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윤승재 기자) 대한민국 남자 펜싱 에페 대표팀이 값진 동메달을 수확했다. ‘원맨팀’이라 불렸던 대표팀이지만, 마지막엔 함께 ‘할 수 있다’를 외치며 ‘원팀’으로 거듭, 한국 에페 최초로 단체전 메달을 획득하는 기쁨을 맛봤다.
박상영(26‧울산광역시청), 권영준(34‧익산시청), 송재호(31‧화성시청), 후보 선수 마세건(27‧부산광역시청)으로 구성된 대표팀은 30일 일본 지바의 마쿠하리 메세 B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남자 펜싱 에페 단체전 동메달 결정전에서 중국에 45-42로 승리, 동메달을 수확했다.
치열한 승부였다. 동시타가 연달아 터져 나오고 동점에 재역전을 거듭했다. 한때 중국이 4점차까지 앞서며 한국에 패색이 드리웠지만, 선수들은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4점을 따라잡았다. 그리고 형들이 마련해준 동점 기회를 박상영이 이어받아 3점차 승리로 경기를 매조지었다.
사실 이번 올림픽 내내 조명은 박상영 만을 비추고 있었다. 어찌 보면 당연했다. 박상영 홀로 세계랭킹 8위에 올라있으나, 나머지 세 명은 50위권 밖에 있는 선수들이었다. 권영준이 58위, 마세건이 71위, 송재호가 96위에 랭크돼있다. 올림픽 출전도 모두 처음. 준결승 상대 일본은 가장 낮은 랭킹의 선수가 21위였고, 동메달 결정전에 출전한 중국도 50위권 안에 선수가 2명이나 있었다.
토너먼트 경기 양상도 그랬다. 8강전에선 두 번이나 허용한 역전을 박상영이 다시 두 번이나 뒤집었고, 9라운드에선 홀로 14득점을 만들며 팀을 준결승으로 이끌었다. 준결승 일본전에선 초반 3라운드에서 박상영 홀로 올린 1점을 제외하곤 실점만 11점을 내주며 패색이 드리웠다. 박상영이 17득점으로 분전했으나 일본의 벽은 높았다.
하지만 중국전은 달랐다. 오히려 형들이 더 힘을 냈다. 중반까지 비등하게 흘러가던 경기 분위기는 박상영의 고전으로 중국쪽으로 확 꺾였다. 6라운드에서 박상영이 3-6으로 끌려가면서 점수차가 4점차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7라운드 송재호가 발 공격으로 점수차를 좁혔고, 8라운드 권영준이 상대 선수의 역습을 끊어내면서 기어코 동점을 만들었다.
권영준은 34-34 동점을 만든 뒤 내려오면서 박상영을 꽉 껴안았다. 기운이 전달됐을까. 박상영의 장기인 플래시가 연거푸 성공하면서 역전에 성공했고, 결국 박상영이 45점을 선취하며 3점차 승리를 거머쥐었다. 형들이 만들어준 동점, 반등의 동력을 이어받아 박상영이 마무리지었다. 원맨팀이 원팀이 되는 순간이었다.
5년 전 박상영은 리우 올림픽에서 ‘할 수 있다’ 신드롬을 일으켰다. 10-14로 패색이 짙던 경기 막판, “할 수 있다”는 말을 되뇌인 후 15-14 대역전극을 만들어내며 첫 금메달을 목에 건 바 있다. 그 후 박상영은 국민 영웅이 됐고,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으며 도쿄 올림픽까지 이어왔다. 하지만 그만큼 부담은 배가 됐고, 개인전 메달 실패와 단체전도 홀로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부담감에 불면증에 시달리기까지 했다고.
하지만 이번엔 그 신드롬을 ‘함께’ 만들어냈다. 5년 전에는 박상영 혼자였지만, 이번엔 형들이 함께 했다. 원맨팀으로 시작한 팀이 마지막엔 원팀이 돼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리고 이들은 다 함께 시상대에 올라 한국 남자 에페 단체전 최초의 메달을 함께 기뻐했다.
사진=연합뉴스
윤승재 기자 yogiyoon@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