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숫자에 불과했던 김정환, '3회 연속 메달'의 위엄 [포디움 스토리]

(엑스포츠뉴스 박윤서 기자) 펜싱 남자 사브르 대표팀의 김정환(38·국민체육진흥공단)이 메달을 향한 질주를 이번 올림픽에서도 멈추지 않았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했다.

김정환은 24일 일본 도쿄 마쿠하리메세 B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 펜싱 사브르 개인전 동메달결정전에서 산드로 바자제(조지아·랭킹 7위)를 15-11로 제압하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날 김정환은 쾌조의 컨디션을 뽐냈다. 32강에서 콘스탄틴 로하노프(러시아·랭킹 19위)를 15-11로 꺾었고 16강에서는 세계 랭킹 2위 일라이 더슈위츠(미국)를 15-9로 가볍게 제압했다. 상승 기류를 탄 김정환은 8강에서 이바라기모프 카밀(러시아올림픽위원회)에게 15-14 신승을 거두며 4강에 진출했다.

비록 김정환은 4강에서 루이지 사멜레(이탈리아·랭킹 11위)에 12-15로 패했지만, 경기 중반까지 우위를 점하기도 했다. 동메달결정전은 베테랑의 노련함이 돋보였다. 김정환은 11-11 승부처에서 페이스를 끌어올렸고 냉정함을 잃지 않았다. 상대의 빈틈을 파고들어 연속 4점을 올리며 최후의 승자가 되었다. 

그동안 올림픽은 김정환의 위엄이 여실히 드러난 대회다. 이번에 동메달을 추가한 김정환은 지난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이어 2회 연속 동메달을 차지했다. 여기에 한국 펜싱 역사에 새로운 신기록을 세웠다. 한국 펜싱 선수가 올림픽에서 3회 연속 메달을 차지한 건 김정환이 최초였다. 김정환은 지난 2012 런던 올림픽에서 단체전 금메달을 차지하며 생애 첫 올림픽 메달을 획득한 바 있다. 

김정환은 지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끝으로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하지만 올해 마지막 불꽃을 태우기 위해 현역으로 복귀했다. 당초 올림픽을 앞두고 김정환은 세계랭킹 1위 오상욱과 세계랭킹 9위 구본길에 비해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 펜싱의 맹위를 떨친 건 동메달리스트 김정환이었다. '맏형의 품격'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도전에 아직 마침표를 찍지 않았다. 김정환은 오는 28일 단체전에서 개인 통산 올림픽 4번째 메달을 정조준한다. 

사진=연합뉴스

박윤서 기자 okaybye@xportsnews.com