. 당연히 4등보다 3등, 3등보다 2등, 1등 순위가 높을수록 좋고 그게 팀 목표다. 개인적으로는 어차피 이렇게 선발 기회를 받은 거, 시즌 끝까지 선발 자리를 계속 지켰으면 좋겠다. 자주 오는 기회가 아니다. 어렵게 온 그 기회를 잘 지켰으면 좋겠다는 게 가장 큰 목표다.

-휴식기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가장 신경쓰고 있는 부분은.
▲선발로 다섯 경기 던지고 올림픽 휴식기가 된 게 나한테 좋은 쪽으로 작용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이 든다. 불펜에서 선발로 가면서 투구수가 많아지다 보니 나도 모르게 부상이 올 수도 있다. 운동을 많이 하면서 부상 방지를 제일 많이 신경쓰고 있다. 공 던지는 체력은 문제없다.

-추신수에게 받은 시계는 잘 차고 다니나.
▲처음에는 너무 값어치 있는 시계라 집 벽에 걸어놨다. 근데 눈이 안 좋아서 그런가 벽에 거니까 안 보이더라(웃음). 그래서 지금은 잘 차고 다닌다. '데일리' 시계다, '데일리'.

-번호를 옮기면서 15번을 원래 쓰던 채현우에게 스파이크를 어렵게 구해 선물했다고 들었다.
▲두 켤레를 선물했다. 내가 받은 거에 비해 너무 작은 걸 수도 있는데, 작은 선물이지만 그래도 해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현우가 제일 필요로 하는 걸 선물했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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